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민중의 목소리 대변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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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정치 스타’ 강기갑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 “안되는 건 안되는거야”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방침에 민주노동당 강기갑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고 있다. 그는 청문회, 야권과의 공조 뿐 아니라 단식, 삼보일배, 촛불문화제 등 온 몸으로 쇠고기 전면 개방을 막아서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원내대표가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강 원내대표는 지난 4·19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방호 의원을 이겨내며 ‘사천의 기적’을 이뤘다. 이후 각종 언론에서 18대 국회 주목할 만한 정치인으로 꼽힌 데 이어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정면 비판, 거리로 나서며 ‘스타급’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당 원내대표까지 맡게 됐다. 민노당의 농민 출신 비례대표에서 지역구 재선 의원으로 정치력을 키우고 있는 강기갑 원내대표. 연일 정부의 아픈 곳을 찌르는 강 원내대표는 어떤 인물인지 <시사신문>이 그의 면면을 따라가 봤다.

사천의 농부 강기갑, 농민운동가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
현장 뛰며 각종 정치 현안에 ‘아픈’ 목소리 대변자로 활약
‘사천의 기적’ 후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전면 겨냥하다


지난 1996년 15대, 2000년 16대, 2004년 17대 총선을 중심으로 그동안 집계된 여러 총선 통계자료와 정치학자들의 연구논문 등을 통해 살펴 본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모습은 이렇다.

‘50대 남자 정치 신인으로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일찍 정치에 뛰어들어 경험을 쌓은 직업 정치인이면서 재산은 20억원 정도. 병역을 온전히 필하고 전과가 없어야 하며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호남에서는 통합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이’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으면서도 ‘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국회의원이 있다. 민주노동당 신임 원내대표인 강기갑 의원이다.

‘노동자의 대변인’ 여의도로

강기갑 원내대표는 1953년 경상남도 사천에서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했고 사천농업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젖소, 과수 농사를 짓는 농부가 됐다.

1973년 수녀인 누나의 영향으로 카톨릭 신자가 된 그는 1976년 한국카톨릭농민회에 입회하며 본격적인 농민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쌀 생산비 조사, 농협계 운동, ‘안동 오원춘 사건’등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 하며 농민운동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1987년에는 한국카톨릭농민회 경남연합회장으로 활동하며 조직적인 농민운동가의 길로 들어섰으며 카톨릭농민회 회장, 사천시농민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UR협상반대투쟁, 미국 쌀 수입개방 저지투쟁에 앞장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남도연맹 부의장, 전농 부의장, 전농 농가부채대책위원장, 전동 경남도연맹 의장,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전국 단위의 조직적인 농민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이렇듯 농촌과 농민을 위해 살아온 강 원내대표가 정치권과의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04년에 들어서다. 전농 정치세력화 결정에 따라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17대 총선에서 농민대표로 민주노동당 6번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

그러나 현재도 강 원내대표는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및 한국카톨릭농민회 감사를 맡고 있다. 그는 여전히 농업, 농업현장을 누비는 것에 대해 “의정 활동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라고 잘라 말한다. 17대 국회에서 민생현장을 뛰며 각종 정치 현안에 맨 몸 투쟁을 불사했던 그가 진정한 도약기는 지난 4·9 총선부터다.

‘강달프’ 떳다!

4·9 총선 최대의 이변은 사천에서 일어났다. 민노당 비례대표였던 강기갑 의원이 지역구로 출마,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방호 전 사무총장을 누르고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 예기치 못한 결과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재선에 성공한 강 의원을 두고 ‘사천의 기적’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강 의원의 도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반대하며 정부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 낸 것. 그는 ‘30개월 미만 고수, 모든 연령에서 7개의 광우병 위험물질 제거’라는 내용을 담은 참여정부의 쇠고기 협상 대외비 문건을 공개해 “정부가 주요 쟁점에 대해 쇠고기 협상에 들어가기도 전에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5월7일 열린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는 이번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청문회 최고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현장경험을 살려 농민의 한 사람인양 생생한 목소리로, 논리 정연한 어법으로 촌철살인의 말을 쏟아냈다.

강 의원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하겠다”고 하자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면 수입 중단 조처를 취한다고 그랬죠. 그런데 미국이 가만히 있겠어요. 확실합니까. 그러면 위생조건 재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통상 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라고 다그쳤고, 정 장관이 재협상 거부 의사를 밝히며 “광우병 발생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천불이 난다고 천불이 나. 어데 빠져 나갈라고 발버둥치고, 덮고, 가리고 그러고 있어요!”라고 꼬집었다.

