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신 권력구도, 치열한 당권 투쟁 전주곡 흐른다
박근혜, 친박 복당 물거품되면 홀로 당권 도전 혹은 탈당
정몽준 인맥 기근, 돌아선 당 원로그룹 때문에 갈팡질팡
계파간 당권잡기 프로젝트 가동, 차기 당권 누구 손에?
한나라당 당권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초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등이 앞으로 나서며 전면전을 예고했던 것과는 달리 원외 친박 인사등의 복당 등 복잡한 현안을 이유로 탐색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숨 죽여 ‘쉿’!
당권 경쟁의 주역이었던 박 전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쉽사리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당외 친박인사들의 복당과 관련한 고민이, 정 최고위원의 경우 당 내 좁은 입지로 인한 곤혹스러움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박 전 대표에서 친박 복당은 절박한 문제다. 공천에서 잘려나간 팔다리가 총선에서 생환, 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으나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적지 않은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당외 친박인사들에게 ‘단일대오’를 주문했다. “살아 돌아오라”는 한마디로 떠나보냈던 측근들. 박 전 대표는 이제 살아온 이들을 한나라당의 품는 것으로 수장으로서의 역량을 재평가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처한 상황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등을 떠밀리고 있는 형국”이라며 “18대 국회가 시작되면 당외 친박은 생존을 위해 움직이게 된다. 이것이 박 전 대표의 뜻과 같을지 그렇지 않을 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친박 복당에 대한 박 전 대표의 강한 제스처를 “갈라지기 시작하는 친박을 다독여야 한다는 위기감”때문으로 분석하며 “복당이 이뤄지느냐 이뤄지지 않느냐는 차후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복당이 되면 새롭게 계파를 규합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복당이 어려울 경우 당을 뛰쳐나오거나 당 내 친박인사만으로 독립전선을 형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친박 일각에서도 “친박 인사들의 복당을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해 달라”는 박 전 대표의 요구에 최고위원회가 “복당문제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며 유보결정을 내린 데 대해 “박 전 대표 홀로라도 당권 경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7월 전당대회 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대신 나간 이들을 전부 복당시켜 주기 바란다”며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카드를 내밀었었다. 그러나 복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권에 도전,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친이계 일각에서도 ‘화합’ ‘동반자’등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지원하고 있다. 안국포럼의 좌장 백성운 당선자는 “박 전 대표가 당대표에 나선다면 충분히 지지할 수 있다”며 그의 당권 도전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어디까지나 국정의 큰 부분을 서로 협의해서 잘 풀어가는 동반자적인 관계”라며 거리 좁히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박힌 돌 빼려니 “힘들어”
박 전 대표의 고민이 밖으로 나간 이들 때문이라면 당 내로 들어온 정몽준 최고위원은 약한 기반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에 합류, 친이로 분류됐다. 그러나 원로파, 안국포럼팀, 이재오계 등 당 내 주류와의 거리감은 여전하다. 친박 복당과 관련한 사안에 대한 질문에 “당선되면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하면 가는 게 순리”라고 말하는가 하면 “날 중립이라고 하면 말하겠다”고 해 친이 혹은 친박으로 분류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냈던 정 최고위원이지만 최근에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친박 복당문제에 대해 “시간을 두고 보자”고 반대 입장을 나타내 복당 논의를 유보시켰다. 정 최고위원의 이러한 태도변화는 당 주류와의 코드 맞추기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의 당내 영향력은 여전이 좁다. 그의 인맥은 정치권 안보다는 밖에 포진해 있어 당 내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인맥에서는 오랫동안 대한축구협회장을 맡으며 쌓은 김정남·허정무 허재 감독, 안정환·안현수 선수 등 스포츠 스타들과의 인연이 두드러진다. 가수 김흥국씨 또한 ‘축구’로 맺은 인연이다.
이는 곧 당 내 정 최고위원의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방증이기도 하다. 당 내에서 정 최고위원과 친한 인사로는 홍정욱 18대 총선 당선자가 꼽힌다. 정 의원은 홍 당선자 부인의 이모부로 홍 당선자와는 인척관계다.
또한 총선 때 유세를 도왔던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이나 정치적 후견인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한승주 전 고려대 총장서리가 주요 인맥으로 꼽힌다.
정 최고위원을 밀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던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손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지원이 전략적 판단이었던 만큼 상황변화에 따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정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주선했던 박희태 의원도 당권 도전 의사를 은연중 내비침에 따라 정 의원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외각 조직이 아무리 잘 갖춰졌고 대선에서의 이명박 후보 지지, 총선에서 전략 출마 등 명분을 쌓았다고 해도 인맥과 주류의 도움이 없는 한 당권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추대론, 뉴페이스론 격돌

그러나 차기 당 대표가 ‘화합형’ 인사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는 당 관계자들은 강 대표의 ‘화합 정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선까지 친이·친박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잘 이끌어 왔다는 이유에서다.
‘화합형’ 인사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는 공천에서 탈락한 박희태 의원도 있다. 박 의원은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당 중진으로 분류되는 친이계 인사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화합을 위해서 경륜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생각해 보겠다”고 답해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 의원이 당 대표에 나설 경우 공천 탈락의 아픔을 딛고 당 내 화합을 이끌어 낼 ‘관리형 대표’로 정치적 재기를 노릴 수 있다. 특히 5선의 정치력과 연륜이 있는데다 친이 원로그룹이 지원한다는 말이 전해지며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내가 국회의장이 돼 국회를 과거의 모습과는 다르게 바꿔나가야 되지 않겠냐”며 국회의장 출마 의사를 밝힌 안상수 원내대표도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관행상 여당의 최다선 의원이 맡는 국회의장 자리에 4선인 안 원내대표가 뜻을 보인것은 당 대표 경선을 염두에 둔 선방이라는 것.
잇딴 강경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4선의 홍준표·남경필 의원도 당권에 품은 뜻을 쉽게 저버리지는 못하는 눈치다. BBK를 방어와 각종 정치현안에 대한 일갈로 시선을 모은 홍 의원도 ‘관리형’으로 꼽힌다.
당 내 일각에서는 홍 의원과 남 의원이 각각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으로 선회, 당 내 주류와의 보폭을 좁혀가려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에서도 아직 두드러지지는 않고 있지만 인물론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직접 출마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불출마하게 될 경우 이를 대신할 ‘차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도 친박 의원들의 약진에 “알아서 할 일”이라며 문을 열어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