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이별’ 뒤로하고
한나라당 공천 파문과 낙선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에도 실세의 위세는 여전했다. 출국 하루 전날인 지난 5월25일 열린 송별만찬회에는 15대 국회에서부터 같이 의정 생활을 시작한 정의화, 이윤성 의원을 비롯해 정몽준 최고위원, 김형오 의원과 안상수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또한 이밖에도 안경률, 진수희, 박형준 의원 등 친이 또는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송별만찬회는 ‘미니 당협위원장 대회’, ‘미니 전대’로 불리는 등 이명박 정부 ‘실세’의 파워를 실감케 했다는 후문이다.
같은 날 앞서 열린 송별 오찬에도 은평을 당원협의회 관계자와 지지자 100여 명이 참석, 이 전 의원과 석별의 정을 나눴다.
이 전 의원이 출국한 5월26일에도 ‘화려한 이별’은 펼쳐졌다. 공항에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등 300여 명이 나와 세를 과시했다.
이 전 의원은 송별만찬에서 지난 12년간의 의정활동을 회고한 뒤 “한나라당이 야당 10년을 지키는데 내 전부를 바쳤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할 말은 많지만 (그러면) 사고치잖은가.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떠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집권 초기에 이명박 정부의 실수가 있다면 그 모든 것은 내가 안고 떠나겠다”며 “우리 한나라당이 나를 제물로, 희생양으로 해서 성공하는 정부,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세운 정부가 약속대로 경제를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5년간 다시 한국에 안 돌아와도 좋다”고 말하며 격해진 감정을 애써 눌렀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는 우리가 세운 정부인만큼 이 정부가 망하면 우리가 망한다. 총력을 다해 내가 곧 이명박 대통령이고 청와대로 생각하고 나라와 정부를 책임지는 여당이 되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또한 고희선, 이재웅 의원 등 18대 총선 낙천·낙선자 10여 명의 이름을 언급한 뒤 “대선에만 이기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알았다. 또 그렇게 얘기를 했다”면서 “그런데 결과적으로 잘못돼서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조기귀국 가능성 ‘반짝’

‘화려한 이별’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촐한 이별’과 ‘성대한 송별회’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았으나 “지지그룹의 세를 과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던 것.
이 전 의원도 조기귀국 여부에 대해 “개인 의지와 관계없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