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사당에는 금기가 있다. 거짓말쟁이라는 말이다. 유럽의 귀족들은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생각하면 목숨을 건 결투를 한다. 목숨보다 명예를 더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의사당에는 어떤 금기가 있을까. 면책특권이 있는데 금기가 무슨 상관이냐고 코웃음 치는 의원들이 있을 것 같다.
도둑놈에게 명예가 있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있다고 할 것이다. 도둑놈 같지도 않은 놈이라 한다면 당연히 명예훼손이다.
사기꾼도 마찬가지. 치사한 사기꾼이라고 하면 명예훼손이라고 하지 않을까. 그냥 사기꾼이지 왜 치사한 사기꾼이냐고.
별 구질구질한 글을 다 쓰고 있는 나도 치사하다. 글 쓸 대상도 안 되는데 글을 쓰자니 시궁창에서 뒹구는 느낌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출신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4년 동안 금배지대신 [뉴타운]명찰을 달고 다녀야 한다. 은혜를 갚으려면 당연히 그래야지. [뉴타운]이 없었으면 <금배지>근처에도 못갈 인물들이 아닌가.
서울시민들이 뒤통수를 맞았다. 특히 강북의 시민들은 [뉴타운]이란 말 한 마디에 눈 감고 낚시 바늘을 물었는데 미끼도 없는 사기 낚시였다.
이제 모두 물 건너갔다. [뉴타운] 쫓던 강북시민, 의사당 지붕 쳐다보긴가.
이번 총선에서 MBC여기자 성희롱으로 이름을 날린 정몽준 후보가 대표적으로 [뉴타운] 공약을 팔았는데 주민들 앞에서 당당하게 오세훈 서울시장의 확약을 들먹였다.
지금은 당선자가 됐지만 당시 정몽준 후보는 지난 3월27일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울산에서 오자마자 10일 전에 오세훈 시장 만나 사실은 ‘이런 얘기’ 다 하고 오 시장께서도 흔쾌히 동의했다. 걱정말라”
“다 했다는 이런 얘기”란 바로 [뉴타운]약속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MBC 신경민 엥커와의 9시 뉴스 대담에서 정몽준의 발언을 부인했고 정몽준은 도리없이 거짓말쟁이가 됐으며 상대후보한테 고소를 당했다.
6선 의원에다 당대표로 출마한다는 소문도 있고 용꿈도 꾼다는 사람이 여기자 성희롱이나 하고 하지도 않은 오세훈 시장의 [뉴타운]약속을 당당하게 지역주민들에게 뻥을 쳤는데 이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준 동작 ‘을’ 주민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선만 시켜 준다면 지렁이도 회로 먹는다는 후보라지만 [뉴타운]공약은 완전무결하게 국민을 등신으로 만든 사기극이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사기 친 면면들이 찬란 무쌍한데 예우차원에서라도 이름을 밝혀줘야 하는 게 아닐까.
특히 총선이 끝난 4일 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추가지정불가’ 발표 후 해당지역 서울시민들이 겪은 배신감과 자괴감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용서를 빌라는 의미에서 고귀한 이름을 밝힐 필요가 있다.
사실 [뉴타운]공약은 서울 격전지의 당락을 가르는 변수였다. 특등공신이었다. 엎드려 절해야 할 은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호칭 생략하고 이름 올린다고 불경죄로 다스리지 마시라. 이미 [뉴타운]수혜자로 언론에 오르내렸으니 화 낼 일도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순서없음)
신지호, 정태근, 진성호, 장광근, 김용태, 정몽준, 윤석용 안형환, 현병경, 구상찬, 유정현, 홍정욱, 정태근, 강승규, 윤석용, 김효재, 홍준표
통합민주당.
최규식, 추미애, 전병헌, 김희철, 김성순
[뉴타운]공약이 순전히 뻥이라 해도 이건 국회의원이 할 공약이 아니다. 총선이 구청장 선거인가. 시의원 선거인가. 낙선했지만 김근태 정동영도 [뉴타운]공약을 했다.
이러면서 무슨 대권 꿈인가. 떨어진 유인태는 “뉴타운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할 공약인가. 나도 했지만 부끄럽다. 정치문화가 굉장히 후진한거다”라고 반성했는데 떨어지고 나서야 부끄러웠나. 처음부터 하질 말았어야지.
거짓말 공약을 한 당선자 중에 정몽준, 안형환 등 일부는 허위 사실 유포로 고발됐고 오세훈 시장이 ‘뉴타운 추가지정 및 확대불가’라고 밝힌 다음에 당선자들도 고발을 당하게 됐다.
도대체 오세훈 시장은 뭐하는 사람인가. 그는 분명히 선거전이 한창이던 3월28일 “총선 이후 경제상황이 허락하는 시점에 [뉴타운]을 10곳 이하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이게 [뉴타운]가시화가 아니라고 하면 네 살짜리 내 손자가 웃는다. 후보들이 얼씨구나 할 것은 불문가지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지역구가 10곳 안에 든다고 뻥칠 것을 몰랐는가. [뉴타운]말 안하면 후보 축에도 못 낄 판이었다.
이처럼 난리법석을 떠는 선거기간 중에 [뉴타운]가시화 발언을 한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아무 말도 없었다.
해외출장 갔었나. 실어증에 걸렸나. 왜 말을 안했나. [뉴타운]지정은 재임시 절대 없다는 말은 ‘금기어’였나. 실어증은 선거가 끝나면 낫는 병인가.
서울강북 지역에 집값이 뛰고 있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다. [뉴타운] 바람에 가슴이 부풀었던 주민들은 완벽한 바보가 됐다. 처참하게 당했다.
늘 그랬다. 늘 사기를 당했다. 다음에는 안 당할 것인가. 또 당할 것이다. 그걸 정치인들이 알기에 마음 놓고 사기를 친다. 정치인들은 사기의 달인이고 국민은 속는데 달인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으로부터 확약을 받았다는 ‘사기낚시’로 표를 얻은 후보는 매표를 한 것이나 다름없는 타락선거의 주범이다. 주민들에게 뭐라 할 것인가. 오세훈 시장에게 사기 당했다고 책임을 전가할 것인가.
강남의 부동산 투기 전염병이 강북으로 옮아 왔다. 병균을 전염시킨 것은 오세훈 시장과 총선 후보자들이다. 이들이 국민을 위하는 대표들인가. 말 좀 들어보자.
총선은 끝났다. 고소고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늘 그랬었다. 그러나 국민은 결과를 안다. 조사한다고 질질 끌다가 세월 다 간다.
국민이 조사를 믿는가. 웃자. 웃는다고 정치인들은 따라 웃지 말라. 국민한테 사기 미끼 물리고 그냥 웃어넘길 것인가.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제대로 된 나라다. 도둑놈과 사기꾼에게도 명예가 있다고 하지 않던가. 명예를 생각해야 사람이다.
금배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 배지를 달아도 명예를 잃으면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국민들은 [뉴타운] 사기낚시꾼인 오세훈 시장을 비롯해 거짓공약으로 금배지를 낚은 당선자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불의를 잊어버리는 자는 악의 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