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세청을 향한 ‘무리한 과세’, ‘기준 없는 과세’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 4월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합병에 적용된 법인세 감면이 무효라며 요구한 1조7000억원의 세금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 세금에 대해 지난 2002년 합병 당시에는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하다 지난해부터 과세를 주장해 하나은행의 강한 반발을 받아왔다. 결국 국세청의 과세가 다시 무효로 돌아가면서 금융권만 불신만 키운 셈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국세청의 과세를 <시사신문>이 쫓아봤다.
국세청 재경부 서로 책임미루기에 급급 "니가 잘못 했잖아"
사상 최대 세금 추징 사건으로 남을 뻔 했던 하나은행의 1조7000억원대 과세가 취소 됐다. 하나금유지주는 지난 6월5일 국세청으로부터 서울은행 합병과정에 얻어낸 세금감면이 적절한 것이라는 내용의 과세전적부심사 결과를 통지받았다고 공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서울은행 합병과 관련, 국세청이 1조7000억원대의 법인세를 부과하자 지난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한 바 있다. 이에 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가 당초 방침을 선회하면서 하나은행의 의견을 전면 수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 하나은행으로서는 “절대 낼 수 없다”고 반발해 왔던 만큼 안도의 한숨 내쉬는 기색이다.
과세결정 손바닥 뒤집기
하지만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적잖은 말이 오가고 있다. 무엇보다 재경부와 국세청의 일괄되지 못한 태도가 구설수에 오른 것. 국세청이 몇 번이고 태도를 바꾼 탓에 과세 판단기준과 이유에 대한 불만이 부쩍 피어오르고 있다. 하나은행 과세는 국세청과 재경부에서 이미 두 차례나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져, 일반적인 경우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평가다.
하나은행 과세논란은 2002년 6조원대 누적 적자를 가지고 있던 서울은행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하나은행은 존속법인을 ‘서울은행’으로 정해 형식상 적자법인(서울은행)이 흑자법인(하나은행)을 인수하는 혁식을 취했다. 4000억원이 넘는 법인세 감면혜택을 기대한 조치였다. 이때 불거진 것이 ‘역합병 논란’이다. 역합병은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을 합병하는 것으로 꾸며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일컫는다. 당시 법인세법에는 ‘특정인이 합병하는 두 회사 주식 30% 이상씩을 보유하고 있어야 역합병’이라는 추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때 하나은행이 보유한 30%의 주식에 우선주도 해당되느냐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붙은 것이다.

문제는 이 재경부와 국세청의 과세전적부심사에서(납세 이전에 적법성을 심사하는 제도) 판단이 또 뒤집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간 셈인데, 이 일련의 과정들을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한 목소리다.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는 정병춘 국세청 차장이 위원장으로 위원 25명을 두고 있다.
국세청 고위 간부가 대부분 참여하는 것은 물론 규정상 18인 전문 민간위원이 결정을 주도하지만 이들을 위촉하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국세청장이다. 심사에 국세청 의견이 반영될 개연성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과세전적부심사에서 과세 취소 처분이 내려지면서 국세청이 말을 수시로 바꾼 것이 됐다.
왜 이렇게 말을 바꾸게 된 것일까. 금융권에서는 이런 착오가 해당 기업에는 적잖은 피해를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하나은행은 국세청의 과세결정 이후 적잖은 고심에 시달려야 했다. 주가는 하락했고, 9조5000억원의 시가총액의 20% 달하는 법인세 부담을 안고서 경영활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리송한 해명만 잔뜩
이에 국세청 측은 “재정부에 유권해석을 의뢰 한 만큼 ‘우선주를 포함한다’는 유권해석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고, 재정부에서는 언급을 꺼리면서도 “유권해석을 해줄 뿐 적용과 집행은 국세청의 몫이다”라고 책임을 미뤘다.
하지만 국세청과 재정부의 과세 결정과정의 착오는 씻기 어려울 전망이다. 5년 전엔 세금감면을 인정해 매각 금액을 올렸던 정부가, 뒤늦게 방침을 바꿔 세금을 매긴 황당한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결국 양 기관이 책임을 미루는 동안 피해자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모양새다.
향후 하나은행은 서울은행 합병과 관련해 납부한 2002년도분 법인세 1938억원에 대한 환급을 받게 된다. 국세청이 환급결정을 내리기까지 약 70일에 대한 이자 20억원(법정이자율 연 5%) 가량도 함께 포함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어떻게 과세가 결정되고 취소됐는지 은행 측은 전혀 모른다”며 “대외신인도 및 경영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