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놓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사면초가에 놓인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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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찾자니 사방에서 때려대고…”

한국은행을 향한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24일 한 강연에서 “우리나라의 금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고 금리격차도 크다”며 또다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강 장관에 이어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지난 4월23일 기자회견에서 “물가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가세했다. 금융위원장이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중경 재정부 차관은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에 1999년 6월 이후 한 차례도 행사된 적이 없던 ‘열석발언권’까지 들먹이고 있다. 연 6~7% 성장을 목표로 내건 이명박 정부로선 금리인하는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다. 경기를 살리려면 저금리가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성태 한은 총재 입장에서는 물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돼 물가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전방위 압박은 이 총재에게 난감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고,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정부 각처의 압박을 고스란히 받아야 되는 형국이다. 현재까지 한은은 금리인하 요구에 대해 불만을 토해놓지만 이 총재는 이미 4월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플레 위험보다 경기의 하방리스크를 강조해 5월이후 기준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놓은 바 있다.

금융계는 이 총재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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