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바이오 테마주 급상승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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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테마주 “믿어도 돼?”

최근 코스닥 시장에 ‘바이오 테마주’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줄기세포 사기 논란’으로 서울대에서 퇴출당한 황우석 박사가 다시금 이름을 드러낸 까닭이다. 이에 가장 영향을 받는 요동치는 주식은 이른바 ‘황우석 테마주.’ 하지만 황 박사가 내놓은 상품이 애당초 기대감을 갖게 했던 ‘줄기세포’와 연관이 없고, 그가 설립한 법인이 아직 구체적 사업 내용도 발표하지 못한 상황이라 자칫 거품이 될 우려도 있다고 증시 전문가는 지적한다. 황우석 부활과 관련 주식에 대한 기대감을 <시사신문>이 쫓아봤다.

▲ 지난 5월21일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 파문' 이후 처음으로 황우석 박사가 등장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 테마주'가 일제히 상승 중이다. 사진은 황우석 박사.
복제발표 법인설립 대대적인 황우석 부활에 기대감도 폭등
에이치바이온 활동계획 미정, 관련 기옵과 연관성도 물음표

최근 ‘바이오 테마주’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그 중에서도 ‘황우석 관련주’로 불리는 주식들의 일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 핵심에는 바로 황우석의 재등장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걸쳐 있다. 황우석 박사는 줄기세포 연구의 허위논문 논란 등으로 지난 2006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당시 줄기세포를 통한 불치병 치유연구의 기대감을 안고 국내에서 ‘영웅적’ 인물로 급부상했지만 연구결과 위조, 허위논문, 투자금 횡령 등의 혐의를 받았다. 현재 이에 대한 공판이 진행 중이다.

음모론 기대감에 ‘쑥쑥’

하지만 ‘허위 연구 발표’에 석연찮은 부분 때문에 ‘음모론’이 아직도 시중에서 적잖은 지지를 받고 있다. “능력 있는 과학자가 음모로 인해 사장되려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황 박사 결백에 대한 지지세력의 규모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황우석 테마가 요동을 치는 것도 사실은 바로 그런 음모론에서 시작되고 있다. 그가 업계에 등장하면서 ‘음모로 인해 인정받지 못한’ 결과와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 여론에서 사라졌던 그의 부활을 천명하는 활동은 화려하게 시작됐다. 지난 5월21일 황우석 박사가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수암생물공학연구원 재단(이하 수암재단)은 황우석 연구팀에서 애완견 복제가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하고 나섰다. 수암재단에 따르면 황 박사는 서울대에서 퇴출 된 이후 친척의 창고 등을 전전하며 연구 준비를 하다가 수암재단과 함께 본격적 연구를 시작했다.
황 박사의 이런 조짐은 수암재단의 발표 이전부터 드러난 바 있다. 지난 5월9일 황 박사가 대표이사로 등기된 법인 에이치바이온이 설립된 것이다.

▲ 황우석 박사의 법인 에이치바이온이 위치한 수암빌딩.
그렇다면 황우석 테마주는 정말 기대주로 봐도 좋은 것일까.
업계에서는 성급하다는 우려도 일고 있다. 황우석 테마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제이콤과 에스티큐브다. 제이콤은 지난 5월21일 종가기준 2830원에서 22일 3250원, 23일 3735원으로 상승했고, 원에스티원도 21일 종가기준 주당 1만450원에서 22일 1만2000원, 23일 1만3150원으로 상승했다. 황 박사의 애완견 복제 성공을 발표한 5월21일 이후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 같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 이 두 회사는 이전부터 황 박사와 모종의 연관성이 제기되던 곳이다. 제이콤은 황 박사의 장모인 박영숙 대표이사인 비티캠이 우회상장을 위해 지분을 보유중인 곳이다. 하지만 제이콤 측은 지난해 12월 “황 박사의 연구분야가 겹치는 만큼 시장의 오해가 있지만 공식적으로 황 박사와 관계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에스티큐브는 황 박사의 연구를 제공하는 수암재단의 박병수 이사장이 에스티큐브의 최대주주라는 관계가 테마주로 꼽히는 주요 원인이 됐다. 이에 에스티큐브 관계자는 “회사 측은 현재까지 황우석 박사와 어떠한 사업연관도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황우석 테마주의 실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관련 회사와의 업무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황 박사가 독자적인 법인을 신설해 대표이사로 나섰다는 점에서 관련 업체로 영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에이치바이온과 관련 업체의 협력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본지 확인결과 수암빌딩 9층의 에이치바이온은 현재 간판은커녕 소속직원도 없는 상태다. 오히려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수암재단 소속의 직원. 해당 사무실은 이전까지 수암재단의 사무실로 사용 됐는데 에이치바이온 설립 이후에도 별 다른 것 없이 사무실로 이용 중이다.
연구시설은커녕 책상 등의 시설이 있었지만 이 역시 에이치바이온이 독자적으로 쓴다고 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인근 관계자는 “황 교수가 간혹 이쪽에 방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엔 거의 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단 측 관계자는 “아직 에이치바이온에 대해 구체적 사업계획이나 법인의 활용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황 박사는 현재 수암생명공학재단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테마주 ‘거품’일 수도

국내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기대감만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테마종목은 일단 의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적 및 회사의 밸류에이션과 상관없이 일명 ‘묻지마’ 오름세가 지속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잘못된 기대감만으로 ‘빛 좋은 개살구’ 종목에 잘못 투자할 경우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사전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는 이와 같은 시황에 대한 황 박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해 그의 부인 강모씨와 만났지만 그는 “할 말 없다”면서 인터뷰를 거절했다.
수암재단 측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수암재단 관계자는 “아직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 외에는 해줄 말이 없다”면서 “조만간 입장이 정리 되는대로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직답을 회피했다.



▶ 황우석-수암재단의 아리송한 관계

▲ 에이치바이온이 설립된 수암빌딩 9층에는 재단명의 간판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황우석 관련해서 늘상 거론되는 것은 바로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재단(이하 수암재단)이다. 흔히 대림그룹에서 만든 수암장학재단과도 혼동되는 이 재단은 사실 전혀 별개의 것으로 에스티큐브의 대주주인 박병수 이사장이 투자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암세포연구 기업인 스마젠의 최대주주 및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에스티큐브의 최대주주이자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하지만 수암재단의 대부분은 아직 베일에 쌓여있다.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어떻게, 왜 추진하는지 공식적 설명도 없다. 때문에 과학계 일각에서는 ‘황우석만을 위해 설립되고 운용되는 재단이 아니냐’ 뒷말까지도 나도는 상황.
세간에 박 이사장은 황 박사와 같은 고향의 지인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여의도에 위치한 모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

한편, 수암재단과 에이치바이온의 관계도 뚜렷이 해명되지 않고 있다. 박 이사장이 설립자금 일부를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암재단 사무실과 동거하는 등의 행적이 명쾌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수암재단 관계자는 “법인이 설립됐지만 재단과는 무관한 법인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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