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탈출·부활 꿈꾸는 MB “첫 단추부터 다시 꿴다”
위기탈출·부활 꿈꾸는 MB “첫 단추부터 다시 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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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개혁구상 따라잡기

▲ “주름 늘겠네”이명박 대통령이 풀리지 않는 성난 민심에 고심하고 있다.
위기탈출에 ‘편법’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등으로 악화된 국민여론 수습책으로 ‘인터넷 실명제’와 ‘보수대연합’으로 사태를 키운 인터넷 여론을 누르고 거대보수로 사태를 수습하려던 ‘편법’을 버리고 고개 숙인 ‘사과’를 택했다. 이 대통령은 “송구하다”면서도 한미FTA 체결을 요구하던 지난번 대국민 담화와는 달리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점에 사죄하고 인적쇄신을 강조하는가 하면 국민이 반대한다면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기자회견을 두고 수많은 비판이 일고 있지만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그의 진정성이 담겼다면 그 의지는 명확하다. ‘더 이상의 꼼수는 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이 담겨 있다.

“송구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16일 만에, 지난 대국민 담화 발표 28일 만에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섰다. 그는 “송구하다”는 말 대신 “뼈저린 반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깊게 고개 숙였다.

고개부터 숙이고 출발

대통령이 취임 100일 만에 두 번이나 사과를 하는 일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그리고 이 사과문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에서 “지난 6월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수 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다”는 말로 ‘사과’를 시작했다. ‘오만하다’ ‘불도저’라는 비판에 ‘자기반성’으로 맞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저간의 사정을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말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려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고 했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도 했고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약속도 했다.

철저히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 이것이 이 대통령이 선택한 ‘쇠고기 정국’ 위기 돌파의 ‘시작’이다. 이 대통령은 촛불이 금방 수그러들 것으로 보고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한미FTA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지난 담화문 발표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자책’하고 ‘이해’를 구했으며 ‘소통’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이해’를 얻지 않고, 국민과 ‘통’하지 않고는 어떤 일이든 불가능 하다는 것을 철저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개편을 거론했다. 그는 “첫 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인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도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며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해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철회’했다.

낮은 곳에서 많이 듣고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고자 했다. 그는 사과와 더불어 쇠고기 재협상 문제에 대해 “국내 문제라면 벌써 그렇게 했을 것이다. 나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내가 ‘재협상 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수많은 갈등 끝에 ‘후유증’을 생각해 그렇게 할 수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처음으로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허심탄회한 생각을 전한 것이다.


고개숙인 MB…수없이 자신을 돌이켜보는 “뼈저린 반성”
“사정 설명하고 이해 구하겠다” 국민과의 ‘소통’ 논 해


실제 이 대통령의 ‘추락’에 많은 이들은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소통부재’를 지적한다. “국민이 뽑아준 이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 그것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자신이 팬클럽 홈페이지인 ‘시민광장’에 올린 글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원인으로 ‘소통부족’을 꼽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잘 소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집권세력 내부에서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대통령과 장관이 소통하지 못하고 장관과 수석들이 소통하지 못하며 장관과 공무원들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한 정치논객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도 소통의 문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면서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각계각층의 지도자와 만나 ‘국민들께 털어 놓고 이해를 구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도 어이가 없다”고 꼬집는다.

그는 “국민은 대통령과 터놓고 이야기 하자고 했다. 그럼 혼자 늦은 밤까지 고민하거나 각계각층 지도자들을 만나 ‘국민에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라’는 조언을 들을 게 아니라 국민과 직접 소통했어야 했다”고 일갈한다.

그는 이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국민과의 불화가 쌓이고 상처가 생기고 곪아갈 동안 겨우 생각한 것이 기자회견이냐”며 “누군가를 섬긴다는 것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많은 말을 듣고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게 아니겠냐. 귀 닫고 눈 감고 일만하면 세상의 흐름도, 국민의 마음도 알 수 없다”고 충고했다.

이 대통령의 ‘애매한 화법’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미 대다수의 국민이 대운하를 반대하고 있는데 대운하 포기 발언에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라는 말을 더함으로써 후일을 기약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며 “애매한 화법은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오해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과의 소통 단절’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조금은 늦고 어설프게나마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내비친 ‘의중’은 ‘결국은 혼자 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철저히 ‘처음’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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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마음이 급했다. 역대 정권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취임 1년 내에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조급증’이 모든 사태를 정확한 시각으로 보지 못했음을, 때문에 문제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더 많은 이들을 고르고 검증하지 못해 강부자·고소영 내각을 만들었으며, 빨리 성과를 내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경제·교육·대운하·공기업 민영화 등 정책을 ‘밀어 붙이기’식으로 운영되게 했다. 자신의 ‘확신’을 맹신한 나머지 주변의 말은 ‘귀동냥’으로도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급히 먹은 밥은 체할 수밖에 없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했던 점을 잊은 이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문제로 성급한 마음을 국민에게 들키고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제 다시 ‘국민을 섬기겠다’는 처음의 자세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폭 개편하겠다며”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오명으로 청와대를 끌어 내린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빨리빨리’ 조급증 몰아내고 강부자·고소영 비서진·내각 교체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마음 가다듬고 새 출발을 논하다


우선 청와대 비서진의 대거 교체가 단행됐다. 2기 비서진 선출에는 특히 ‘누구 누구 사람’이라는 말을 피하기 위해 부진 애를 썼다. ‘류우익 비서관의 사람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여권 일각의 지적에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을 정도다.

내각 개편도 준비하고 있다. 청문회 등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통합민주당 등 야권의 등원시기와 맞춰 내각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동안 잃은 것을 만회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 시민은 “이제 더 이상 국민은 냄비가 아닌 뚝배기”라는 말로 경고를 보낸다. 그는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데 대해 “대다수의 국민이 더 이상 ‘냄비’가 아닌 ‘뚝배기’”라며 “앞으로 4년 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뉴타운이든 무엇이든 그 어떤 빛깔 좋은 공약을 내놓아도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하고 투표에 임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한 번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앞으로 사안마다 ‘촛불’을 들 여지를 남겼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쇠고기 정국’이 인터넷 정치를 활성화 시킨 만큼 임기 내내 초심을 지켰는지의 여부에 대해 감시를 받을 것”이라며 “사태를 수습하는 방안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것이 아니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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