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경선 불출마 선언 책임론 진화 후일 기약 포석
정동영…“새로운 삶 잘 살고 싶다. 좀 떠나 있고 싶다”
잠시 물러나 상당 기간 정치 상황 관망, 당분간 휴식기 관측
‘투사 이미지’벗고 ‘미래지향적 지도자’로 거듭나기 노력할듯
4.9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했다 나란히 고배를 마신 통합민주당의 ‘투톱’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5년 뒤 차기를 모색해야 할 이들이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 될 18대 국회 입성 실패로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정치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대표 경선 불참
우선 손 대표의 경우 이번 총선에서 개헌저지선(100석) 확보에 실패한 만큼, 당내 입지 약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17대 대선 참패 이후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선거운동을 지휘해 그런대로 선전했다. 하지만 견제 의석 확보엔 실패했고 자신도 ‘패장의 멍에’를 짊어지게 되면서 총선 패배 책임론과 맞물려 수면 밑으로 잠복해 있던 공천 갈등의 후유증이 표면화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인지 손 대표는 지난 10일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일단 전대 때까지 당을 추스르는 데 주력한 뒤 이후 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터 닦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손 대표의 경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 18대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조기에 진화하고 향후 당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 깔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대해 손 대표 측 인사는 “손 대표는 총선으로 일단 당 대표로서의 역할은 끝나는 것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당원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총선에서 개헌저지선(100석) 확보에 실패 했지만 81석이라는 ‘의미있는 의석수’를 얻은 만큼 전당대회를 무난히 치러내는 데 진력할 방침이다. 그 뒤로는 2선으로 물러나 ‘호흡 조절’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3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의미가 강하다.
손 대표 측근은 “손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당무에서 손을 떼고 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상당기간 정치상황을 관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대 의원 81명 중 20여 명을 자신의 계보로 거느릴 정도로 당내 최대 분파로 부상했지만 ‘중립’을 지켜 시비거리를 낳지 않겠다는 의도다.
손 대표는 4·9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직후 “당의 대표로써 더 많은 후보자가 당선될 수 있도록 좀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당의 지지도를 높이지 못한데 대해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대선 패배 후 충격과 좌절을 생각하면 너그러운 성원이었다”고 이번 총선을 평가했다.
손 대표는 이어 “목표가 개헌저지선인 100석이었지만, 정치 현실 감안하면 희망과 요구는 충분히 들어주었다”면서 “당 대표로서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체제가 있거나 더 나은 분이 하는 게 효과적이라면 언제든 책임을 벗을 자세가 돼 있다”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평당원으로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번 전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제 제대로 된 정당의 체계를 갖춰야 한다”면서 “공정한 선거관리를 통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대안 야당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기초를 닦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헌신”이라고 밝혔다.
“쉬고 싶다”…‘해외 외유설’
대선 참패에 이은 지역구 낙마라는 연패를 맛보게 된 정동영 전 대선후보의 경우 정치적 타격이 더욱 커 보인다. 정 전 대선후보는 ‘정몽준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재기의 발판 마련에 실패하면서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로워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당내 최대 계파를 자랑했던 정동영계 사람들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비례대표 공천에서 줄줄이 탈락해 전멸하다시피 했다. 총선에서 살아남은 정동영계는 박영선, 최규식 의원 정도다. 예전보다 힘이 많이 약해진 셈이다.
특히 지난해 대선 패배에 이어 원내 진입마저 실패함으로써 정 전 후보는 ‘정치적 암흑기’를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당분간 정치적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 전 후보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동면기’를 가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17대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이번 총선에서 고배를 마셔 민심이 결코 그를 반기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한번 증명한 까닭이다.
정 전 후보는 총선 직후 “어떤 선택이든지 국민의 선택은 옳다”며 “아프지만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겸허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이어 “상대방 후보가 많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했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이번 총선의 핵심은 균형을 잡는 것이었는데 출구조사대로라면 균형이 무너졌다”며 “앞으로 우리가 과연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정 전 후보는 또 “어떻게 여기까지 온 민주세력인데 제 대에 와서 소멸 위기를 맞았다”며 “그걸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어 몸을 던졌는데 안타깝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에 왜 나왔는지 진정성을 설명하려고 애를 썼습니다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당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며 송구스런 마음을 전했다.
정 전 후보는 당분간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쉼없이 달려온 그는 “1년 동안 사실 진이 빠졌다.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
정 전 후보 본인은 물론 대부분의 계보 인사들도 낙마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정 전 후보로서는 정치권 내에서는 당장 그 무엇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해외 외유설’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 전 후보측 관계자는 “정 전 대선 후보는 이번 주 중 선거에 도움을 주셨던 분들을 찾아 뵐 것”이라며 “향후 거취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미국 등 해외로 나가 통일·외교 분야 연구를 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정 전 후보는 최근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간 너무 정치에 얽매여 살아왔다. 훌훌 털고 쉬고 싶다”며 “당분간 여의도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심경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동안 일선정치에서 손을 떼고 새로운 삶을 잘 살고 싶다. 좀 떠나 있고 싶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는 당분간 미국 등 해외에 머물며 통일·외교 분야를 연구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측근은 “지금은 일단 훌훌 털고 떠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정치무대에서 떠나있는 기간이 1∼2년 가량으로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충전 위한 외국행 검토중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4월 9일은 참으로 서러운 날이기도 했다”면서 소회를 밝힌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패배한 뒤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해 오다 외국행으로 맘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실세로서 정권 초기 쏟아진 비판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택하려 했으나 불리한 지역구 상황 때문에 ‘꼼수’를 쓰는 게 아니냐는 음해가 제기되는 상황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출마를 결심했다는 이 의원. 하지만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맞아 쓴잔을 마셨다.
‘친이계’의 한 핵심 인사는 “이번 총선에서의 패배로 이재오는 이상득계의 힘을 받을 정몽준과 박근혜 등 대선후보급 인사들과 힘겨운 전면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의원이 당권 쟁취를 향한 싸움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의 외국행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뒤 수도권 재보궐 선거나 2년 후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활동을 재개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친이계의 핵심 인물로 실세 중 실세였던 이 의원은 총선전이 본격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차기당권 주자였다.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기도 했던 그는 이번 총선 고배로 당내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낙선으로 인한 황망한 심경이었던 이 의원은 그동안 정계은퇴를 포함한 이후 거취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거취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던 그가 결국 외국행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한 핵심측근은 “이 의원이 선거 패배 후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재충전을 위해 외국행으로 맘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떠나는)시기는 17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5월말이나 6월초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유학장소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고,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특사 자격으로 다녀온 러시아 모스크바도 검토 대상에 올라있다고 이 측근은 전했다. 이 의원이 유학길에 오를 경우 1년간 외국 대학에서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국제정치와 외교, 북한 문제 등에 천착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이 의원에게는 지난 12년간 정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특히 지나치게 부각돼온 ‘투사 이미지’를 씻고 ‘미래지향적 지도자’의 인상을 주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측근들 사이에서는 외국에 나가있는 것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고 이 의원 본인도 아직까지는 다른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