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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무분별한 한류스타만들기

▲ 한류열풍의 대표적인 드라마 '겨울연가'

검증되지 않은 기획사 찾은 스타들 관광상품 전락 피해확산
일회성 이벤트에 몰린 팬 수로만 한류 스타 성공 여부 가려

한류스타들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기세등등한 ‘한류’ 바람만큼이나 해외 진출에 쓴 맛을 보는 스타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너도나도 한류스타를 자청하고 있지만 정작 자리매김하는 스타는 손에 꼽을 정도. ‘한류’란 수식어가 붙어야 톱스타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자리를 잡으면서 그 이면에는 우후죽순으로 한류스타가 만들어 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런 허점을 노린 검증되지 않은 기획사들이 난립하면서 피해를 입는 스타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시사신문>은 한류사업의 선두주자 ‘Belle Korea(이하 벨르코리아)’와의 만남을 통해 넘쳐나고 있는 한류스타의 원인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법에 대해 취재했다.

검증되지 않은 채 몸값만 올라간 배우들 너도나도 한류스타
식상한 콘텐츠에 질린 해외 팬들이 결국 한류 침체 가져와


지난해 2월, 배우 강동원의 소속사와 일본여행사와의 법적 싸움이 이슈로 떠올랐다. 당시 ‘FRAU 인터내셔널’이란 일본 여행사가 그의 영화 촬영현장을 허락도 없이 여행상품으로 광고했다는 이유에서다.

일회성 이벤트의 ‘희생양(?)’

문제는 이 사건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업체는 지난 2006년에도 당시 군복무중인 지성을 볼모로 ‘유령 관광상품’을 판매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더욱이 이 업체는 최근까지도 이런 수법으로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류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배우 J와 C도 같은 일을 당했다고 귀띔했다. ‘FRAU 인터내셔널’은 문제가 일어나면 상품을 내리고 연락두절이 되는 등 최근까지도 교묘히 문제를 피해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안광열 벨르코리아 대표는 “한류를 이용하는 이런 일본여행사의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한류를 꿈꾸고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 많은 한국 기획사들이 이런 여행사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이어 “현지에 자사 전문 인력이 부족한 한국 기획사들이 말이 통하는 재일교포를 통해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FRAU 인터내셔널’과 같이 연예기획사가 아닌 여행사”라면서 “그러다보니 체계적인 일본 진출이 이뤄지지 못하고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여행사를 통해 진행된 이벤트나 팬미팅만 가지고 그들을 ‘한류스타’라 칭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에 의해 실력으로 ‘한류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사의 이벤트에 의해 ‘한류스타’가 만들어 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한류스타가 난무하고 터무니없이 몸값만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같은 내용, 똑같은 이미지

그러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사실 이벤트를 통해 만들어진 한류스타는 ‘누가 몇 명을 모았다’는 식으로 그 사람의 인기나 해외진출 성공여부를 판가름하고 있다는데서 출발한다. 때문에 사실과는 다르게 그 수를 부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이 이처럼 팬 수에 집착하는 이유는 팬 수가 곧 캐스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안 대표는 “최근에는 제작기획 단계부터 해외진출을 생각하고 제작하기 때문에 대부분 ‘한류스타’라고 인정받은 배우들만 캐스팅하고 있다”면서 “그래야 투자도 받고 해외로 판매할 때 판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 보니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한정된 배우로 인한 다양한 캐릭터가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기존과 다르지 않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실제 식상한 콘텐츠는 이제 돈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류의 침체를 가져오기도 한다. 구매자의 욕구는 다양해지고 있는 반면 상품들은 하나 같이 같은 맛을 내고 있기 때문에 해외 팬들은 입맛을 잃어가고 있는 게 그 이유다.

▲ 일본 열도에 한류열풍을 일으킨 배우 배용준
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 전부터 급격히 한류열풍이 수그러들고 있는 추세다. ‘겨울연가’나 ‘가을동화’를 능가할 콘텐츠가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계속 같은 내용과 똑같은 이미지의 배우들이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가 질리고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겨울연가’ 이후 ‘올인’이 성공한 것처럼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대장금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일례로 ‘겨울연가’가 제작된 춘천의 경우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이제는 관광지로도 확고히 자리를 잡았지만 반면 올인의 경우 제주도 세트장은 관광지로서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피해사례는 일본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한국 드라마나 예능프로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이 ‘KNTV(한국전문채널)’ 뿐이다. 정규방송채널이 아닌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자연 마니아층에게만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일본 내에서 한류를 좋아하고 이들을 위해 주머니를 여는 소비계층은 1%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국 1%란 좁은 소비시장에서 서로의 밥그릇을 뺏고 뺏기는 싸움만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한류스타로 인해 1% 내에 입지를 굳히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힘든 것 또한 현실이다.

“1% 밖으로 눈을 돌려라”

그렇다면 한계에 부딪친 한류의 돌파구는 없는 걸까. 안 대표는 이에 대해 “1%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돌파구로는 우선 더 색깔 있고 개성 있는 스타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콘텐츠 제작 시 일본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팬수로 인기를 가늠해서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당장은 급처방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격이다.

이런 캐스팅은 항상 같은 배우를 기용해서 같은 이미지로 캐릭터를 만들어 식상한 스토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해외진출을 원한다면 현지 기획사를 고르는데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도 또 다른 돌파구다. 기획사가 어떤 업체인지, 자본금이 얼마만큼 있는지, 그 연예인을 어떻게 성장 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계획표가 제대로 제시되는 곳을 알아봐야 한다.

그동안 한국 기획사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진출을 꾀했고 제대로 체계가 갖춰지지도 않은 기획사도 아닌 업체들과의 만남으로 문제들이 야기된 것이다. 때문에 제대로 된 기획사를 찾아 시간을 갖고 계획을 세워 진출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안 대표는 “그동안 한국 기획사들은 일본을 ‘봉’으로 생각하고 무턱대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일본 대기업들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면서 “큰 소속사들은 한명의 스타와 계약하는데 굉장히 오래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 그 배우가 가능성이 있는지 경쟁력 있는 캐릭터인지를 꼼꼼히 점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급한 한국 사람들은 이를 기다리지 못한다”며 “그래서 난립하고 있는 삼류 기획사들과 계약을 하고 모든 것을 빨리빨리 진행하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돌파구로는 한류스타를 꿈꾸는 연예인들은 당장의 입맛에만 맞추려 하지 말고 일본의 언어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고 배워야 한다. 그들의 문화와 정서를 모르고서는 그들을 웃고 울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언어는 매우 중요한데 대부분의 한류스타들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있다. 더빙과 자막으로 일관하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들이 인기가 있듯이 계속 노력해야 한다.

안 대표는 “콘텐츠 제작의 다양한 시도도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콘텐츠가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동안 만들어져온 재벌2세가 나오고 여주인공이 병으로 죽는 등의 사실과 동떨어진 구세대적 스토리에서 탈피해야 한다. 다양하고 새로운 스토리, 얼굴, 캐릭터만이 앞으로 한류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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