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략기획실(전기실) 해체를 두고 말들이 많은 모양새다. 무늬만 해체가 아니냐는 갸웃한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까닭이다. 삼성이 4.22 경영쇄신안에서 밝힌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등의 퇴진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고 계열사들의 조직개편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과연 마지막 남은 전기실의 완전한 해체가 가능하겠냐는 뒷말은 계속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시사신문>이 사연을 들여다봤다.
핵심권력 전략기획실 ‘무늬만 해체’ 뒷말 솔솔
삼성의 4.22 경영쇄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핵심권력으로 꼽혀온 이학수 부회장의 퇴진과 전기실의 해체를 들 수 있다. 현재(6월3일) 전기실은 인원 중 약 40% 정도가 전보 발령을 받은 상태이고, 남은 인원들도 순차적으로 원래 소속사 복귀나 다른 계열사로 인사조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전기실은 7월1일부로 최종 정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새 얼굴 없는 쇄신 의미는?
그 동안 전기실은 삼성 최고 권력으로 입지를 다지면서 소속 인원들의 출셋길(?)까지 보장하는 그룹 내 또하나의 그룹으로 불려왔을 정도다. 단적으로 전기실 부장이 된 후 만 4년이 되면 임원승진 자격이 주어지는 게 일반적. 이건희 회장과의 소통을 통해 재무와 인사 등 핵심업무 전반을 관장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던 탓에 이학수-전기실 라인은 삼성의 무소불위 힘으로까지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삼성 전기실(옛 구조본) 소속 전직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비리 의혹 사태를 겪으면서 전기실 기능의 문제점이 하나 둘 공개됐고, 이로 인해 세간의 비난이 쏟아졌다. 삼성특검을 끝내며 삼성이 경영쇄신을 위해 전기실 해체를 결정한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던 셈이다.
전기실은 6월 내 세 번 가량으로 나눠 ‘파견해제’ 형식으로 인원들의 인사를 단행한다. 전기실 구성이 원래 그룹 각 계열사에서 모인 인원들로 채워졌던 탓에 원대복귀 혹은 다른 계열사로 전보발령을 받게 된다.
때문인지 전기실 내부에서 작은 혼란도 일고 있다. 모두 이전의 보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은근히 승진임명 후 계열사 복귀를 기다렸던 멤버들의 허탈감마저 전해진다. 전기실 차원에서 아직 인사이동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불만 섞인 목소리를 완전히 감추긴 어려운 모습이다. 전기실 한 관계자는 “이미 이전에 하던 업무를 모두 중단한 채 짐을 싸놓고 회사의 방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인사단행은 전기실의 또 다른 방향선회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전자에 둥지 트는 전기실 그림자
한마디로 쇄신이라고 할 만한 새로운 인물의 기용은 찾아 볼 수 없는데다 이건희 회장의 입김이 그대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 삼성전자에 둥지를 틀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 오히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전자로 전기실 기능이 이전되고 권력만 더욱 집중됐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민단체에서는 “서로 맞바꾸기로 인사단행을 했을 뿐”이라면서 “전략기획실의 막강한 권력이 삼성전자로 이동하는 형태로 이전과 변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기능을 축소한 변종 전략기획실을 만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가능하지 않은 얘기”라면서 “경영쇄신안에서 밝힌 대로 전략기획실은 완전히 해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