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 가격이 ℓ당 2000원선을 넘어선 ‘고유가 시대’가 현실이 되면서, 정부와 민간 모두 에너지 절약과 해외자원 확보, 대체에너지 개발 등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을 마련해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자·자영업자에게 유가 환급금을 지급하는 등 단기적 부담경감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에너지 절약사업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에너지 절약형 사회로의 구조적 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의 유가 급등현상은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고통분담 처방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사회구조 자체를 에너지 절감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플랜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의 실행 조치로 지난 5월1일부터 정부중앙청사 주차장을 전면 유료화하고, 6월~8월 근무복장을 ‘노자켓·노타이’ 차림으로 간소화했다.
이보다 앞선 4월24일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6차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개최, 실내 냉난방 온도제한조치(여름 26℃ 이상, 겨울 20℃ 이하)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신 고유가시대 에너지절약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민간도 에너지 절약 모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금융권은 전국의 모든 은행 영업점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고 반팔 티셔츠 등 간소복을 착용키로 합의했고,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는 금융산업 전체가 동참하는 에너지 절약 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충남대는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에너지 절약 도우미’를 도입, 근로장학생 3명을 선발해 수업이 없는데도 불이 켜져 있는 강의실 전등 끄기 등 교내에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은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으로 에너지 절감 시스템에 동참 중이다.
지자체 공무원 ‘자전거로 출퇴근’ 등 비상체제 돌입
지방 자치단체와 관공서들도 에너지 절약에 팔을 걷어 부쳤다.
김천시는 오는 16일부터 교통사고 위험 교차로, 횡단보도 등을 제외한 전 지역 가로등에 대해 격등제를 시행키로 했다. 김천시는 격등제 시행시 가로등 전기요금 월500만원, 연 6000만원 가량의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 중심으로 ‘자전거 출퇴근족’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경남 창원시는 ‘자전거정책과’까지 신설해 자전거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 도시로, 지난 3월 ‘자전거 출퇴근제’를 도입, 6월 현재 전체 공무원의 23%인 337명이 동참하고 있다.
대구시도 올해 하반기부터 신천둔치에 조성되는 자전거 상설교육장을 이용해 자전거타기 교육을 시행하고, 자전거 전용도로 2km를 개설하는 등 대대적인 자전거타기 운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충북도청은 매주 둘째 주 금요일 ‘Car-Free day’를 운영중이고, 중형 이상 업무용 차량을 경차나 하이브리드 차, 천연가스차로 교체하는 지자체도 속속 늘고 있다.
강원도 대관령에 있는 농촌진흥청 고랭지농업연구소는 연중 섭씨 15~18도인 150m 깊이의 지하수를 건물 내로 순환시키는 냉방시스템을 가동해 연간 7000만원의 전기료를 절감하고 있다.
부산시는 ‘나팔꽃 커튼 프로젝트’를 추진, 청사 주변에 나팔꽃 씨를 심어 나팔꽃 덩굴로 외부열을 차단해 실내 온도를 낮추기로 했으며, 화천군은 최근 에너지 절감 효과 60%에 달하는 목재칩 연료보일러 개발에 착수했다.
대체에너지 개발도 박차
대체에너지 개발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 현대건설은 전남 진도군 울돌목 해상에 세계 최대 규모 시험 조류발전소 건설에 들어갔다. 울돌목에서는 올해 말부터 1000kw의 청정 조류에너지가 생산될 전망인데 이는 400여 가구가 1년 간 쓸 수 있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국토해양부는 2년 가량 시험 운영 후 이를 상용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이르면 2011년 제주도에 파력발전소를 설치해 파도의 힘을 이용한 무공해 전기를 생산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올해 500kw급 파력발전구조물의 기본설계를 마치고 내년 중 발전기를 제작, 2010년까지 시험 운영한 뒤 2011년부터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특히 이번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신재생에너지 설치에 2117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우선 지열을 이용한 지역 냉난방 시설 설치 보조금을 1,000억원 추가 지원하고 민간 건물의 태양광·태양열 설치비 보조도 200억원 늘리며, 풍력 발전시설 투자에 대한 보조와 융자 지원에는 917억원을 더 지원할 방침이다.
세계 각국, 이색 에너지 절약 상품 개발 ‘봇물’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에너지 절약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 상황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자원부국 미국조차 2006년부터 자동차 연비 향상, 원유 및 휘발유 공급 확대, 대체연료 개발 가속화 등 고유가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에너지 규제 기준을 크게 높인 신규 에너지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했다.
5일 코트라 무역관의 동향보고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등도 기발한 에너지 절약 상품으로 초고유가 시대 위기 극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서는 톱밥용 난로, 건전지 없이 1분간 흔들어 30분간 빛을 내는 자가발전 손전등 등이 인기다. 독일은 동작감지 센서가 내장된 소형 태양광 실외등이 길거리 주차요금 판매기 등에 보급되고 있다. 인도에선 휘발유 대신 충전지로 움직이는 전기 오토바이가, 캐나다는 접이식 자전거가, 일본은 순간방식 온수세정 비데가 히트 상품이다.
에너지 줄인 만큼 혜택도 크다
정부는 이번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을 통해 에너지를 줄인 만큼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우선 에너지절약형 시설을 설치하는데 드는 투자금에 대한 융자를 1,000억원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며, 신규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집안에서도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 ‘스마트 계량기’ 설치에 100억원을 보조키로 했다.
또 에너지절약시설 투자 금액에 대해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비율을 기존 10%에서 20%로 늘려 에너지 절약시설에 대한 투자확대를 유도하고, 고효율 조명기기 보급 지원도 330억원을 추가해 지원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버스운행료 부담을 덜기 위해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구입비용의 일부(대당 2,250만원)를 지원하는 사업을 50% 확대하고,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을 위한 노후보일러 교체 지원에 27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수도권 간 광역버스에도 통합환승할인운임제를 4분기부터 시행하고 출퇴근 시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 광역 급행버스 면허제도를 2009년 1월에 도입한다. 공공기관 출퇴근용 통근버스 및 청사 간 연락버스도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