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 상승, 생선값 폭락 등으로 생존의 기로에 놓인 어민들의 마음에 못을 박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협 위판장에서 중국산 농어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것이다. 이 수협 위판장에는 “수입산 고기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플랭카드까지 붙어있었다. 수협을 믿고 거래한 소비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본 셈이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수협의 비리. 세간의 불신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사고, 어민 권익 위한 조합은 "믿으면 손해(?)"
어민의 권익보호와 건전한 수산물 유통질서 유지가 목적인 수협이 얼마나 그 역할을 다 해내고 있을까. 분명 수협은 어민 생활에 필요한 활동과 긍정적인 기능이 있지만 이를 깎아먹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연이은 횡령사건으로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는 수협에서 또다시 소비자를 속여 잇속을 챙기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산 국내산으로 속여 팔아
지난 4월24일 전남 고흥지역의 한 수협 직원들이 수산물 유통업자들과 짜고 중국산 활어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유통시켜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전남 여수해경은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시가 3억6000여만원 상당의 살아 있는 농어 3만3000여㎏을 수협 위판장을 통해 시중에 유통한 박모씨 등 수산물 유통업자 4명을 사기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어민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판매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위판장에 상장된 중국산 활어를 국내산인 것처럼 중매인들에게 판매한 고흥 수협직원들이다.
이 수협 위판장에는 “수입산 고기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대형 플랭카드가 붙어 있다. 이를 믿은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본 상황이다. 수협 측은 이 곳에서는 마치 국내산 수산물만 위판하는 것으로 믿게 한 뒤 박씨 등이 내놓은 수입 활어를 경매에 참여한 중매인들에게 판매했다. 현재 해경은 경찰은 수협 측이 판매수수료를 받기 위해 이를 수입인 줄 알면서도 눈감아 줬다고 보고 유통업자들과 함께 수협직원 4명도 입건한 상황이다.

사실 이 같은 수협의 범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 3월에는 수협직원이 고객의 예탁금 91억원을 횡령했고, 지난 2월에는 영세어민들에게 되돌려줘야 할 이자 수수료를 가로챈 전북·남지역 수협직원 7명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1월는 고객의 예탁금을 빼돌려 자신의 채무를 변제한 충남 서천 수협의 한직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제는 수협 위판장 에서조차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되는 상황, ‘이곳은 믿을 수 있겠지’ 하는 소비자의 믿음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월부터 벌어진 수협의 비리사고는 약 10건이 넘는다. 거의 달마다 터진 셈이다. 하지만 수협중앙회의 반응은 미온적이기 그지없다. 수협 중앙회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중앙회 차원에서 공문을 접수하거나 한 일이 전혀 없다”면서 “사실 지방 조합과 중앙회는 전혀 다른 법인으로 잘 알 수 없다”라고 밝혔다.
힘든 어민에게 의지는커녕
하지만 수협중앙회가 수협 지방 조합에 대해 지도, 감독의 의무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 수협중앙회에서는 47개 지방 조합에 대해 정기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할 만큼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수협중앙회를 향해 터져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전남도 어민들은 최근 기름값 폭등, 생선값 폭락, 흉어의 삼중고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의지가 되고 도움이 돼야 할 수협이 앞장서서 생계를 위협한다는 빈축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어민의 조합이 정말 누구를 위한 조합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 수협중앙회 ‘MB계 보은인사’ 논란
“뇌물로 징역 살아도 수협 인사 문제없다!”
수협이 새 경제사업 대표이사를 두고 시끄럽다.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 인사가 MB코드라는 이유만으로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까닭이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4월2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수협 2층 강당에서 이종구 회장과 전국 회원조합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고 대표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박규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보를 새 경제사업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논란의 핵심은 박 대표이사의 도덕성 문제에 따른 자격 시비다. 박 대표이사는 지난 99년 한ㆍ일 어업협정 당시 한국측 수석대표로 어민들이 협상과정에서 쌍끌이 어업이 통째 누락된 사실을 알렸음에도 이를 제외하고 협상을 마무리 짓는 등 국내 어업인을 도외시한 부실한 협상으로 지탄받은 인물이다. 더욱이 그는 한ㆍ일어업협정 타결직후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수산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혐의가 밝혀지면서 뇌물수수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그가 경제사업 대표로 선임된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이사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 특보를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상임 전문위원을 맡는 등 현 정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추천 배경을 둘러싼 보은인사 의혹이 무성해지는 대목이다.
이에 일부 회원 조합장들은 박 대표이사 추천한 데 대해 추천기준을 공개하라는 질의서를 추천위원회에 보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어민을 위한 조직의 경제사업 부문에 뇌물로 구속된 전적이 있는 인사를 앉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반면 수협중앙회 측 관계자는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경제대표이사 추진위원회에서 추천한 인물인 만큼 중앙회에서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면서 “절차적으로 아무 문제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선출된 박규석 경제대표이사의 임기는 5월11일부터 시작해 4년 동안이다. 그가 임기동안 선임과정에서 불거졌던 논란을 종식시킬 능력을 보여줄지 우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