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행세로 유인하더니 ‘재산 꿀꺽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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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사건] 여심 울린 어느 가짜 펀드매니저 사건 스토리

▲ 펀드매니저를 사칭한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지난 5월28일 여성의 환심을 사고 수억여 원을 가로챈 가짜 펀드매니저가 검거됐다. 결혼중개 사이트를 통해 여성에게 접근하여 “첫눈에 반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며 환심을 산 그는 노련한 카사노바였다. 고졸 학력이 전부인 그가 어떻게 주식투자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었을까. <시사신문>은 뛰어난 언변으로 여성들을 현혹시키고 ‘주식으로 큰 돈을 벌어주겠다’며 거액을 가로챈 가짜 펀드매니저의 사기극을 취재했다.


결혼정보사이트에서 범행대상 물색 후 돈 있으면 ‘덥썩’
작전주 미끼 투자 유혹으로 야금야금…종국엔 다 뜯겨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5월28일 결혼하고 싶다며 접근한 뒤 펀드매니저를 가장해 미혼 여성에게 5억여 원을 갈취한 혐의(사기)로 A씨(32·무직)를 구속했다.

경찰 진술에서 “사기행각을 위해 평소 신문,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해 주식투자 공부를 했다”는 A씨. 전문교육은 물론 고졸 학력과 가방 제조회사에서 2년 동안 근무한 사실 외에는 직업 경력도 없는 그의 치밀한 사기 수법은 혀를 휘두를 정도였다.


“결혼하자”는 말에 여심 ‘흔들’


A씨는 지난 2007년 9월 중순부터 올해 4월 말까지 N, C 인터넷 결혼중개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교사, 간호사 등 여성 7명과 사귀면서 자신을 해외 유학파 출신의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이트를 통해 직접 범행대상을 물색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날 수 있는 사이트다 보니 여성들의 직업과 연봉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대상을 결정하면 ‘1:1프로포즈’ 쪽지를 통해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만남을 가졌다.

A씨는 주로 피해여성들을 서울 강남으로 유인해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는 평소 자주 들려 주방장의 환심을 사놓은 고급일식집으로 유인, 자신이 VIP 고객인 것처럼 행동했다. 또 피해여성들에게 “강남에 25억원대 최고급 아파트가 있고 부모님은 지방에서 큰 한식당을 운영한다”며 상당한 집안의 재력가 행세를 했다.

A씨의 치밀한 사전 작업은 이게 끝이 아니다. 여성들이 그를 의심하지 않게 데이트를 할 때면 BMW나 벤츠 등의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고급 콜 차량을 빌려 타고 나타났다.

콜 차량은 최근 강남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교통수단으로 1회에 1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다. A씨는 기사까지 딸린 고급 외제차를 여성들에게 “회사에서 내가 수익률이 좋아 업무용으로 나온 차”라고 소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피해 여성들의 어머니에게 선물을 보내 환심을 사는가 하면 돈의 일부를 수익금이라며 돌려주는 치밀함까지 보여줬다.

범행 추적을 피하는 수법도 노련했다. 모두 7개의 다른 이름을 써 철저히 신분을 숨겼고 경찰의 추적을 염려해 대포폰을 사용했다. 여성들과 만나면서 ‘커플폰’ 명목으로 피해자들의 명의로 각각 1인당 한 대씩 휴대전화를 개통해 사용했다.

그리고 여성으로부터 충분히 돈을 뺏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연락을 끊고 거주지를 옮겨 다음 범행대상을 물색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진행했다.


소액투자를 미끼로 조금씩


가짜 펀드매니저 A씨가 어떻게 여성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편취할 수 있었을까.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강남경찰서 이종현 경위에 따르면 A씨는 “이번에 작전주 들어가는 게 있다”며 정보를 흘려 여성들이 관심을 가지게 했다.

여성들이 관심을 보이면 A씨는 “처음 본 나를 뭘 믿고 큰돈을 맡기냐. 조금씩 투자해라. 내가 4배까지 부풀려 줄 수 있다”며 여성들을 안심시키며 투자를 권했다.

그는 3~4개월에 걸쳐 조금씩 여성들로부터 돈을 갈취했다. 일례로 여성이 230만원을 투자했다면 “15일 뒤 4배로 부풀려 주겠다”고 약속하고 “투자한 돈에 내 돈을 추가해 당신 몫으로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약속한 15일이 흐르면 “230만원이 2500만원의 수익을 냈다”며 “그러나 작전주로 수익을 많이 번 주식에서 돈 빼려면 수수료를 많이 내야 한다”고 수수료 명목으로 20%의 돈을 더 요구했다.

그러면 “금감원에 이번 작전주가 들켰다(체킹)”며 금융사고 처리비용을 명목으로 돈을 더 요구했다. 여기에 각종 접대비용을 요구하고 여성들의 신용카드까지 이용해 돈을 출금했다.

이 경위는 “A씨는 누구나 돈을 벌고 싶어하는 심리를 이용해 ‘거짓을 진실처럼 말하는 훈련을 했다’고 진술했다”며 “A씨는 큰 키에 못생긴 얼굴이지만 ‘못생길수록 여자들이 더 잘 믿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결혼적령기인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A씨를 잡기위해 스스로 피해자 연대를 맺어 직접 강남경찰서를 찾아 가짜 펀드매니저를 잡아줄 것을 경찰서장에게 종용했다. 결국 강남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의 이종현 경위가 사건을 맡아 직접 수사에 나섰고 끈질긴 추적 끝에 A씨는 덜미를 잡혔다.

A씨의 검거소식에 경찰서를 찾았던 피해여성들은 A씨에 대한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 12월에 A씨를 만난 피해 여성 공무원 B씨(32·여)는 “A씨가 ‘첫눈에 반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며 접근해 사귀는 4개월 동안 23차례에 걸쳐 2억6000만원을 가로챘다”며 A씨가 “‘펀드에 10억원을 채워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다’, ‘작전주를 알고 있다’며 투자를 유도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회사원 C씨(31·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막대한 수익을 내주겠다’는 말만 믿고 5000만원을 빌려줬다”며 “대부업체에서 연 60%가 넘는 이자까지 치르고 돈을 빌려줬다. ‘매력있다. 결혼하자’고 다가왔고 차까지 포함해서 다 뜯긴 상태다. 법적으로는 유부남이더라…”고 한탄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이 경위는 “최근 강남 일대에 A씨와 같이 주식이나 펀드전문가 행세를 하며 젊은 여성들에게 접근해 피해를 입히는 사기전문가들이 많다”면서 “진짜 주식전문가라면 남의 돈을 비릴 이유가 없고 ‘주식을 작전한다’는 매우 은밀한 사항은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돈을 벌어주겠다’라며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경찰조사 결과 A씨의 펀드매니저 사칭 사기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6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 7명에게 7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 항소심 진행 끝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이 경위는 “A씨는 이번까지 실형 전과만 5번째”라며 “이번엔 쉽게 나오지 못할 것 같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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