'구조조정' 수렁에 빠진 다음
'구조조정' 수렁에 빠진 다음
  • 오공훈
  • 승인 2005.01.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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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사업확장 화근, '핵폭풍급 극약처방' 단행
인터넷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해 말부터 다음은 지난 해 말부터 부서 통폐합 및 재편과 인력감축을 수반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수익성이 좋은 부서와 그렇지 않은 부서를 분류, 후자를 축소 및 통폐합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계열사를 정리하며 각 사업부별로 비용 지출을 축소하는 등 대규모 비용 절감을 골자로 하고 있다. 광범위한 사업확장이 '재앙' 초래해 일각에선 다음의 이러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온라인 자동차 보험 사업 진출과 미국 라이코스 인수 등의 사업확장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메우기 위한 자구책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은 마케팅 본부 등을 폐지, 각 서비스 조직으로 편입시키는 등 15개 사업본부의 재편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축소되는 부서 직원들을 다른 부서로 배치하되 남는 인력은 자진퇴사를 유도하거나 계약직의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다음은 이를 위해 그간 직원들에게 자세히 공개하지 않던 인사평가 결과를 직원들에게 공개함으로써 권고사직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다음은 아울러 수익성이 부진했던 게임사업 자회사인 다음게임의 본사 지분 87.5% 중 72.5%를 다음게임 직원들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계열사에서 제외시켰다. 다음은 이와 관련, "연말 정기 인사평가 결과 평가가 낮은 직원들에게 평가 내용을 개별 통보한 것을 사실이나 퇴직을 권고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지난 해 말 퇴사한 정규직은 전체의 약 7%인 총 50명으로 이는 지난 2003년 말 당시 전체의 8.5%인 정규직 30명이 퇴사한 것보다 비율 상으로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라며 "계약직 해지는 매년 연말 계약 만료에 따라 해오던 것으로 인력감축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음의 이번 구조조정은 내부적으로 적잖은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 경영진의 무리한 확장으로 인해 경영 상황이 악화된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것. 다음 직원은 "회사가 갑자기 구조조정을 단행해 매우 어수선하고 불안하다"며 "경영사정이 악화된 것은 경영진의 무리한 확장경영에 따른 것인데 잘못을 직원들에게만 전가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라이벌 NHN과 모든 면에서 격차 벌어져 다음의 구조조정은 동시다발적인 신규사업 진출 등 그간의 무리한 확장경영의 후폭풍이라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음은 지난 2003년 이후 자회사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을 설립해 온라인 자동차보험 사업에 뛰어드는 등 온라인쇼핑, 온라인여행, 게임, 취업알선, 엔터테인먼트 등 문어발 식으로 사업영역을 늘려왔다. 그 결과 계열사는 다음게임ㆍ다음취업 등 최대 15개로 늘어났으며 본사 정규직 인력규모도 지난 2003년 말 350명 선에서 1년 뒤인 작년 말 700명으로 2배로 불어났다. 또 인터넷업계의 전반적인 해외진출 추세에 따라 일본의 커뮤니티 사이트 '카페스타'에 이어 미국의 유명 포털사이트 '라이코스'까지 인수해 미국ㆍ일본 등 해외시장에도 손을 뻗쳤다. 특히 라이코스의 지분 100%를 1112억원(9500만달러)에 인수하며 현금 700억원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된 자금 900억원 등으로 충당한다고 발표했었다. 여기에다 '세계적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기업환경의 획기적 개선'을 기치로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하는 과감한 실험에 들어가는 등 갖가지 사업을 야심적으로 펼쳐왔다. 그러나 자동차보험과 게임 등 자회사들이 줄줄이 손실을 내며, 모기업의 수익성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또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메신저 등의 보급과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대히트로 대표되는 커뮤니티 시장의 변화 등으로 핵심서비스인 카페와 e-메일의 시장 장악력이 떨어지는 추세도 다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라이벌인 NHN과 시가총액ㆍ매출액ㆍ수익성 등 모든 면에서 격차가 벌어지고 급기야 지난 3/4분기 영업이익ㆍ경상이익이 전분기보다 15%, 2%씩 감소하는 충격을 겪으면서 경영진이 뒤늦게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는 것. 또한 증권가에서는 "다음이 4/4분기 자회사에 대한 지분법평가손실, 주가옵션평가손실, 이자비용 등 영업외 손실규모의 증가로 경상이익이 74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돌고 있다. 4/4분기 매출액 또한 전분기에 비해 0.5% 증가한 497억원에 그치고 매출증가가 부진한 가운데 광고선전비와 외주가공비 등이 증가해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24.6% 감소한 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업계 전체와 다음을 비교하지 말라"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다음은 비장의 칼을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물론 급작스러운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방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방만한 사업을 정리하고 라이코스 부활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자세는 '비로소 제대로 된 길을 택했다'는 평. 문제는 인터넷업계의 고속성장 추세가 작년 하반기 들어 확연히 꺾이고 실적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과연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갈지 여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급속한 확장을 택한 다음의 특수한 경우를 전체 업계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다. 다른 기업들은 대체로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해 무리한 확장을 자제해왔기 때문에 새삼스레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는 것.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그렇고 대체로 인터넷기업들이 사업진출이나 인력확충에 신중하기 때문에 당장 다음과 같은 구조조정을 택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인데다 특히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한 매출 증가율 둔화와 마케팅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적자를 기록하는 한계상황에 몰려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인터넷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지속되면 연쇄적인 구조조정의 '대재앙'이 업계전반에 밀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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