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전설의 책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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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책을 둘러싼 비밀, 잃어버린 고서를 찾기 위한 전쟁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 조완선 저 / 휴먼앤북스 / 9500원

사라진 책을 둘러싼 비밀, 잃어버린 고서를 찾기 위한 전쟁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협상 등 약탈문화재 문제까지 꼬집어

‘직지보다 더 오래된 금속활자가 있었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은 한 줄의 기록을 근거로 한다.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신서상정예문(新序詳定禮文)’의 발문에 실린 “고금상정예문 50권을 주자로 인출하여 제사에 분장하게 하였다”는 글귀를 통해 고려의 금속활자가 12세기에 이뤄졌으며 서양보다 200년 앞선 1230년대에 금속활자가 사용됐다고 말하는 동시에 모든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다.

인류문명의 발전과 함께 해 온 문자의 기록, 그 중에서도 지식의 대중화를 이룬 금속활자의 발명은 근대사회와 문명의 열쇠로 불린다. 이처럼 세계사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금속활자 최초 발명의 영광은 우리나라 직지에게 있다.

그런데 직지보다 먼저 간행된 책이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있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은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함대에 빼앗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외규장각도서가 있다는 가정 하에 펼쳐지는 지적 미스터리다.

1866년 로즈제독이 이끄는 프랑스 함대는 강화도를 공격해 외규장각을 불태우고 우리의 귀중한 도서를 약탈해간다. 그로부터 약 100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하던 정현선(실제 1967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해 이를 세상에 알려 구텐베르크보다 우리의 금속인쇄술이 더 오래됐다는 것을 세계에 증명한 박병선 박사를 모델로 한다)이라는 한국 사서에 의해 ‘직지심체요절’이 발견돼 외규장각 도서는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게 된다.

그러나 이는 ‘전설의 책’을 둘러싼 사건의 시작에 불과했다.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 협상을 앞두고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 별고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한 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프랑스 국립도서관장 세자르. 친우인 세자르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정현선 박사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추적하면서 숨겨졌던 진실과 전설의 책에 대한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우리의 고서 중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가 있었고 이 책의 행방에는 중국인 왕웨이, 일본인 마사코, 프란스인 상트니, 그리고 책의 존재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프랑스 국수주의 집단인 토트가 관련돼 있었던 것.

100년 넘게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 별고에 유폐되어 있던 ‘전설의 책’은 한 사서의 우연한 발견으로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내는가 했지만 책의 존재로 일어나는 파장을 피하고 싶었던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다시 깊은 잠에 빠졌던 것이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은 이처럼 최고의 금속활자가 실재한다는 가정 하에 자국의 약탈 문화재를 지키려는 프랑스의 국수주의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세계 최고라고 여겼던 독일의 국수주의자, 그리고 문화재에 대한 집요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자존심과 맞물려 벌어지는 문화적 충돌을 박진감 있게 그려낸다.

19세기 조선과 21세기 한국 등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프랑스와 한국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과 추리소설이면서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어가는 글쓴이의 분방한 상상력과 탄탄한 필력은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을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추리소설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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