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떠나도 고언 “박근혜, 차라리 울어라”
몸은 떠나도 고언 “박근혜, 차라리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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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은퇴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

18대 총선 불출마와 정치 은퇴 선언을 통해 여의도를 떠나겠다는 뜻을 밝힌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회고록 ‘굿바이 여의도’를 통해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김용갑 의원은 자신의 12년 의정생활이 고스란히 녹아든 ‘굿바이 여의도’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따끔한 질책을 퍼붓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에 대해 “당선 후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보면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가 불현듯 떠오른다”며 “의욕만 앞설뿐 민심과 따로 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언젠가 이 대통령은 ‘돈 많은 게 무슨 잘못인가. 일만 잘하면 되는 거지’라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그건 전형적인 CEO 출신 대통령의 모습”이라며 “국민의 대통령이라고 하면 국민의 심정을 보듬을 생각은 없이 무조건 일을 밀어붙이는 불도저형이어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힘들어 하는지 일일이 살펴 그야말로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인간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의원은 또 “대통령의 자리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달라서 하루아침에 뭘 뚝딱 해치우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면서 “대통령은 더디 가더라도 전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가야 한다. 성공한 CEO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체질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해 최근 이 대통령이 처한 정체를 벗어날 방법으로 ‘완급조절’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인사파동에 대해 “자기를 반대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내각이나 청와대에 포진시켜 같이 가면 균형을 유지하고 또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가면서 더 잘 할 수 있다”며 ‘반대파의 중용’을 조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에 대한 고언에서 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박근혜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향후 그녀의 입지와 정치 생명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18대 총선 공천을 거론한 김 의원은 “누가 봐도 명분이 약한 ‘친이명박 라인 만들기’에 다름아니었다”면서 “박근혜, 그녀는 이제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불리해도 원칙을 지킨다”며 다만 “박 전 대표의 행보는 간혹 지나치게 원칙에 얽매일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원칙에 얽매인’ 사례로 든 것은 18대 총선 공천 후 친박 인사들의 탈당 때 “살아서 돌아오라”고만 하고 일체의 반응을 자제했던 점이었다.

김 의원은 “파워를 발휘할 수 없는 원칙은 공허하다”면서 “필요 이상의 원리 원칙에 스스로를 옥죄면 안 된다. 원칙을 지키는 일은 아름답지만 ‘원칙을 위한 원칙’이라면 그런 굴레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필요 이상의 원리원칙에 스스로를 옥죄는 대신 ‘차라리 울어라, 박근혜!’”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밖에 퇴임 후 자신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나 역시 현직에 있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리 호의적인 기억이 별로 없지만 고향마을 사람들과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세상사를 나누는 모습에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평했다.

김 의원은 회고록 ‘굿바이 여의도’를 “현실 정치에선 한 발 물러나지만 영원히 국회의원 김용갑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어느 보수주의자의 봄날 연서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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