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전열정비로 시너지 극대화 황태자 금의환향 초석 세우나

조직은 중복사업 단일화, 인사는 이윤우 체제 완성
이재용 전무 중국, 인도 등 해외행 시장 개척 나서
삼성전자의 이번 조직개편은 정보통신총괄을 중심으로 각 사업부를 재편한 것이 핵심이다. 중복사업부 통폐합을 통해 내부 경쟁보다는 ‘되는 사업’의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부적으로는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사장과 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디지털미디어(DM)총괄 산하의 MP3·PC·셋톱박스 사업 등을 정보통신총괄 부분으로 옮기고, MP3는 산하 독립팀으로 운영키로 했다. 또한 기존 윤종용 부회장이 직접 독립사업부로 관장하던 생활가전사업부는 디지털미디어총괄 산하로 옮겨졌다. 캠코더와 영상보안장치는 디지털미디어총괄 직속 사업팀으로 운영된다.
사업부장직 핵심 인사 누구?
이밖에 협력업체 등의 상생협력과 지원활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전사 직속 조직인 ‘상생협력실’을 신설했고, 삼성종합기술원을 기술총괄 산하로 이관했다.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정식 취임한 이윤우 부회장 체제에 맞춰 “중복되는 사업부문을 단일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도 단행됐다. 다만 117명의 임원을 승진시켜 조직 분위기를 활성화시키고, 퇴임 임원은 최소화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인사의 핵심은 사업부장 책임제 강화와 이윤우 체제 정비로 모아진다.

이에 따른 핵심 인사를 보자면, 권오현 사장 승진으로 공석이 됐던 시스템LSI사업부장에는 SOC개발실장으로 근무하던 우남성 부사장이 기용됐다. 우 부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과학기술원 전자공학과를 거쳐 1977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미국 AT&T,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에서 근무했고, 지난 2004년부터 시스템LSI사업부 모바일솔루션개발팀장을 거쳤다. 지난해부터는 SOC개발실장을 담당해왔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모으는 곳은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 자리다. 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이 겸직하던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을 총괄 대표이사 보좌역을 담당했던 최치훈 고문이 사장 직위로 전환되며 맡았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미국 터프츠대 경제학과와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1988년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에서 최고위 임원까지 지냈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AV(디지털오디오비디오)사업부장이던 전동수 부사장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으로 이동했다. 관련 사업부 해체에 따른 인사라기보다는 핵심사업인 메모리사업의 재도약을 위한 중책이라는 게 내부의 평가다. 전 부사장은 경북대 전자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1983년부터 삼성전자에 근무했다.
이밖에 신설된 상생협력실장에는 디지털미디어총괄 경영지원실장인 조원국 부사장이 임명됐고, 동남아총괄 박상진 부사장은 삼성테크원 카메라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동남아총괄은 하윤호 전무가, 중남미총괄은 유두영 전무가 각각 보임됐다.
‘무보직 황태자’ 해외개척 나서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전무는 중국, 인도, CIS(독립국가연합) 등 해외시장을 돌며 시장개척에 나선다. 최고경영자를 의미하는 CCO(고객총괄책임자)직을 사임하고 이윤우 체제 안에서 보직 없는 ‘담당임원’으로 활동한다. 전반적인 이머징마켓의 영업지원 형식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를 두고 지난 1991년 삼성에 입사한 이 전무가 2001년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선 이후 ‘사실상 가장 한직(閑職)을 맡게 된 것 아니냐’는 재계 일각의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 전무가 신사업보다는 해외시장에서 활동하며 신시장 개척을 통해 경영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무대에 나서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 삼성의 해외근무 연한이 3~5년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경영권 승계는 이후로 미뤄진 형국이지만, 오너로서 주주나 삼성 내부의 인정을 받기 위한 일종의 백의종군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왕의 퇴진’보다 값진 ‘금의환향’의 기회를 맞을 수도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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