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구멍도 촘촘히…쌓고 또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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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내몰린 이명박 최후방어선 <비(秘) 프로젝트>

▲ “방어 셈법 찾아라”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정국’의 민심이반 사태가 최악의 경우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고 있다. 고민에 빠진 이 대통령, 그러나 해법은 요원하기만 하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촉발된 이명박 대통령의 위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6월은 잔인한 달로 변모하고 있다. 6월 둘째주는 그간의 촛불집회가 총 망라된 한 주였다. 6일부터 주말까지 시작된 72시간 연속집회가 6·10항쟁 기념일에 탄력을 받아 휘몰아쳤다. 경찰 추산 8만명, 주최측 추산 60~70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13일에는 ‘효순·미선양 6주기 추도행사’와 함께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돌아선 민심은 ‘쇠고기 재협상’ 구호에 ‘이명박 대통령 하야’를 부르짖고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의 지지유은 10%대라는 최악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 쇠고기 추가협상에 국정쇄신안, 민생대책으로 민심을 잡아보려는 이명박 정부. 그러나 이 대통령은 최후 방어선까지 내몰리고 있다.

잔인한 6월…MB 지지도 10%대 제자리걸음 “이를 어쩌나”
‘강부자 내각’ 불안한 출발 조각부터 ‘파행의 그림자’ 너울
쇠고기 추가협상·국정쇄신안·민생대책에도 민심 ‘요지부동’
민심 쇠고기 재협상, 대운하 포기 등 최후 방어선 넘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유감스럽다”는 대국민담화문 발표에 이어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의 우려를 전하고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보내 미국산 쇠고기에 관한 ‘재협상’ 대신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촛불민심은 변함이 없다. 한달여를 끌어오면서도 그 의지를 꺾이지 않고 있는 것. 이들은 이제 쇠고기 재협상과 관련한 구호만을 외치지 않는다.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치적인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착한 국민, 성내면 더 무서워

국민들의 이러한 외침 내부에는 그간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켜켜이 쌓여있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큰 힘을 실어줬다. 이러한 선택에는 전 정권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지만 나날이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는 세상 ‘경제대통령’이 경제만 살려준다면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시작부터 삐거덕 댔다. 인수위 시절부터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며 민심을 뒤숭숭하게 하더니 청와대로 들어가고 난 후에는 인사문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은 ‘고소영 S라인(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인맥)’ ‘SKY(서울시·고려대·영남)’ 등 특별한 대학, 지방, 종교로 묶인 돈독한 사이였다. 국민들의 실망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내각의 평균 재산이 공개되면서 파장은 커졌다.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이는 이 대통령이었으며 장관 15명의 재산은 평균 33억2926만원 이었다. 이어 발표된 비서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비서관들의 평균 재산은 35억6000만원, 국무위원들의 평균 재산은 29억8000만원으로 드러났다.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꾸려간다는 장관이나 비서실 사람들에게 ‘강부자’(강남 부자)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같은 내각의 구성은 서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것 일뿐 아니라 ‘재벌과 같은’ 이들이 서민경제를 충실히 챙겨줄 수 없으리라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 몇몇 내각 구성원들은 투기의혹 등에 휘말려 이러한 우려를 부추겼다.

각 가정을 민감하게 만드는 ‘교육정책’도 술렁였으며 이명박 정부가 자신있어하던 경제분야도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국민적 반대에 부딪힌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뭐든 밀어붙이는’ MB식 운영은 그래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도 거침없이 밀어붙이며 국민들과 각을 세우게 됐다.

민심과 통하였으냐

▲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 인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좌초의 위기에 처했다. 이명박號를 위기로 몬 암초들,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소통의 부재’다.

‘쇠고기 파동’의 시발점은 국민들의 동의없이 위험성이 있는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를 전면 개방한 것이다. 이후 국민들이 ‘재협상’을 주장했을 때도 이명박 정부는 귀머거리가 됐다. ‘배후세력’ 운운하며 ‘재협상’ 주장에 ‘통상마찰’을 이유로 선을 그었다. “국민을 섬기겠다”면서 민심과 따로 가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소통의 부재는 예견된 것이었다. 한 정치 논객은 “이 대통령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소통의 장에 둔감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이 하루하루 시대의 변화를 즉각 반영하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민심을 수용하고 직접 댓글을 달아 소통을 논했다면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보고’를 받는 제3자의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비서실도 이 대통령을 충분히 보좌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자원외교’의 과제를 주며 청와대로 가져온 수많은 업무들은 이 대통령의 뒤에서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비서실로 전해졌다.

작은 조직을 요구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만들어진 작은 비서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역할이었다.

촛불집회에 나선 한 시민은 한 포털사이트 정치게시판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데 왜 원로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느냐”며 “이 대통령이 만난다는 원로들 중 ‘달콤한 독언’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조차 민심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청와대의 문을 열고 나오면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명박산성’은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한 느낌이었다”며 “‘성을 쌓는 자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말이 자꾸 귓가를 맴돈다”고 말했다.

고소영 지고 명세빈 뜬다

‘쇠고기 정국’의 타개책으로 인적쇄신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성’의 의미도 포함돼 있지만 국민들의 소리를 청와대에 잘 전해줄 수 있는 인물들로 교체를 단행해 향후 이 같은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근본적 해결책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새 내각과 수석의 능력뿐 아니라 초기 내각을 흔들었던 ‘강부자·고소영’ 논란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각오로 정부도 출발하려고 한다”며 “이제 정치를 조금 알 것 같다. 정치라는 게 나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젠 그의 뜻에 맞춰 손발이 되어줄 이들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대통령 인사팀은 새로운 인선의 기준으로 ‘비(非)영남·비(非)고려대·재산 30억원 이하’를 제시했다. 이를 두고 ‘명세빈’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는 등 관심이 뜨겁다. ‘명확하게 세 가지가 빈약한 인물’이란 뜻으로 돈, 지연(영남), 교회출신(소망교회)와의 관련성이 적은 인물을 뜻한다.

그러나 인적쇄신에 정두언 의원과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간 권력쟁투가 논란이 되는 등 여권 내 이견이 만만치 않다. 또한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누가 오더라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이 대통령에게 충언하지도 못한 이들을 청와대에서 내 모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이것만으로는 국민을 진정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쇠고기는 재협상 대신 기존에 밝혔던 ‘민간 자율 규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명문화도 없는 방안을 ‘추가 협상’으로 매김했다. 이는 땜방 수준이다.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되든 안되든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는 것만이 국민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눈만 가려서야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등을 정책 순위에서 뒤로 밀어놓은 것도 문제 삼았다. 이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의 70%가 대운하에 반대하고 있는데 아직도 ‘국민들이 싫어하면 결단을 내리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포기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곧 철저한 물밑준비 후 여론동향을 살펴 시행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청와대가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끝끝내 막아 놓은 마지막 방어선까지 모두 개방하고 민심에 안겨야 한다”며 “쇠고기 재협상과 대운하 포기 카드만이 동의를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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