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흥행몰이를 했던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본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국산 영화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액션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국내 최초의 액션블록버스터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제작 단계에 들어간 영화 ‘키사드(KISAAD)’가 그것이다. 키사드는 실제 소재를 영화화 한다는 것이 특징. 남북한 특수요원의 운명적 만남을 그린 작품으로, 총 3편의 시리즈로 탄생될 예정이라는 게 기획사인 벨르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영화 키사드가 더욱 기대를 모으는 것은 ‘김의전쟁’, ‘테러리스트’ 등 액션영화 전문 감독으로 유명한 김영빈 감독이 각색을 맡았다는 점 때문이다. <시사신문>이 오랜만에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된 김영빈 감독으로부터 영화 키사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권택식 액션 미학’ 평가 “저에겐 영광이죠”
“국내 정보기관을 다룬 작품의 교과서 될 것”

1992년 영화 ‘김의전쟁’(출연:유인촌)으로 데뷔한 김영빈 감독은 ‘테러리스트’(출연:최민수), ‘나에게 오라’(출연:박상민) 등 잇따라 액션영화를 만들어내며 ‘액션 전문 감독’이란 애칭을 갖고 있다. 제13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수상과 제28회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 수상 등 영화계가 인정하는 스타 감독이기도 하다.
과장되지 않는 리얼한 액션
‘김영빈’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영화계 거장 임권택 감독이다. 김 감독이 바로 임권택 감독을 대중적 스타덤에 올려 논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조감독을 맡았었기 때문. 그래서 영화계에서는 김 감독의 영화에 ‘임권택의 액션 미학이 이어 진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임권택 감독님을 스승님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다라’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너무나도 감동을 받았고, 그래서 대학 2학년 때부터 임 감독님의 문화생으로 들어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했었죠. 결국 임 감독님 밑에서 5년 반 정도 조감독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장군의 아들’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강렬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임 감독님의 액션 미학이 이어진다는 평가는 저에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김 감독이 이번엔 영화 키사드의 각색을 맡아 활동을 재개한 것. 호남대학교 다매체영상학과에서 강의를 하는 등 한동안 작품 활동을 미뤄왔던 터라 팬들의 반가움과 기대감은 더욱 크다.
영화 키사드가 김 감독의 손을 거친다는 것은 새로운 액션 미학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제 이 영화에선 거창하게 발을 높이차서 상대를 제압하여 멋있게 보이는 액션은 처음부터 없다. 특수전문요원의 살아있는 액션과 스토리가 전개되고, 액션 역시 발을 낮게 찬다.
또 일반인들이 궁금했던 특수요원의 리얼한 삶뿐만 아니라 특수요원의 탄생과정과 훈련과정이 리얼하게 묘사된다. 멋있게만 그리려는 영화라기보다는 리얼함 속에서 멋을 찾는 영화라는 얘기. 최고의 특수요원이 평생직장이 아닌 계약직이라는 것부터 기존 비슷한 소재의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세계 특수요원 중 우리나라 특수요원들을 높이 평가하는 데는 남북분단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인간한계에 도전하기 때문이죠. 바로 키사드라는 영화가 적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요원의 탄생과 특수임무를 가장 잘 담아낼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가 아마도 국내 정보기관을 다룬 작품의 교과서가 될 것이라 봅니다.”
김 감독은 액션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감독이 자신만의 개성이 있다는 말을 듣는 것은 좋은 일이죠. 제가 굳이 액션 영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아닌 제가 만든 영화들 중 액션이 강점을 보인다고 사람들이 인정해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비춰진 것 같아요. 키사드라는 액션 영화의 각색을 맡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액션은 권력에 대한 대항’
김 감독은 그러면서 한국 액션 영화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세상은 이해관계로 충돌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반영하는 거죠. 제가 생각하는 한국 액션 영화라는 것은 권력이 있고, 권력에 외소한 개인이 포기하지 않고 그에 대항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아무튼 김 감독은 현재 키사드 각색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영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연배우에 대한 구상도 이미 머릿속에 담겨져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느 배우가 어울린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영화에 나오는 ‘강흡’이라는 인물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승부근성이 강한 친구예요. 하지만 특정 신분에서 나오는 행동과 카리스마는 평범함을 벗어난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이죠. 그리고 또 한 명. ‘시우’라는 인물은 닫혀 진 사회에서 철저하게 사명감으로 이루어진 냉철하면서도 차가운 친구입니다. 오직 국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인물이죠. 무엇보다 흥행을 보장하는 배우보다는 키사드라는 역할에 맞는 배우가 우선 순위라고 해야겠죠.”
한편, 이번 영화의 기획사인 벨르코리아 측은 4년 전부터 스토리를 완성하고, 최근 소설 집필과 영화 시나리오로 재구성을 마쳤다. 현재 영화사 에이치딘 프로덕션과 손잡고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