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靑·與 “가져간 자료 내 놔”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내부 전산시스템이었던 ‘e지원(知園)’을 새로운 내부 온라인 업무관리시스템인 ‘위민(爲民)’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시절인 올해 초 약 200만건에 달하는 청와대 주요 내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된 것을 발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214만건의 청와대 자료를 복사해 갔던 것.
청와대는 봉하마을로 옮긴 e지원 시스템의 가동을 중단해달라고 공식 요구하는 한편 세 차례의 자료 반환 요청을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이던 때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기록물 사본을 갖고 나왔다”며 이를 거절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내부 전산망에 저장된 자료를 거의 통째로 들고 간 수준이며 명백한 범죄행위”이라며 “자료를 옮긴 장소가 해킹이라도 당할 경우 중요한 국가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이 가져간 자료에는 참여정부 시절 업무사항 전반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국가기밀자료는 물론 40만명의 인사파일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인사파일에는 언론인 750명을 포함한 민간인 35만명과 공직자 5만명 등의 자료가 포함돼 있으며 공직자에는 총리와 장차관 등 최고위직 인사 120명을 비롯한 정부직 공무원 1만5000여 명에 대한 인사검증보고서(존안파일)와 최신 인물데이터베이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 측에 자료 반환 압박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우리나라 중추신경인 청와대의 모든 자료를 전 대통령이 자기 숙소로 다 가져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게 수도를 봉하마을로 옮긴 것도 아니고 정말 웃기는 건 데 진상을 철저히 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사무총장도 “200만건의 자료 유출과 관련, 개인신상 자료들이 포함돼 있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나 주요 기밀, 국무회의 자료 등이 대량 포함돼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며 “온라인 해킹, 오프라인 자료 입수시 국가에 타격이 초래될 것이 예상된다. 정부의 자료유출 조사가 불가피하고, 노 전 대통령은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조각에 포함된 이들에 대한 동향과 성향 분석 자료 등이 포함돼 있으며 노 전 대통령측이 이 같은 인사자료를 가져가는 바람에 새 정부 초기 조각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의 시발점이 됐던 ‘강부자, 고소영 내각’ 선임 등의 책임을 이번 정보유출 의혹과 결부시키고 있다.
“논란 자체가 불행한 일”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강경대응에도 노 전 대통령측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인사존안 파일들은 없다. 그런 자료들은 보안으로 다뤘기 때문에 e지원 시스템에서 관리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자료 반환을 거부했다.
또한 해킹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터넷망으로 현재 청와대 시스템에 접속하는 게 아니다”라며 “복사본을 봉하마을 내에서 노 전 대통령이 참고하는 것이니 해킹 같은 우려는 의미없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꼽혔던 통합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청와대 자료 유출에 대해 “그러한 일이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라며 “노 대통령이 (청와대 자료 유출 문제와 관련해)사전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안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지내셨던 분이 국가 기밀을 외부에 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 문제는 좀 더 큰 틀에서 이해하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본인에게 “왜 피곤하고 힘든 정치를 하느냐, 여기서 농사짓는 것이 훨씬 좋다고 했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전하며 일각의 ‘민주주의 2.0 정치 토론 사이트 개설’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