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광장’으로 막후 움직임……안희정 최고위원 출마
한명숙 시민단체로 돌아갈 듯 최재천 인권변호사 새 삶
‘저승사자’ 박재승 대학 이사장직 복귀 오충일 종교순례
‘시골의사’ 박경철 본업 시작 최재천 인권 변호사 활동
18대 총선에서 반토막이 난 통합민주당의 불출마·낙천·낙선 의원들도 슬슬 부활을 향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친노(親盧)와 386 운동권 세력은 재결집에 나설 태세이고, 중진 의원들은 당분간 개인사업 등을 하며 중앙 정치 무대를 떠나 훗날을 도모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심상치 않는 ‘친노세력’ 행보
먼저 친노 세력의 좌장격으로 올 1월 민주당을 탈당한 뒤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외부 활동을 거의 삼갔던 이해찬 의원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광장’이란 연구재단을 출범시켰다. 이날 개소식에는 유시민·유기홍·이화영·김형주·김태년 의원을 비롯해 안희정 전 참평포럼 위원장이 참석했다.
창간 준비호 ‘광장’은 논단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구호식 대북정책과 전망을 비판하고 한반도 대운하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하며 영국 노동당의 교훈을 되새김질 한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 ‘식코’를 다시 보며 한국의 보건의료를 재점검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진보세력이 정책적 대안 제시 역량을 갖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며 “여당의 총리를 하면서 중장기 목표를 공동으로 모색하지 못해 국가적 손실을 겪는 게 너무 많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친노세력이 재집결할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 전 총리측 관계자는 “이 전 총리는 얼마 전 정책연구원 ‘광장’을 연 뒤부터 시간이 되는대로 진보정책은 생활 속에서 찾겠다는 생각으로 지방을 돌며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전문가를 직접 만나고 있다”며 앞으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현장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은 ‘개혁·진보의 싱크탱크’를 자처하며 정치적 시각을 경계하고 있지만 온통 관심은 ‘친노의 재결집’에 모아져 있다. 개소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대부분 친노그룹이란 이유에서다.
이 전 총리는 이와 관련, 정치적 확대 해석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개혁적 입장에서 국가적 진로를 찾는데 노력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다. 공공정책 연구아카데미 개설, 토론·강연회 등 정책 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7대 대선과 18대 총선과정을 거치며 이들이 공식석상에 일제히 모이기는 처음이다. 이와 함께 한 전 총리는 30일 일부 친노 인사들과의 연이은 만남을 계획하고 있어 정치적 구심점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광장’은 계간지 ‘광장’을 발간하고 ‘이슈 브리핑’을 격주로 발행하는 한편 자체 토론회와 강연회도 준비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1980년대 초반 서울대학교 앞에서 ‘광장’이란 서점을 운영한 적이 있으며 연구재단 ‘광장’의 이름도 거기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 팔로 꼽혔던 안희정 전 참평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주변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제의받고 진로를 고민하다가 지난 10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통합민주당에는 지금 새로운 리더십과 변화를 향한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면서 “7월로 예정된 통합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민주개혁 세력의 적자’라고 강조하면서 민주당을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며 “내가 최고위원이 되면 민주개혁세력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감옥 운동장 담벽의 민들레가 준 교훈’이라는 글을 싣고 자신이 취미생활로 키우는 식물들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 다음 “베란다 빼곡히 화분을 키우며 세상을 이해하고 나 스스로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면서 “세상을 이해하고 그 세상을 사랑하고 그래서 그 세상을 좀 더 나은 내일로 바꾸어 보고 싶은 게 우리 모두의 소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말에 임시로 만들어졌던 참여정부평가포럼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의 공적을 알리는 데 힘을 쏟았다. 이후 18대 총선 출마를 위해 고향인 논산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비리 전력자 배제 기준에 걸려 낙천했다. 이후 민주당 양승숙 후보의 선거지원에 전력을 기울여 당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총선 전 ‘측근’으로서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느냐 아니면 ‘당원’으로서 활동을 하며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고심하다 후자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유시민 전 장관은 지역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대구와 관련된 책도 집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향인 대구에서 출마했다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에게 패한 유시민 의원은 당분간 경북대 강의 및 저술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정치 휴지기가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장관 측은 “강연 등 지역 사회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길을 찾고 있다”며 “경북대나 영남대 등 지역대학과 협의해 강의를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 머물면서 대구의 역사, 문화, 경제, 각종 현상 등 포괄적인 주제로 ‘유시민의 대구이야기(가제)’란 책도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의도 모습 드러낸 ‘386 멤버’
낙선 후 공식 행사에 모임을 보이지 않던 386 운동권 멤버들도 하나둘씩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를 찾아 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우상호 의원은 오는 7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정세균 전 의장의 당권 도전을 도울 예정이다. 우 의원은 “이후 구체적인 활동계획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386들은 제 각기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의원은 “두 달 정도 쉬면서 향후 행보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3선 도전에 실패한 임종석 의원은 대학원 진학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그룹에선 한명숙 의원이 본업인 여성·복지 분야 시민단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불출마한 염동연 의원은 개인사업 등을 구상하며 당분간 정치권 밖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광장’ 연구재단 출범 이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주재로 10여 명의 친노 인사들 간 오찬회동이 예정돼 있는 것에 대해 친노그룹들의 재결집이 본격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룹 핵심인사 역시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총선이후 당내 각 계파가 와해됐다는 점, 오는 7월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을 염두에 뒀을 때 본격적인 ‘친노’세력 재결집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새나오고 있다.
