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재벌 트렌드 들춰보니 “재벌은 은둔을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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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들 은둔 성향도 각양각색

국내 재벌 총수들 사이에서는 보편적인 별명이 하나 있다. ‘은둔의 경영자’가 바로 그것. 재벌총수가 언론 인터뷰는 고사하고 워낙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붙여진 별칭이다. 하지만 이들을 통칭하는 ‘은둔’은 각 기업별로 각양각색이다.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재벌이 있는가 하면 공공연하게 사생활을 밝히는 총수도 있다. 은둔과 노출, 재벌의 각양각색 실태를 짚어봤다.

▲ 재벌총수들을 향한 세간의 관심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작 재벌총수는 '은둔'해 있는 경우가 적잖다. 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기본적으로는 은둔, 필요에 따라 노출 전략적으로 이용
베일에 쌓인 총수의 생활…재벌 홈피가 주목받는 이유

재계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대상으로 재벌가를 빼놓을 수 없다. 재벌 총수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록으로 만들어져 여타 기업경영의 참고자료가 되는가 하면 총수의 취미에 따라 심지어 ‘농구 경영’ ‘스키 경영’ 등의 아리송한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사회의 관심의 재벌가에 집중돼 있다는 방증이다. 어쨌거나 재벌그룹이 ‘성공한 대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서라도 경영방식과 경영인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재벌가에서 이런 세간의 궁금증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베일에 쌓인 경영자

국내 재벌 총수들은 공공연히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심심찮게 따라붙는다. 워낙 언론노출을 꺼려하거나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기에 붙은 별칭이다.

대표적으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현재까지 철저하게 베일에 쌓여있다. 전경련에 나오지도 않고, 흔하디 흔한 현장경영의 사진도 없다. 외부 공식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지금까지 한번도 언론과 인터뷰조차 가진 적이 없다. 창업주인 고(故) 이임룡 회장 역시 노출을 극구 피했던 것을 감안하면 선대부터 고스란히 이어져 온 전통이라는 세간의 평가도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그밖에 베일에 쌓인 인물로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역시 언론에 노출되지 않기로 유명하다. 공식석상에서도 그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인과 만나는 자리에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을 정도. 그의 외삼촌이자 CJ그룹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손경식 공동회장이 대외업무를 맡고 있다는 명목이지만 실질적 CJ그룹의 오너인 그가 두문불출한다는 점은 세간의 ‘은둔의 경영자’로 통하는 이유가 됐다.

전략으로 절반만 은둔

하지만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호를 가진 재벌총수들이 모두 속세와 연을 끊은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나서야 할 때는 확실히 나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총수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다. 최근 삼성 특검 사태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그 역시 ‘은둔의 경영자’로 통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2003년 전 이 전 회장을 ‘은둔의 제왕(Hermit King)’이라고 표현했을 정도. 그만큼 이 전 회장의 대외 활동이나 접촉이 적다는 것. 사실 이 전 회장의 리더십은 그동안 십여 권의 책자와 수많은 기사를 통해 많이 소개됐지만, 그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렇다고 그가 철저히 외부에서 감춰진 것은 아니다. 에버랜드CB편법증여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재계에 ‘샌드위치 위기론’ 등의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최근에 모습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만남도 삼성특검 사태가 벌어진 이후였던 탓에 재계 일각에서는 ‘철저히 계산된 동선’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은둔의 경영인’으로 분류되면서도 최근 몇 년간 단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경우다. GS그룹의 LG그룹과의 동거 시절에 허 회장은 철저히 배일에 쌓인 인물로 이름을 떨쳤다. 그 기간만 무려 10여년에 이른다. 그가 공식적으로 데뷔한 것은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된 2005년 이후다. 이후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와 공식행사의 참석은 부쩍 늘어났다. 그룹이 분리한 이상 나설 때는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2005년 한 기자간담회에서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에 대해 “나만큼 지하철 타고 아무데나 잘 나다니는 사람도 드물텐데…”라고 답변한 일화는 그런 그의 심경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이다.

홈페이지 사생활 공개

하지만 재벌의 기본적인 골격이 ‘은둔’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대외홍보로 세간의 관심을 받는 총수들도 있다. 이는 재벌총수의 긍정적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 면에서도 적잖은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에서는 그룹사들 내부에 P·I(President Identity) 전담팀이 존재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상식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런 경우다. 그는 개인 홈페이지를 열었다가 얼마 안 돼 폐쇄한 바 있다. 그는 홈페이지를 통해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 회장,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 등 가족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줘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홈페이지가 널리 알려지면서 사생활 노출의 부담 때문인지 폐쇄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최근 중국 기자회견에서 염문설을 직접 밝히는 등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거리낌 없이 밝히고 있어 여전히 재계에서 화제의 인물로 통한다.

그밖에도 인터넷은 재벌 총수들에게 하나의 홍보 수단이 되고 있다. 지금은 폐쇄된 최태원 SK회장의 홈페이지는 드물게 자신과 가족들의 사진을 게시했었으며 비교적 자세한 개인사까지 소개했었다. 가족사진은 물론 테니스와 바둑, 영화감상을 즐기는 인간적 모습이 다양하게 공개한 것.

현재까지 운영되는 총수의 홈페이지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있다. 평범한 주부에서 기업인으로의 성공적 변신을 자축하듯 환한 웃음이 첫 페이지를 장식. ‘나의 삶, 현대의 길’에서는 기업인 가문에서 태어난 뒤 현대 가문과 만나고 현대의 재건을 맡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연대기로 엮었다. 경영철학, 경영어록 등 경영자로서의 활동을 집중 배치해 인간적 면모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이들을 향한 관심은 경영에 대한 분석과 기업에 관심도 작용하지만 그 외에 ‘현대판 귀족’으로 일컬어지는 그들의 생활을 궁금해 하는 세간의 호기심과도 맞닿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적절한 선에서 오너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기업이미지 상승과 오너에 대한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면서도 “총수의 은둔은 자신에 대한 과중한 세간의 관심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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