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家 세대교체 바쁜 속사정
두산家 세대교체 바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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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3세→4세→5세 경영·지분이동가속화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두산가(家)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창업주 3세 경영인들의 입지가 줄어든 반면, 4세 경영인들의 전진배치는 마무리 단계다. 3세대가 완전히 퇴진한 것은 아니지만 각 계열사 경영 선봉에 4세대들이 속속 합류하며 핵심으로 부상했다. 지난해부터는 5세들에 대한 지분 증여도 가속화되고 있다. 100년 넘는 국내 최장수기업 두산의 역사가 이제 ‘4세대 총수+5세대 대주주’의 새 기록을 눈앞에 둔 셈이다. <시사신문>이 두산가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4세 경영인 각 계열사 경영핵심 부상
3세 지분 증여 통해 5세 대주주 등극

아직까지 두산그룹의 최고위층은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등 3세 형제들이 주축이다. 현재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이 그룹 총수 역할을 맡고 있고,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차기 총수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일선 경영의 선봉은 4세의 전진배치가 마무리된 상태다. 올해 초 임원인사에서 4세 경영인들은 승진을 통해 각 계열사 경영핵심으로 부상했다.

박정원(두산건설 부회장), 박지원(두산중공업 사장), 박진원(두산인프라코어 전무), 박태원(두산건설 전무), 박형원(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박석원(두산중공업 상무), 박혜원(두산매거진 상무) 박인원(두산전자 차장) 등 두산그룹에서 활동하는 4세 경영인은 모두 8명이다.

4세 경영 선봉 뜨다

이들 4세 경영인들은 재계로부터 이미 상당부분 합격점을 이끌어내고 있다. 예컨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 계열사가 내실을 바탕으로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잇따른 M&A(인수합병)로 몸집까지 성공적으로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가족경영 원칙도 4세 경영인들의 부상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러 재벌들이 창업주 후대로 가면서 계열사를 쪼개 분가하는 것과는 달리 사업은 형제들이 분리해 운영하되 지분은 공동분할 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 것. 단적으로 ‘형제의 난’ 이후 두산그룹이 혁신 일환으로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 로드맵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이 유력한 (주)두산의 경우 3세부터 4세까지 1~3%대의 각각의 지분을 잘 짜여진 분할구도로 소유하며 지배구조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3세 경영인들이 큰 그림의 중심을 잡고, 4세 경영인들이 일선 선봉에서 움직이고 있다”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4세 경영인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 만큼 4세 경영인의 총수 등극도 먼 훗날의 얘기만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4세 경영인의 약진과 함께 최근 5세로의 지분변동도 눈길을 모으는 대목이다. 지난 5월8일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각각 1979년생부터 2003년생 손자손녀 10명에게 (주)두산 주식을 대량으로 증여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박 명예회장은 장남인 박정원 부회장의 두 남매 등 손자손녀 6명에게 보통주 1만주를 증여했다. 박 회장도 장남 박진원 전무의 두 딸 등 4명의 손녀에게 보통주 321주와 우선주 372주를 증여했다.
이로 인해 13명의 두산가 5세들은 적게는 1677주(0.01)부터 많게는 1만1417주(0.04)까지 (주)두산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5세 지분증여 급물살

사실 이번 증여에 앞서 5세들에 대한 지분증여는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만 하더라도 박정원 부회장의 자녀 상민, 상수, 박태원 전무의 자녀 윤서, 박형원 상무의 자녀 상아, 박인원 차장의 자녀 상정 등 5세대 5명이 8억6500만원 규모의 (주)두산 지분을 받으며 이목을 모은 바 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이들 5세대들의 지분소유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향후 박용곤(3.52%), 박용성(2.49%), 박용현(2.46%), 박용만(3.34%) 등 현재의 3세 소유 지분이 5세로 빠르게 이동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재계 일각은 내다보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주)두산의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해 둔 대주주 지분 늘리기 차원과 함께 어린 5세들에게 향후 지분승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 대물림 성격으로 풀이 된다”면서 “4세대 총수와 5세대 대주주 구도도 멀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형제의 난’ 이후 두산가로부터 축출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성지건설 인수를 계기로 경영일선 복귀를 신고한 상태다. 장남인 박경원, 차남인 박중원은 각각 성지건설 부회장과 부사장 직함을 갖고 경영활동을 시작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대부분의 (주)두산 지분을 처분했지만 여전히 0.33%를 소유하며 두산가와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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