총선 패배의 충격으로 낙선 인사를 일주일 늦게 시작한 김근태 의원은 아직까지 낙선 인사를 돌며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운동권 세력의 좌장격인 유인태 의원은 당의 진로 모색에 매진하고 있다.
낙선 의원들 중에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래도 비교적 빨리 낙선의 충격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는 의원은 최재천 의원(서울 성동구갑, 법제사법위원회)이다.
최재천 의원은 최근 “그 동안 못한 공부도 하면서 곧 변호사 일도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 인권 변호사 일도 할 것이고 대학에 강의도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통합민주당 낙선 의원들이 아직도 낙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앞으로의 계획도 못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최재천 의원이 이처럼 빨리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이유는 최재천 의원이 ‘변호사’란 안정성이 보장된 전문직 종사자이고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확고한 자기 직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친노그룹인 염동연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고 현재는 개인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염 의원 측 관계자는 “정확히 어떤 사업인지 말해 줄 수 없고 의원님은 당분간 언론의 관심 밖에 있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염 의원은 정치권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고 다시 정치권으로 들어올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저승사자…자연인 행보

박 전 위원장은 8일 한 신문에 기고한 ‘민주주의와 다양성’이란 글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책연구기관장 일괄 사표 요구를 비판해 전직 야당 공심위원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는 평가다.
박 전 위원장과 함께 민주당 공심위 간사로 활약했던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총선 이후 본업인 진료와 재테크 강연 등에 집중하고 있다.
박 전 간사는 “공심위를 하면서 하던 일을 못했는데 이제 다시 자연인으로 돌아갔다”며 “대개 일·월·화·수요일은 수술 등 진료를, 목·금·토요일은 강연 등 외부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지난 대선 이후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쇄신위원장을 맡았던 김호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10일 출간한 저서 ‘한국의 대통령과 리더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은 바꾸려 하면서 자기 자신은 바꾸려 하지 않았고, 끝내 콤플렉스의 멍에를 떨쳐버리지 못했다”며 참여정부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하루도 편한 날 없던 160일”

30여 년간 목회자이자 시민사회운동계의 대표적 인물로 꼽혀온 그는 진보진영 단일화를 위해 그동안 여러 차례 정치권과 손잡았다. 하지만 그가 직접 정치권에 뛰어들어 당 대표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별렀던 해외 순례를 떠나기 위한 준비 중이다.
그는 해외 순례를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사실 18년 전부터 벼르던 일”이라면서 “일반인이든 종교인이든, 정치적 관심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는 정치가 잘못되면 모든 게 잘못된다. 정치는 기독교적 신앙에 의해 마땅히 해야 할 미션이라 생각한다. 어떤 종교든 짖지 못하는 개처럼 존재한다면 용도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신당을 만드는 데 참여한 이유도 그런 차원에서였다”고 정치와 종교는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제 어느 정도 할 일을 했으니 본령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렇다고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당 대표를 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정치적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다만 배지를 다는 정치가 아닐 뿐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다. 그래서 마지막 순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준비하는 순례의 길은 “전 세계 모든 종교가 한자리에 모이는 ‘종교 올림픽’을 향한 길이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옛 파워맨들이 총선이 지난 이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최근 그들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는 점이 발견됐다. 특히 친노 그룹의 움직임은 시기적 단순함을 넘어 그룹 간 무형의 연결고리가 감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