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그룹사 간 물고물리는 수성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요즘 애경그룹의 행보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한발 물러서 있는 줄 알았는데, 이젠 중견을 넘어 대그룹의 위용을 갖춰가며 공룡들의 경쟁구도에 발을 들여놓고 있어서다. 그것도 주력영역을 넘어 업계 공룡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신성장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세간에 생활용품을 만들고, 백화점 몇 개를 운영하는 유통업계 중견기업 정도의 이미지가 강했던 애경그룹.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한 종합그룹으로 발돋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사신문>이 공룡들의 수성경쟁에 대해 반격에 나선 애경그룹을 집중해부 했다.
로열패밀리 황금분할 경영으로 ‘내실과 성장’ 총력
최근 유통업계의 수성경쟁이 치열하다.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 등 소위 공룡그룹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통해 시장을 재편해 가고 있고, M&A(인수합병)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견기업들은 공룡들의 세불리기를 따라가자니 막대한 총알이 부담일 수밖에 없고, 내실을 다져 경쟁력을 높이자니 공룡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설자리마저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신성장원 개발…리스크는 부담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내 유통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탓이 가장 크다. 유통시장만을 공략해서는 경쟁 자체가 형성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때문일까. 요즘 유통업계에선 애경그룹의 행보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신성장동력원 확보를 위한 발 빠른 시험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애경그룹이 진출한 새로운 사업영역에서 불협화음이 들려오는 탓이다. 단적으로 야심차게 출발한 저가항공사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은 당연히 리스크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손을 놓고 공룡들의 경쟁을 강 건너 불구경 하다가는 한 번의 태풍에도 기둥뿌리가 흔들릴지 모를 일. 신성장원의 개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인 셈이다.
사실 ‘애경’이라는 이미지가 일반인들에겐 세제 등의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기업 정도로 기억되고 있다. 유통업의 꽃인 백화점 영역도 애경의 이미지 중 하나.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유통업계의 중견기업 이미지는 벗어난 상황이다. 사실상 종합그룹사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계열사들의 면면은 제조업과 유통, 운수, 부동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한 종합그룹사로서 부족함이 없다. 특히 최근에는 모건스탠리, 군인공제회와 함께 자본금 1000억원 규모의 대형 디벨로퍼인 ‘AMM자산개발’을 설립하고 부동산개발 사업에 본격 진출을 선언하는 등 사업영역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애경그룹은 “AMM자산개발을 3년 안에 국내 부동산개발 업계를 주도해 가는 회사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유통업계가 수성경쟁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대형마트를 포기하는 대신 도시개발이나 복합단지개발 등 부동산개발을 통해 신성장을 이루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되는 부분. 다만 2006년 ‘유통3강 도약’이란 플랜을 내걸고 야심차게 인수한 분당 삼성플라자와 국내 세 번째 정기항공사로 취항한 제주항공이 경영에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잖은 부담인 상황이다.
형제들 각 분야 나눠 안정경영
아무튼 이 같은 애경그룹의 약진은 오너 일가의 황금분할 경영이 중심이다. 장영신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총괄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차남 채동석 부회장이 유통, 삼남 채승석 사장이 개발, 여기에 사위인 안용찬 부회장이 생활용품의 경영을 맡아 각자의 위치에서 오너이자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포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족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내실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장영신 회장의 남편인 고 채몽인 사장의 유언에 따라 유산과 후계구도는 오래 전 마무리된 상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후계구도는 이미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각 부문에서 로열패밀리들이 어떤 경영능력을 보이면서 그룹의 비상을 이끌지에 따라 향후 그룹의 주력 사업 구도가 대변화를 이룰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