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한바탕 전운이 감돌고 있다. 30년을 동거해온 SK그룹의 워커힐호텔과 파라다이스그룹의 워커힐 카지노가 법정공방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사실 워커힐호텔과 워커힐 카지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착관계를 유지해온 사업으로 잘 알려졌다. 재계에서 이 소송의 배경을 둘러싸고 관심이이 모이는 이유다.
돈 안 되니 나가겠다는 파라다이스, 돈 되니 막겠다는 워커힐
파라다이스가 워커힐호텔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워커힐 카지노가 국내 최대급으로 파라다이스 매출에 효자노릇을 해왔다는 점 때문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이 보유한 5개 카지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이 바로 워커힐 카지노였다.
외국인 전용카지노로 운용된 이곳은 사실상 외국인 관광객이 적잖게 워커힐호텔을 찾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당연히 워커일호텔의 부수입도 만만치 않았다. 워커힐호텔과 워커힐 카지노의 관계가 ‘악어와 악어새’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이별 앞둔 동거인 최후통첩
워커힐호텔과 파라다이스가 동거를 시작한 것은 1968년부터다. 워커힐호텔 내 카지노 사업권은 1973년 국제관광공사로부터 SK가 받았으나 1978년 양도 계약을 통해 파라다이스에 조건부 인수됐다. 문제는 최근 파라다이스가 워커힐호텔과 결별을 준비하면서 불거졌다.
워커힐호텔로서는 파라다이스 카지노가 떠날 경우 피해가 막대하다.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음에도 워커힐호텔은 2005년까지 서울 유일의 카지노 덕분에 일정 수준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객실 판매는 물론이고 식음료 업장도 씀씀이가 큰 카지노 고객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특히 워커힐호텔에 있는 면세점은 카지노 고객이 사실상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카지노 임대료, 객실료 등으로 파라다이스가 워커힐호텔에 지불하는 금액만 연간 350억원. 카지노로 시너지효과를 누리던 부분을 감안하면 피해가 불가피한 것이다.
파라다이스 측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파라다이스가 40년간 둥지를 틀었던 워커힐호텔을 떠나는 이유는 지난해 남산 그랜드힐튼호텔에 생긴 세븐럭 카지노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운영하는 세븐럭 카지노가 강남구 삼성동에 이어 지난해 6월 명동 인근인 남산에 자리 잡으면서 워커힐 카지노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사실 그동안에 종종 워커힐 카지노의 이전설이 돌았지만 40년간의 텃밭을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두 그룹의 인간적 관계 때문에 결정에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봤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재계의 예상과 달리 결정은 빨랐다. ‘인간적 관계’보다 ‘사업적 관계’에 비중이 더 컸다는 방증이다.
친밀했던 두 기업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파라다이스가 이전을 위해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영업장 소재지 변경 허가 신청서를 내자 워커힐호텔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지노의 허가권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말에 워커힐호텔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처분 결정을 내렸고 이에 파라다이스가 3월 말 제소명령 신청서를 내자 지난 4월22일 워커힐호텔이 다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현재 쟁점은 바로 SK그룹과 파라다이스그룹의 합의서 내용이다. 현재 그룹 총수의 아버지 세대에서 이뤄진 이 합의가 아들 세대에서 법정공방의 핵심이 된 것이다.
워커힐호텔 측은 “합의서 내용이 있음에도 독단으로 이전하겠다고 하는 것은 받아드릴 수 없는 일”이라며 “계약 조건이었으니 당연히 카지노 사업권을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커힐호텔이 문제 삼는 것은 ‘1978년 합의서’다. 이 합의서에는 ‘워커힐 지하 1층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다’는 파라다이스 측과 SK 측의 명의양도 조건이 명시돼 있다.
파라다이스 측 관계자는 “그 당시와 지금은 카지노 관련법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40년 동안 카지노 사업권자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모두 행사해왔고, 기업공개를 통해 이를 재차 확인했다”이라고 반박했다.
40년 동거인에서 앙숙으로
향후 파라다이스는 워커힐 카지노를 소공동에 있는 호텔롯데로 옮길 예정이다. 워커힐 측은 종합리조트 호텔의 명맥에 맞게 카지노가 빠지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도 “파라다이스가 워커힐에서 카지노 영업을 계속한다면 원만하게 해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해결의 실마리를 열어놓았다.
떠나려는 워커힐 카지노와 막는 워커힐호텔. 40년간 끈끈했던 이들의 동고동락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되기까지는 불과 반년도 걸리지 않은 셈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결국 돈 앞에 ‘동업자’란 순식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냉철한 시장의 논리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카지노가 떠나자니 워커힐호텔이 힘들고, 머물자니 당장 카지노가 힘든 딜레마 속에서 두 기업의 선택에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 농협, 직원 월급 돈 대신 상품권 지급해
경기지방노동청 수원지청 등에 따르면 용인 소재 신갈농협은 지난 5~6년동안 직원 월급 가운데 10만원을 현금 대신 같은 액수의 농산물 상품권으로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같은 상품권 지급은 급여가 적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은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돼있다.
이에 대해 신갈농협 관계자는 “우리농산물을 구입하자는 직원들의 의사에 따라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급여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해왔다”면서 “앞으로 이런 관행을 없애고 모두 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농협이 자사가 발행하는 상품권을 직원들에게 강매시켜 농협상품을 사게 했다는 빈축은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현재 해당 농협은 관할 노동청으로부터 조사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반면 농협중앙회는 이에 대해 “우리도 몰랐던 일로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라고 한발 늦은 대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