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 재보선 전 확실한 민심돌리기 카드 ‘뉴타운 청문회’
서울지역 재·보선 지역 선점에 줄줄이 이어질 선거 포석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과 척두며 뉴타운 논란 비껴가기
당 내 차기 서울시장 둔 갈등 ‘큰 불 먼저 끄자’로 선회
통합민주당이 한나라당 당선자들의 뉴타운 공약에 대해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다. 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뉴타운 공약을 내세웠던 한나라당 당선자들을 겨냥, 연일 포문을 열고 있다.
히든카드 ‘뉴타운’ 역풍
민주당이 이처럼 ‘뉴타운’ 공약에 열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뉴타운 공약이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의 향배를 가른 최대 쟁점이었다는데 있다.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접전지역을 늘리며 의석수 확보에 대한 희망을 키워갔다. 그러나 ‘뉴타운’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뉴타운 공약을 들며 오 시장과의 약속을 들먹였다. 오 시장은 침묵했고 이는 곧 동의로 받아들여졌다.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로 나타났다. 접전 지역 대부분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승리한 것. ‘뉴타운’이 미친 영향이라는 게 정치학자들의 일관된 분석이었다.
민주당도 뉴타운 공약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한나라당 출신인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버티고 있는 상태에서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의 ‘약발’이 잘 먹혔다는 것.
한나라당의 히든카드는 선거 직후 양날의 칼로 한나라당 당선자들을 향했다. 뉴타운 공약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에 거짓해명과 외면으로 일관한 한나라당 당선자들에게 집중 포화가 시작된 것. 선거기간 뉴타운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오 시장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민주당은 뉴타운 발언과 관련 “관권선거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면서 “이런 엉터리 사기극에 울고 웃는 대한민국 서민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조속히 결론을 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정몽준(동작을), 안형환(금천), 현경병(노원갑), 신지호(도봉갑), 유정현(중랑갑) 등 한나라당 소속 서울지역 당선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뉴타운 허위 공약을 내세웠다는 이유 등으로 검찰 고발했다.
또한 최고위원회를 거친 ‘뉴타운 대책위원회’를 구성, 뉴타운과 관련한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많은 분들이 분개하면서 뉴타운 공약에 사기 당했다고, 한나라당이 사기치고 있다고 한다”며 “잘못된 정치 관행을 뿌리 뽑고 건강한 정치를 위한 바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효석 원내 대표도 “뉴타운 발표는 완전히 ‘떴다방’이다. 한건 해먹고 튀는 ‘떴다방’에 많은 민주당 의원들이 수도권에서 박빙으로 졌다”며 “이미 세 사람을 고발했는데 나머지도 추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추가 고발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 지역에 출마한 각당 후보들에 따르면 뉴타운 추가 지정이나 조기 착공을 공약한 지역구는 모두 29개였다. 당별로는 한나라당 후보가 24명, 민주당 후보가 23명이었다.
차기 위한 ‘포석’
민주당은 서울지역 참패의 원인이 되었던 뉴타운 공약에 관해 이를 갈고 있다. 당의 공식적인 대응뿐 아니라 박영선, 추미애 의원 등 통합민주당 서울지역 국회의원 당선자 7명도 오세훈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의 뉴타운 허위 공약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데 대해 공식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에서 ‘뉴타운 청문회’를 주문하기도 했다. 당은 “(오 시장과 당선자들이 뉴타운 공약과 관련) 서로 다른 말 하고 있는 사람들을 (국회로) 불러내서 국민들의 궁금증을 밝히는 것 중요하다”면서 “뉴타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뉴타운 공약) 청문회를 추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를 정치술수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야당이 진실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위한다면 더 이상 국민을 당리당략의 볼모로 삼아 임시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뉴타운 공약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는 데는 ‘뉴타운 효과’가 쏠쏠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뉴타운 공약이 논란을 일으키며 한나라당에 표를 줬던 이들이 돌아서고 있는 것.
민주당은 곧 있을 6·4 재보선에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6·4 재보선에서는 상반기 재·보궐선거 대상지역이 모두 47곳이다.
일부 인사들의 총선 출마로 인해 공석이 된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기초의원들을 선출하기 위한 재보선이 치러진다. 재보선이 실시되는 선거구는 서울 강동구청장을 비롯해 대구 서구청장, 인천 서구청장, 포천시장, 고성군수, 영광군수, 남해군수, 거창군수 등 8개 기초단체장이다. 여기에 28개 광역의원과 11개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도 같은 날 실시된다
그동안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은 한나라당이 독식하고 있었다. 지난 총선으로 국회까지 한나라당 색으로 물들어 버린 상태. 이번 재보선에서의 역전으로 야당으로의 정체성을 세우고 발언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반을 세운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4 재보선을 위한 단기 전략만은 아니다. ‘뉴타운’이 서울시민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파워를 발휘한 만큼 차기 수도권 재·보선 지역을 늘리는 데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오 시장과 한나라당 당선자들이 뉴타운 허위 공약으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이는 곧 현실이 될 수 있다.
또한 차기 서울시장 선거도 중요하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이들이 대권도전 플랜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뉴타운 공약 논란을 차기 서울시장 선거까지 겨냥한 물밑작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오세훈 시장이라는 차기 주자에 대한 흠집내기도 될 수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은 서울시장 재도전과 대선도전 플랜을 짜고 있다”며 “차기 혹은 차차기에서 주요 대선주자로 떠오를 수 있는 오 시장의 발목을 잡아두는 것도 먼 훗날을 생각한다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뉴타운에 꼬인 한나라당

당선자들은 “자기만 살겠다고 발을 뺐다”며 오 시장을 비난했다. 당 중진의원 중에는 “다음 서울시장 선거에 오 시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실상 이러한 집안싸움에는 ‘차기 서울시장’이라는 간판이 놓여있다. 홍준표·맹형규·공성진 서울시당 위원장·정두언 의원 등 차기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중인 이들이나 잠재적 서울시장감으로 고려되고 있는 원희룡, 박진, 나경원, 진영 등 차기 주자들의 견제심리도 은연 중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오 시장이 서울시장 재선을 통해 대권에 한 발 더 가까이 간다면 ‘대권후보’를 준비중인 한나라당 의원들 입장에서는 달가워할 수만은 없는 일이 되어 버린다는 것도 오 시장과 당이 각을 세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 시장과 당은 결국 한발씩 물러서는 것을 택했다. 계속되는 야권의 공세에 대안을 모색키로 한 것. 오 시장은 한나라당 뉴타운 긴급대책 소위 소속 정태근 위원장과 권택기, 김성식, 강용석 당선자 등 서울지역 당선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뉴타운 사업이 필요하다는데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또한 앞으로 지속적인 당정협의를 벌이기로 했다.
오 시장은 뉴타운 추가지정과 관련 “적절한 시기를 봐서 추진하겠다는 말이 와전됐다”며 추가지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추가 지정 여부를 한나라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뉴타운 공약’은 민주당에게 큰 효과를 줄 수 있는 카드기도 하지만 오 시장에게도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느쪽이 더 큰 이익을 얻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