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 판정이 어떻게 경찰에 임용됐나?"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용희)는 14일 허준영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경찰총수로서의 자질과 업무 수행능력,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허 후보자가 대학 재학시절 1년간의 군 보충역 복무를 마친 경위, 병적 기록표상 고도근시와 색맹으로 기록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간부로 특채된 점 등 임야 4만평 매입 및 주식 투자, 부인의 국민연금 납부기피 의혹 등 개인신상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색맹으로 보충역 받고, 경찰엔 어떻게 임용됐나?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 서병수 의원등이 "보충역이 된 사유를 본인이 모른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당시 병적기록부의 기재(나안시력 0.08, 0.06)가 잘못된 것이냐"라고 재차 물었으나, 허 후보자는 "저는 당시 현역판정이 나올 줄 알았다"며 "이후 공무원 취임 신체검사등에서는 색맹도 다 정상이 나와 그 당시에 왜 그러한 판정이 나왔는지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 후보자는 당시 보충역을 휴학원을 내지 않은 채 재학하며 복무한 것에 대해서도 "휴학 혹은 졸업을 해야 군에 갈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지 당시 몰랐다"며 "학교에서도 특별한 제재가 없어 수업을 들으며 복무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용산 국군영화제작소 초소 경계병으로 24시간 근무하고 48시간을 쉬었는데, 당시는 수업과정이 까다롭지 않아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다만 그당시 학업에 불성실해 4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허 후보자는 또 "청문회가 아니었으면 보충역 복무 사실을 부하직원들이 몰랐을텐데 5만 전의경 지휘 입장에서 현역을 못한 것이 민망하다"며 "그러나 그 때는 베이비붐 세대가 군에 갈 시기여서 상대적으로 현역을 적게 뽑았다"고 시종일관 의혹을 부인했다.
◆세금 탈루 의혹... "잘못있으면 시정할 것"
열린우리당 양형일 의원이 88년의 4만평 임야 매입과 2002년의 배우자 명의의 비상장주식 1만3천주(약2억)에 대해 묻자 허 후보자는 "그 땅은 당시 어려운 형편의 부동산 업자인 친구를 도와준 셈치고 제가 5천만원을 맡겼는데 그 친구가 첩첩산중의 임야를 사 본전도 못찾고 처분했다"고 말한 뒤, 주식투자에 대해서는 "저는 요즘 공직자에게는 청빈보다는 정당한 방식의 재테크등 청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처의 아는 사람이 건실한 기업인이기에 정당한 투자를 했다"고 답했다.
허 후보자는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이 '부인이 99년부터 5년동안 총 부동산 임대소득 3천만원이 있음에도 국민연금 가입신고를 해태하고 연금을 납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국민연금 건은 솔직히 지난해 4월 고지를 받기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으며 그 이후에는 다 납부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해서도 "세무사가 알아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혹시나 추가로 잘못된 게 있다면 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는 사람이라고 집 담보저당 2억 투자하나"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허 후보자는 울진군의 임야를 1천8백만원에 구입해 2004년 6월에 1천4백만원에 팔았다고 밝혔다"라며 "부동산 매매 대금은 1천4백만원으로 기재됐는데, 대구지방법원 울진 등기소에 신고한 매매가 2천만원으로 돼 있다. 이중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 아닌가"라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허 후보자는 "점심때 알아봤는데, 우리가 받은 금액은 1천4백만원이 틀림없다"라며 "잘은 모르겠지만, 매수자가 나중에 더 비싼 값을 받으려고 2천만원으로 신고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또 허 후보자가 배우자 명의로 시그마텔레콤 주식 1만4천주를 구입한 것과 관련 "처의 아는 사람이 건실한 기업인이기에 정당한 투자를 한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허 후보자는 6억7천만원의 재산 가운데 2억원을 이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를 위해 노후연금도 해지하고 살던 집도 담보를 잡혀 대출을 받았다"라며 "단지 인간관계 얽혀 있는 분을 돕기위해 집까지 담보를 잡히나, 납득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시그마텔레콤의 연도별 매출 실적 그래프를 들어 보이며 "이 회사가 상장이 된다면 상당한 차익을 볼 수 있다"라며 "한탕주의를 노린 속칭 '묻지마 투자'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허 후보자는 "나는 공무원으로서 재산이 다 공개돼 있다"라며 "그래서 나는 투기를 할 여지가 없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허 후보자는 "내가 여러 가지로 미숙해서 그렇다"라며 "정말 사람을 믿었고 투자방법도 굉장히 서툴렀지만, 세상 물정에 밝지 못한 행동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허 후보자는 "내가 알기론 아직 산값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김기춘 "검찰 지휘권 벗어나선 안돼"
이날 오후 청문회 초점은 검·경 간의 논란이 일고 있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 지금까진 실제 수사업무의 대부분을 사법경찰이 처리하고 있지만, 경찰은 사건마다 검사의 구체적인 지휘를 받아 수사하도록 돼 있어 경찰의 수사 활동에 대한 책임성이 결여되고 윤리의식이 약화되는 면이 있고, 피의자들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불필요한 중복수사도 실시되고 있어 수사권 독립에 대한 필요성은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대부분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공감했고, 허 후보자도 서면 답변서에서 "현행 권한집중형 수사구조를 민주분권적 수사구조로 개선해 대부분의 범죄수사를 도맡고 있는 경찰이 주체적으로 국민에 책임을 지고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했지만,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이 "경찰이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벗어나선 안된다"라고 이의를 제기해 허 후보자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김 의원은 "허 후보자가 말하는 경찰의 독립은 수사의 개시, 진행, 종결, 구속, 압수수색 등 기소권까지 독단으로 하겠다는 것이냐,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허 후보자는 "수사의 개시와 진행을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수사의 지휘권은 수용하지만, 수사에 관한 일반적인 기술 제정권을 갖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때문에 경찰 수사를 검찰이 방해하거나 제동한 경우가 있냐"고 캐물었고, 의원들의 답변에 별달리 반박하지 않던 허 후보자는 "그런 경우가 있다. 내사 단계에서도 검찰에서 가지고 가는 경우가 있다"라고 반박했다.
허 후보자는 "검찰 사무직원이 문제가 있는 경우 경찰은 손을 못대는 경우도 있다"라며 "수사 지휘 제도로 국민들이 불편을 받는 경우도 있다"라고 김 의원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한편 행자위는 청문회 결과를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보고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한다.
경찰청장은 국회의 동의를 요하거나 국회에서 선출하는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없이 청문의결서 채택만으로 검증 절차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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