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리 의혹‘폭로부터 특검’까지 긴박했던172일간의기록
삼성 비리 의혹‘폭로부터 특검’까지 긴박했던172일간의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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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 폭로 … 숨죽인 삼성 … 칼겨눈 특검…그 결과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그룹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가 지난 4월17일 발표됐다. 이번 특검의 발표는 그룹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금융계좌 및 계열사 주식을 이용해 관리돼온 거액의 자금을 ‘이 회장 차명재산’으로 확인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4조5000억원대의 차명재산이 모두 이 회장 개인 돈이라는 삼성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봐주기 수사로 의혹을 완전히 풀지 못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시사신문>이 비자금 폭로부터 특검 결과까지 172일간의 기록을 따라가 봤다.

▲ 국민적 이목이 모아진 삼성특검이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99일간의 수사를 통해 여러 성과를 올렸지만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사진 맹철영 기자.
김용철 비자금 폭로…차명계좌·불법 경영 승계 '도마 위'
이건희 이하 전현직 임직우너 줄소환…10명 기소 마무리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 사건의 촉발은 지난해 10월29일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 50억원 비자금 차명계좌 및 정·관·법조계 로비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3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검찰청과 중앙지검에서 (수사)검토해 보겠다”고 밝히면서 수사의 결정적 전기가 마련됐다.

특검팀 출범, 삼성과 신경전

11월5일 김용철 변호사와 정의구현사제단은 2차 기자회견을 갖고 “떡값 검사 리스트에 최고위급 검사 여럿 포함됐다”고 밝혔고 여론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참여연대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5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특검 소환 장면.
같은 달 12일 김 변호사와 사제단은 3차 기자회견을 갖고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 등 전현직 검찰 수뇌부 3인의 ‘떡값’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은 11월13일 김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삼성비자금 특검법이 국회 제출됐고 15일 삼성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설치됐다.

11월23일 삼성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했고 올해 1월10일 조준웅 특별검사를 정점으로 특별검사보와 파견검사 각 3명,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특별수사관 27명, 검찰청·국세청·경찰청·금융감독원 직원 40명, 사무보조원 17명 등 91명의 특검팀이 출범했다.

삼성특검팀은 출범 나흘 만인 1월14~15일 삼성그룹의 심장부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 집무실인 승지원과 삼성전략기획실을 처음으로 압수수색 했고, 이 회장 및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자택, 에버랜드 미술품 창고 등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며 수사에 의욕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과 삼성 측은 증거확보를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삼성은 전 계열사의 문서를 폐기하고 직원들의 e메일을 삭제하는 등 철저히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특검 소환 장면.
1월18일 성영목 신라호텔 사장을 첫 소환하면서 김상기 삼성벤처투자 사장, 윤형모 삼성화재 부사장,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등 소환 인원만 100여명을 넘을 정도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줄소환이 이어졌다. 여기에 2월1일 서미갤러리의 비자금 논란을 불러일으킨 ‘행복한 눈물’이 공개됐다.

지난 2월 중순부터는 ‘삼성 황태자’ 이재용 전무, 이학수 부회장,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 핵심 참고인을 연이어 소환하며 수사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3월13일 ‘e삼성’ 사건 피고발인 이재용 전무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고, 참여연대가 ‘e삼성’ 항고장을 제출했지만 검찰이 항고를 기각했다.

특검수사의 정점은 비자금을 통해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을 2일 소환조사한 데 이어 4월4일과 11일 이 회장을 두 차례 소환하면서 과연 삼성을 둘러싼 의혹이 모두 해소될지 긴장감이 최고조를 이뤘다.

▲ 홍라희 삼성리움 관장 특검 소환 장면.
결국 홍라희 리움 관장은 지난 2일 특검에 나와 “미술품 구입 자금은 내 돈”이라고 진술, 횡령 및 배임 공범에서 벗어났고, 삼성 측 역시 이 회장의 소환을 전후해 차명자금의 출처를 “이 회장의 개인 돈”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분식회계 등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 아니라는 논리로 이 회장과 전략기획실 임원들의 배임 및 횡령 혐의 적용을 막겠다는 포석이었다.
이 회장 역시 특검에서 “차명자금은 선대 고(故)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돈”이라고 진술, 비자금 조성 및 관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봐주기 수사 비난 여론도…