‘정부 감싸기’로 일관하던 여당과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했던 야당에 실망한 국민은 강 의원은 ‘호통’에 큰 지지를 보냈다. 네티즌들은 그에게 ‘강달프’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

강 의원은 국회에서의 발언 뿐 아니라 거리로 나서며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쇠고기 스타’로 우뚝 섰다. 4월20일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 철회’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였고, ‘장관고시 무기한 연기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삼보일배를 강행했다. 촛불문화제에 대부분 참석하며 시민들과 함께했다.

쇠고기 파동 정국에서 그의 인기가 높아지자 민노당 신임 원내대표로 강 의원이 꼽혔다.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서는 강 의원에게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당 내 여론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강 의원의 선전으로 17대 10석에서 5석으로 반 토막 난 민노당의 지지율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도 그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하는 데 한몫했다.

“될 때까지 촛불 붙여라”

▲ “이 정성만큼”민주노동당 강기갑 원내대표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장관 고시 중단을 요구하며 삼보일배를 펼치고 있다.
강 원내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이 이뤄지기 전까지 촛불을 꺼트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저지하기 위해 촛불문화제를) 모든 국민이 가정과 직장에서도 촛불을 켜는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며 “광우병 위험 쇠고기의 수입은 국민건강권과 위생검역권의 문제인데 정부는 정치와 통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국민이 헌법적 권리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의) 시정을 요구하면 빨리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귀를 막고 마음을 닫고 있다”고 비판을 쏟아 냈다.

강 원내대표를 정부에 재협상 압박을 가하기 위해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 3당이 모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특별법을 함께 발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한 국회 개원식이 예정됐던 지난 5일에도 야 3당과 공조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재협상 나설 것 △잘못된 협정의 책임을 지고 내각 총사퇴할 것 △폭력진압의 책임을 지고 어청수 경찰청장이 사퇴할 것 등을 주장했다.

강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이 재협상하겠다고 해 기대를 했지만 정운천 장관 발표안을 보면 미국 수출업자에게 구걸하는 것 뿐”이라며 “또 다시 정부가 국민과 야당을 속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산적한 현안 속에서 18대 국회를 열어 처리해야 할 일이 많지만 국민 건강권을 외국 수출업자에게 통째로 넘긴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아직 관보 게재를 하지 않아 법적 책임이 없으니 이제라도 재협상에 나서야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람 상실의 시대, 소통 꿈꾸다

한복을 입고 수염을 길게 기른 국회의원, 정부의 ‘시장’을 중시한 정책에 물러섬 없이 맞서는 강기갑 원내대표가 진정으로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그 속내를 살며시 내비친다.

강 원내대표는 “삶의 언저리를 살짝만 들추면 누구나 눈물이 있다. 속살을 가르며 튀어 오르는 아픔 한 자락씩은 누구나 품고 살아간다. 만약 그 눈물과 아픔이 서로 맞닿아 미래를 잉태할 수만 있다면 오늘의 힘겨움은 삶의 건강한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투쟁을 미래를 위한 노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오늘 나는 새로운 희망의 예감을 말하기가 너무 두렵다. 가슴 설레며 당신과 마주하기엔 세상의 풍경이 너무 어지럽다”고 말했다.

모든 가치가 ‘경쟁’과 ‘돈’으로 환원되는 사람 상실의 시대. 이 생명의 땅과 그 위의 건강한 노동을 하시(下視)하고 서슴없이 관여하는 강자의 논리가 너무나 도도하고 사람의 마음마저 강제해 버리는 이런 강자 독점의 사회구조가 사람과 사람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오늘의 이 곤경이, 지난 세월 우리가 모진 시련을 감내하며 쌓아 올린 크고 작은 성과를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반드시 또 다른 미래로 가는 치열한 단련의 시간이 될 수만 있다면 세상의 생명이 서로 맞절하며 더덩실 춤출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며 “그 믿음이 당신의 마음에 온전히 닿을 때까지 맞잡은 두 손 놓지 않겠다. 잘난 자식 모두 떠나고 무던한 자식하나 고향 선산을 지키듯 당신의 마음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당신과 미래의 꿈을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다.


강기갑은 누구?

출생 : 1953년 6월 7일
출생지 : 경상남도 사천
소속 : 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현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학력: 사천농업고등학교
경력:
2008.05~ 민주노동당 원내대표
2008.05~ 제18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2004.07~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
2004~2008 제17대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2004~ 가톨릭농민회 감사
2004~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2000~2003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2000~2003 전국농민회총연맹 경상남도연맹 의장
1999~2000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1998~1999 전국농민회총연맹 경상남도연맹 부의장
1996 사천시 농민회장
1987~1991 한국 가톨릭농민회 경상남도 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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