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유동성 관리에 동분서주하는 내막
유진그룹, 유동성 관리에 동분서주하는 내막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래삼킨새우’…소화불량 ‘탈날라’

최근 급성장을 해온 유진그룹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평가등급 최저인 ‘BBB-’에서 벗어나긴커녕 ‘부정적’이라는 전망을 받은 탓이다. 이를 두고 증권가 일각에서는 그동안 유진그룹이 M&A시장 대어를 연달아 인수하며 성장해온 것을 감안, 그 부작용이 찾아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진 그룹 측은 “재무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우려를 진화하기 바쁜 상황. 하지만 주가는 뒷걸음을 반복하고 있고 계열사 수익도 신통찮아 막대한 부채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 덩치 큰 M&A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두각을 나타내던 유진그룹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기업평가로부터 'BBB-' 신용등급에 '부정적'전망까지 받은 것이다.
업계에 이름 떨치는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는 막대한 부채 쌓여
신용평가 하락 가능성 보이는 와중에 재무개선의 숙제가 관건

유진그룹이 재계에 이름을 떨친 것은 불과 몇 년도 안 된 최근의 이야기다. 대형 M&A를 성사시키면서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에서만 알려졌던 유진그룹의 이름은 이제 증권분야를 비롯해 택배, 유통에까지 미치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유진그룹의 이면에는 ‘급히 먹다 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유동성 관리 비상’이 걸릴 거라는 전망부터 부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등 우려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신용평가 최하에 ‘부정적’ 전망

그 계기는 바로 기업평가에서 시작됐다.
지난 5월6일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유진그룹의 핵심 계열인 유진기업, 고려시멘트, 기초소재 세 곳의 기업 신용등급(ICR)을 ‘BBB-’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기존 ‘점진적 관찰’에서 ‘부정적’으로 부여한다”고 밝혔다.

BBB-는 투자등급의 최하단으로 한단계만 더 떨어지면 투기등급이 된다. 특히 현재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도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등급과 투기등급은 자금조달 시장에서 중대한 차이를 지닌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채 시장은 통상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이러한 유동성 위험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신용평가기관이 부여하는 신용등급은 유동성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이다. 투자자들의 발행금리 책정을 돕는 것이다.

때문에 현 상황에서 유진그룹은 금융기관의 대출 및 채권발행에 있어서도 차등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행여나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이 된다면 유진그룹에 있어서는 ‘유동성 관리 비상’이 코앞으로 다가오는 셈이다.

유진그룹을 향한 증권가 우려도 이와 맞닿아 있다. 유진그룹 4개 핵심 계열사의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2000억원이다. 하이마트 인수 전인 2006년 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유진그룹은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의 차입을 일으키는 ‘LBO(Leveraged Buy Out)’ 기법을 사용했다. 소액의 자기자본만으로 대형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 지렛대의 원리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리스크도 적잖다. 한기평 측은 “이렇게 끌어들인 금융기관 차입은 고스란히 대상기업의 재무부담으로 이전됐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유진그룹에서 연간 400억원 이상의 순금융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 기대주인 하이마트의 상장 또한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돼야 할 인수기업들의 실적도 썩 긍정적이지 않다. 전반적 시장의 경기 하락으로 지난해 인수한 로젠택배는 당초 내세우던 사업목표는커녕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유진그룹으로 배를 갈아탄 로젠택배는 124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보다 12.5% 늘었지만, 정작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모두 43억원대의 손실을 보며 적자전환 했다. 택배 ‘빅4’에 이름을 올린다는 로젠택배의 계획도 사실상 보류된 셈이다.

기대주인 하이마트 역시 상장을 준비 중이지만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자비용과 인수에 들어간 영업권의 상각을 감안하면 상장 요건을 못 맞추고 있는 탓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인수 시점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부채 문제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고 경기가 좋지 않아 우려가 일고 있지만 향후 충분히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구체적 계획이나 방안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결과로 보이겠다는 각오다.

급성장의 부작용 이겨낼까

업계 관계자는 “M&A를 통한 규모 확대는 그만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라며 “사실 자기보다 덩치 큰 기업을 삼켜 잘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M&A를 통해 가파른 성장이 가능하지만 그 그늘에는 ‘부채의 증가’라는 리스크가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유진그룹은 이 같은 리스크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기평 측은 “유진기업이 3월말 기준 현금성자산 1081억원과 매도가능증권 403억원, 보유토지 1228억원 등을 보유해 일정수준의 재무적 융통성은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채무에 따른 과도한 이자비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유진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신용등급의 위기를 유진그룹이 이겨낼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