▲ 조준웅 삼성특별검사가 지난 17일 수사결과 발표를 하며 안경을 만지고 있다. 사진 맹철영 기자.
결국 특검팀은 김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 172일, 특검수사 99일만에 삼성의 분식회계를 통한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 등에 대한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차명재산은 비자금이 아닌 선대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삼성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고위공무원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버랜드 CB 및 삼성 SDS BW 저가 발행) 및 차명재산의 조세포탈 혐의는 인정, 이 회장을 포함한 이학수 부회장,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 황태선 삼성화재 대표, 현명관 전 비서실장, 박주원 삼성SDS 미국법인장, 김승언 삼성화재 전무 등 삼성 전현직 간부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켰던 삼성 비자금 사건은 ‘봐주기식 수사’라는 비난 속에 마무리됐고, 김 변호사의 폭로부터 특검 마무리까지는 172일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총정리] 삼성특검 수사결과 발표
불법 경영권 승계로 줄줄이 법정행

조준웅 특별검사는 삼성 비리 의혹 수사 결과 발표에 앞서 “성역없는 수사로 각종 의혹에 대해 충실하게 그 진상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중대한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 원칙과 소신아래 진실을 파헤친다는 신념과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수사한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이 발표됐다.

▲에버랜드 CB 헐값발행 사건
에버랜드 사건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녀들에게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현저하게 싼 가격에 발행해 인수하게 함으로써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물려줬다는 것이 핵심 의혹이다. 2000년 6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이 접수돼 검찰이 약 3년간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고, 에버랜드 대표이사였던 허태학 등 2명을 기소하면서 1심과 2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 오너와 핵심 임직원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벌인 특검은 이건희 회장 비서실의 조직적인 개입에 의해 헐값에 전환사채가 발행됐고, 이재용, 이부진 남매의 불법적인 인수절차가 진행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이건희 회장, 현명관 당시 비서실장, 이학수 부회장,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 김인주 사장 등을 특경가법상 배임죄로 기소했다. 다만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홍라희 리움 관장의 실권 여부는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기소처분했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사건
1999년 11월 이후 2차례 검찰에 고소되어 모두 무혐의처분됐던 이 사건은 특검 수사 결과, 당시 구조조정본부 재무팀장이던 김인주 현 전략기획실 사장 등이 비상장법인인 삼성SDS의 재무상태와 향후 전망을 분석한 결과,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싼 가격에 발행해 이를 이재용 등이 인수하면 시세차익이나 상장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의도적으로 싼값으로 발행했고, 이를 당시 구조조정본부장인 이학수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특검은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김홍기 삼성SDS 대표, 박주원 경영지원실장을 특경가법상 배임죄로 기소했다.

▲전현직 임직원들 명의의 차명계좌 의혹
특검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삼성증권 전직 직원의 협박 메일 등을 단서로 전략기획실이 삼성 전현직 임원들 명의를 빌려 별도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자금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삼성생명의 지분 16%가 이건희 회장의 차명지분이라는 사실을 밝혔고, 전략기획실이 삼성 임원들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자금 대부분이 이건희 회장 차명자금임을 밝혔다. 전체 규모가 4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검은 전략기획실 재무라인 임원들이 그 관리 과정에서 1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계열사 주식을 사고 팔아 남긴 차익 5643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이건희 회장,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촤광해 부사장 등 4명을 특가법상 조세포탈죄로 기소했다.

▲삼성화재 비자금 조성 사건
특검은 1999년부터 2002년 사이 삼성화재 재무책임자가 직원들을 시켜 미지급보험금을 지점에 내려준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하고, 실제로는 차명계좌를 이용, 9억8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비자금 조성의 책임을 물어 당시 재무책임자였던 황태선 현 삼성화재 대표이사를 특경가법상 횡령죄로 기소했다. 또한 특검이 삼성화재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 회계자료를 임의로 삭제한 김승언 경영혁신실장을 증거인멸과 특검법상 직무수행방해죄로 기소했다.

▲이 밖에 특검은 정관계 로비 의혹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로비 대상자 등을 내사했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고, 2002년 대선자금에 쓰였다는 삼성채권의 경우 입증할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 등 계열사의 분식회계 의혹도 혐의점을 찾을 수 없어 종결 처리했다. 비자금이 고가 미술품 구매에 사용됐다는 의혹은 홍라희 관장이 사들인 미술품의 구입 자금이 회사에서 빼돌려진 비자금이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에서 나온 개인 돈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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