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괴한습격사건’ 괴담 <현장추적>
아주대 ‘괴한습격사건’ 괴담 <현장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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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드물고 어둠 깔리면 어디선가 ‘불쑥’

- 대학가 원룸촌에 이어 ‘캠퍼스안’까지 성폭행범 검은 손 뻗쳐
- 실체 없는 괴한 행방 오리무중, 날로 번지는 공포괴담에 ‘벌벌’
- 비겁한 괴한, 인적 드문 밤길 이용해 무방비인 사람 뒤에서 덮쳐
- 치밀한 계획 세워 범행 후 도망 쉽게 ‘잘 아는 곳’ 범행 장소 택해



최근 경기도 수원 소재 아주대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캠퍼스 내에서 ‘여성을 노린 괴한이 나타났다’는 괴담이 떠돌고 있는 탓이다. 인적이 드문 특정장소에만 출몰한다는 괴한 때문에 여대생은 물론 여성 교직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 한 명의 여대생과 또 다른 한 명의 교직원이 괴한과 마주쳤던 것으로 확인했다. 학교측은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괴한을 조심해라’란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학교 곳곳에 ‘심야 괴한주의’ 안내문을 붙였다. 그럼에도 괴한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어 괴담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22일 기자는 아주대를 직접 찾아가 괴담의 실체를 쫓아봤다.

“지난 5월 초부터 학교 안에서 흉흉한 괴담이 나돌고 있다. 늦은 밤 캠퍼스에 괴한이 침입해 여성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괴한은 인적이 드문 특정장소에서 늦은 밤에만 나타난다고 한다.”

기자는 아주대 캠퍼스 안에서 만난 한 여대생 A를 통해 이 같은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옆에 동행하던 다른 여대생 B는 “실제 몇몇 여성은 괴한의 습격을 받았고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연이은 괴한 습격사건으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여학생과 여성 교직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괴한과 몸싸움 끝에 도망

기자는 학교측 관계자와 학생들, 그리고 학교에서 작선한 공지내용 등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괴한의 실체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지난 5월8일 자정 무렵. 여대생 C양은 캠퍼스 내 한적한 사거리 언덕 부근을 혼자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등골이 오싹하는 느낌이 전해지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갑자기 괴한이 뒤에서 덮쳤기 때문이다.

괴한은 C양의 입을 틀어막고 흉기로 위협했다. 놀란 그녀는 괴한과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흉기로 인해 목과 손등에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완강하게 저항하는 C양에 놀란 괴한은 그 자리에서 도망쳤고 그녀는 위기를 모면했다.

다음날인 5월9일. 괴한은 범행이 실패하자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여성을 노렸다. 이때 교직원 D씨가 그 장소에 나타났다. 늦은 밤 혼자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사거리 부근에 다다르자 괴한은 D씨를 덮쳤고 그녀 또한 당찬 기백으로 괴한과 싸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괴한의 범행이 동일했던 셈이다. 이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교내에 급속도로 퍼졌다.

학교측은 잇단 괴한습격 사건이 터지자 5월9일 학생과 교직원의 이메일과 휴대폰으로 ‘괴한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학교 곳곳에는 ‘심야 괴한주의’ 안내문도 붙였다. 안내문에는 “범인검거를 위해 야간순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가급적 11시 이후의 늦은 시각에 여성 혼자서 숲이 많은 외진공간을 보행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가 하면 5월20일에는 경찰과 심리학 주최로 범죄 심리에 관련된 임시 강연을 열기도 했다.

기자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찾았다. 캠퍼스는 특히 수풀이 우거지고 좁은 산길이 많았다. 여대생 P양(20)은 “사거리는 평소에도 인적이 드물다”며 “사건이 발생한 후로는 그 쪽 길은 피해 다닌다”고 귀띔했다.

도망치기 쉬운 곳 찾아

사실이 같은 일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날로 기승을 부리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자취생이 많은 대학가마다 성폭행범이 공포의 칼날을 드리우고 있다. 서울의 대학가 원룸촌을 누비며 연쇄성폭행을 일삼았던 일명 ‘발바리’와 ‘헬멧맨’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다행히 최근 경찰에 검거됐으나 “그 수를 가늠할 수 없는 많은 성폭행범들이 전국을 무대로 종횡무진 날뛰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미 대학가 주변은 성폭행 사각지대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괴한과 같은 성폭력 가해자들은 어떤 특성과 심리를 가지고 있을까.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 의하면 이번 괴한과 같은 성폭력 가해자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갖는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는 “이들은 정서적으로 자존감이 낮고 분노감이 높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삶을 살고 늘 자기 감정적이며 충동적인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는 주로 성장과정에서 누군가로부터 성적 학대나 다른 폭력을 받고 자란 경우가 많다”며 “특히 부모와의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 타인과의 관계형성에도 어려움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인지적인 특성으로 피해자의 행동을 잘못 지각하는 특징을 가진다”며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의사소통능력의 부족 등으로 자기 행동, 타인의 반응, 상황에 적정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열림타워’ 정정희 활동가는 “이들은 주로 자신이 잘 아는 곳, 범행을 저지르고 도망가기 쉬운 곳을 찾는다”며 “불특정 다수의 무방비인 사람을 찾기 위해 주로 인적이 드믄 밤을 이용, 피해자의 등 뒤에서 흉기로 협박하는 식으로 범행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 사고이지만 가해자는 범행을 미리 생각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굉장히 치밀하다”며 성폭력 가해자들이 멈추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우선 자신의 욕구해소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범행을 저질러도 잘 잡히지 않고 자신이 성폭행범인 것을 주위에서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신고를 해도 범인을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미제로 남는 경우가 많다”며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이나 괴한의 습격 같은 경우는 신고를 해도 ‘조심해라’ 말 밖에 안돌아 온다”며 경찰당국의 안일한 대책 방안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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