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4 재보선에서 대선 승리, 총선 승리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반면 대선 패배 후 지지율 하락 등으로 고심하던 통합민주당은 6·4 재보선 승리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상황이 많이 낯익다. 2004년과 중복되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민심이반을 경험해야 했다. 4·9 총선에서의 압도적 승리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2004년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4월 총선에서 152석을 얻으며 압승을 거뒀던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두 달 후 치러진 6월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했었다.
승자가 된 당의 상황이 좋지 않았었다는 점도 같다. 이번 재보선에서 승자가 된 민주당은 대선에서 530만표 차로 패배하고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에 고민해왔었다. 2004년 4월 한나라당은 지금의 민주당보다 더한 상태였다. 대선자금 수사에서 ‘차떼기’가 들통난데다 탄핵 역풍에 당의 존립기반마저 흔들렸던 것.
승리의 과정도 비슷하게 이어진다. 2004년 ‘돌풍’을 이끌었던 것은 ‘천막당사’였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표는 4월 총선에서 당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6월 지방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후 각종 재보선에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리멸렬하는 동안 연전연승을 거뒀다.
2008년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독배를 마시겠다”며 대표직에 올랐다. ‘천막당사’와 같은 ‘공천혁명’으로 당의 이미지를 쇄신, 4·9 총선에서 당의 명맥을 살렸다. 이후 이번 6·4 재보선에서 민주당의 깃발을 전국 곳곳에 꽂았다.
‘과거의 재현’이라 부를 만한 부분이 또 있다. 2004년 당시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피살되었음에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이라크 파병을 강행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은 극에 달했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우려해 쇠고기 재협상을 ‘불가’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여론은 ‘역풍’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