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그룹, 후계구도에 뒷말 솔솔
녹십자그룹, 후계구도에 뒷말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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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만 내밀었는데 시끌벅적‘왜 이래’

은둔의 기업으로 알려진 녹십자그룹의 지분 이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거의 노출되지 않았던 지분이동이 최근 3세를 필두로 눈에 띄게 움직이는 것이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허영섭 녹십자그룹 회장이 세 자녀에게 녹십자 자신의 지분이 증여하며 승계에 첫발을 딛었다는 평가다. 업계 일각에서 이를 필두로 본격적으로 지분 움직임이 일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일각에서는 후계구도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인척이 포진한 가운데, 큰 지분차가 없어 ‘마찰’이 빚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녹십자그룹의 3세만 7명인데다 그 중에서는 회장의 자녀들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조카도 있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녹십자그룹이 후계구도를 놓고 업계의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복잡한 지분관계 속에 3세가 7명이나 돼 현재까지도 황태자가 불투명한 까닭이다.


최근 국내 1호 제약지주회사 녹십자그룹의 후계승계 구도가 시선을 끌고 있다. 후계승계의 첫발을 딛었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동안 녹십자 그룹은 승계에 관해서 이렇다 할 지분 변동을 보이지 않아왔다. 오히려 허영섭 녹십자그룹 회장이 올해 67세를 맞은 만큼 슬슬 후계준비를 해야지 않겠냐는 우려를 받았을 정도. 따라서 최근 보이는 녹십자의 지분구도는 다분히 승계를 위한 수순이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녹십자 지분 이동 시작

허영섭 녹십자그룹 회장은 지난 4월 자녀들에게 본격적인 지분을 증여하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을 뒀다. 공시에 따르면 허 회장의 세 아들, 허성수 녹십자 부사장, 허은철 전무, 허용준 상무는 각각 4400주, 6300주와 6700주를 증여받았다. 비록 1%도 안되는 지분이지만 이전까지 녹십자의 지분이 전혀 없었음을 감안하면 ‘승계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이들은 그동안 녹십자 및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허 부사장은 계열사인 지씨헬스케어의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올해 승진한 허 전무와 허 상무는 모두 녹십자에서 근무 중이다. 이들은 녹십자 지분 외 녹십자홀딩스의 지분 0.81%, 0.77%, 0.65%를 보유 중이다.

그렇다면 지분증여 첫발을 딛는 시점에서 ‘후계구도 간의 잡음’이 나오는 것은 어째서일까.
이 승계 구도에 대한 업계의 추측이 이는 이유는 바로 복잡한 지분구도에 있다.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가진 친인척은 허 회장 외에도 24명에 이른다. 부인은 물론이고 처남, 조카, 형수, 제수부터 질부(조카 며느리)까지 포진해있다.

허 회장의 지분이 여타 친인척의 지분을 압도할 정도도 아니다. 허 회장은 녹십자홀딩스의 지분 12.37%, 녹십자의 지분 3.48%를 를 보유하고 있고 그와 공동경영을 하는 동생 허일섭 부회장은 녹십자홀딩스의 지분 8.85%, 녹십자 지분 2.53%를 보유하고 있다. 친인척끼리 방계를 가른다면 우호지분의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허 부회장의 세 자녀 진성, 진영, 진훈 군 역시 각각 0.14%, 0.14%, 0.11%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3세 구도에서 주목받는 것은 허남섭 서울랜드 회장의 딸인 허정미 양이다. 허양은 올해 26세로 현재 녹십자 관련 그룹에서는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후계구도를 두고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있어온 다양한 지분 매집에 있다. 허 양은 지난 5월21일 장내에서 녹십자홀딩스 지분 1만6467주를 추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7일부터 15일에 걸쳐 매수한 것으로 취득 당일 종가 기준으로 14억여원 어치다. 이를 통해 허양의 보유주식도 13만7887주(지분율 3.20%)로 늘었다.

업계에서 허 회장의 ‘승계구도’와 달리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는 대목이다. 이미 허양의 지분 보유량은 3세 중에서는 최대량으로 허 회장의 세 아들의 지분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허양은 제약사 주식 부자로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재력가가 된 셈이다. 2003년 이후 지분 매집으로 62여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점도 세간의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후계구도는 아직 불투명

현재 녹십자 측에서는 “후계구도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작은 지분이 오간 것에 과도한 해석이 쏠리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후계 이야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허 회장은 개성상인 출신인 허채경 창업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때문에 소위 알려진 것처럼 ‘쫀쫀’하기로 유명한 개성상인이 능력 없는 혈통위주의 후계승계는 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녹십자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는 뛰어든 3세가 허 회장의 세 아들이 유일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재계의 이목은 이들의 승계 과정 ‘변수’가 실제 녹십자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점에 쏠려있다. 3세 중 최대의 지분을 가진 허양, 허 부회장의 세자녀 역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녹십자그룹의 승계가 기우로 그칠 게 될지 시선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 녹십자그룹 지배구조

▲ 녹십자그룹 지분도.
녹십자그룹은 한일시멘트가(家)의 방계에 속한다. 한일시멘트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명예회장이 1967년 수도미생물약품판매를 설립했던 것이 오늘날 녹십자그룹의 전신이 됐다. 여타 제약사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1970년 국내 최초로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알부민, 혈액응고인자 등 중요한혈액분획제제를 시작으로 1983년 B형간염백신(헤파박스), 1988년 유행성출혈열백신(한타박스)을 개발하는 등 경쟁력 있는 연구개발 능력을 지닌 것으로 인정받는다.

한일시멘트가의 2세인 장남 허정섭 명예회장과 3남인 허동섭 회장은 한일시멘트를, 차남 허영섭 회장과 5남 허일섭 부회장이 녹십자를 맡았다. 4남인 허남섭 회장은 서울랜드를 경영하고 있다. 현재 녹십자그룹과 한일시멘트의 지분관계는 전무한 상황이다.

녹십자그룹은 녹십자홀딩스를 중심으로 녹십자엠에스, 지씨제이피, 지씨헬스케어, 녹십자백신, 상아제약, 녹십자생명보험 등 12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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