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의 이목을 끄는 기업이 있다. 바로 대한전선그룹이다. 공격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몸집을 키우면서 재계 자산순위 30위권(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 자산순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에 ‘화려한 복귀’(?)를 신고했다. 사실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선 기업인 대한전선. 하지만 알고 보면 내놓는 제품마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을 만큼 명실상부한 국내 전선공업의 최강자다. 한때 재계 5위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대한전선. 다시 재계 중심을 향한 본격적인 가속페달을 밟으며 주목받고 있다.
전선회사에서 종합그룹으로 ‘가속페달 밟다’
대한전선이 최근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단연 공격적인 M&A 행보가 한 몫 한다. 지난해 명지건설(현 TEC건설), 대경기계기술 인수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남광토건 인수 등 건설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전선 업체 중 하나인 프리즈미안 지분 9.9% 인수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증권가에서 이런 대한전선의 M&A 행보를 두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인수자금 조달 등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어찌됐든 최근의 건설업 강화는 1조5000억원 규모의 무주기업도시 사업자로 선정된 이유에서 보자면, 단기적 부담보다는 장기적 성장을 향한 당연한 행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신성장 동력을 위한 본격적인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셈이다.
전문경영인 체제 ‘사업다각화’
이처럼 M&A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대한전선. 그렇다면 대한전선은 어떤 길을 걸어 왔을까.
대한전선은 한때 재계 5위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잘 나가는 기업’이었다. 1955년 회사 설립 이후 개발하는 제품 대부분이 ‘국내 최초 개발’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던 ‘자천타천’ 명실상부한 전선공업 최강자다.
대한전선은 대한방직 및 대한제당과 같은 뿌리다. 전신인 대한그룹을 인송 설경동 회장이 창업한 이후 장남 설원식 전 회장에게 대한방직과 대한산업의 경영권을, 3남인 설원량 회장에게 1972년 대한전선과 대한제당을 승계해 계열분리했다.
설원량 회장 체제에서 전력 및 통신선 분야의 꾸준한 발전과 성장을 거듭해 오던 대한전선. 하지만 전선분야의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면서 한동안 정체를 맛봐야 했다. 이로 인해 ‘사업다각화’라는 방향선회를 설정한 이후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신성장 동력원 확보를 위한 경영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례로, 2002년에 무주리조트 인수를 통해 레저업 역량을 강화한 대한전선은 4년 만에 매출 680억원을 기록하며 50% 성장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무주리조트를 기점으로 캐나다, 밴쿠버 힐튼호텔을 잇는 글로벌 레저 네트워크 구축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스키장과 골프장, 산악스포츠 등 사계절 테마 중심의 세계적인 종합레저단지로 발전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성장의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무렵, 위기의 순간도 찾아왔다. 2004년 3월 설원량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한 것이다. 안정적인 후계구도가 갖춰지지 않았던 상태에서 설 회장이 세상을 뜨면서, 결혼 이후 한번도 경영에 나서지 않았던 부인 양귀애씨(현 고문)가 오너경영을 물려받았다. 경영능력에 대해 당연히 우려의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려 1355억원의 상속세를 물고 3세들이 지분승계를 무리 없이 마무리하며,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적절하게 융합해 설 회장의 공백을 메워 나갔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특히 현재 대한전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문경영인 임종욱 부회장(2003년 취임)의 공격적인 경영행보는 그룹의 성장잠재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잇따르는 M&A 행보 역시 임 부회장의 작품이라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장남 설윤석, 그룹 최대주주
현재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격은 대한전선이 아닌 삼양금속이다. 삼양금속은 무역업을 주로 하는 회사다. 1990년대 초반부터 삼양금속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3세(설윤석, 설윤성씨)들이다. 설 회장이 세상을 뜨자, 그가 보유하고 있던 삼양금속 지분 11%도 3세들의 몫이 됐다. 대한전선그룹의 지배구조는 설윤석→삼양금속→대한전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대한전선그룹의 차기 오너경영인으로 꼽는 인물은 장남인 설윤석씨다. 그는 지난 2005년 3월 대한전선 STS국내영업팀 과장으로 입사해 현재 경영전략팀 차장으로 경영수업이 한창이다. 대한전선 최대주주인 삼양금속 지분의 절반이 넘는 53.8%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대한전선(16.3%) 지분까지 보유하면서, 지분보유 현황으로만 보면 이미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 위치에 올라있다.
대한전선그룹은 삼양금속 외 윤석(16.3%), 윤성(5.8%), 양귀애(2.3%) 등 총 24.4%의 지분구조로, 트라이브랜즈(의류), 옵토매직(광섬유), 대한에스티(스텐레스), 대한위즈홈(홈네트워크), 대한리치(통신회선임대), 한국렐탈(통신장비대여), 대한테크렌(태양광발전), 다산태양광발전, 대청기업(부동산임대), 대한벌크터미날(보관창고), 인송농장(축산), 한국산업투자(금융), 케이아이파트너스(경영컨설턴트) 등의 각 분야의 계열사를 갖춘 대그룹의 모습을 구축한 상태다.
대한전선이 사업다각화를 통해 종합그룹으로서 각 분야의 성공을 이끌어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모아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