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딸기우유 폭발’자작극 벌인 사연
빙그레, ‘딸기우유 폭발’자작극 벌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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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UCC] [가짜 사건일지] 빙그레는 ‘낚시의 달인(?)’

빙그레의 신종 마케팅기법이 입방아에 올랐다. 연출된 사건을 인터넷에 사실처럼 조작해 이슈화하는 인터넷 마케팅 기법을 선보인 탓이다. 최근 인터넷에 화제가 되고 있는 ‘딸기우유 폭발사고’가 바로 그것. 한 블로그에서 동영상 및 사진을 공개하며 알려지기 시작한 이 사건은 “마당 파이프에서 딸기우유가 새어 나온다”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문제는 이 사건 자체가 빙그레의 자작극이었다는 점이다. ‘광고’나 ‘연출’이라는 언급은커녕 광고 주체조차 거론하지 않아 네티즌들은 고스란히 ‘낚일’ 수밖에 없다. <시사신문>이 ‘딸기우유 폭발사건’을 짚어봤다.

▲ 개인블로그에 공개된 딸기우유 폭발사고 사진. 이 모든 자료는 마케팅 회사의 연출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딸기우유 폭발사건' 블로그의 배후세력은 빙그레 마케팅(?)
동영상, 사진 등에 연출 설명 전혀 없어 네티즌만 뒤숭숭

최근 인터넷에서 황당한 사건이 네티즌 사이의 이슈가 되고 있다. 마당을 파다 발견된 파이프 관에서 ‘딸기우유’로 추정되는 액체가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 이 사건의 골자.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 알려진 이 사건은 “처음엔 화학폐기물인 줄 알고 수도공사 측에 전화해서 따졌다”면서 “개가 먹는 것을 보니 눈으로 보나 냄새로 보나 딸기우유로 보인다”고 밝혀 네티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황당한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23일부터다. A씨 개인 블로그에다 가 “수도관 공사 중에 분홍색 액체가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캠코더로 동영상으로 찍었다”면서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확산되는 ‘우유폭발 사건’

이 동영상에는 마당 속을 지나는 파이프의 균열 틈새에서 집 지붕도 넘어갈 만큼 엄청난 수압의 ‘딸기우유’가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이 동영상과 사건은 수많은 게시판과 블로그에 유포되고 있다. 심지어 모 포털사이트 메인에 소개되면서 인터넷 등지로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네티즌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라는 경악부터 “저게 사실이라면 공장 외지로 파이프를 빼서 폐기물을 버리던 것 아니겠냐”, “반드시 진상을 밝혀내야 된다” 등 다양한 반응이 잇따르는 것이다. 이 블로그에는 현재 하루에 많게는 수천명의 방문자들을 접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모두 사실일까.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취재결과 빙그레의 ‘자작극’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의 배경이 된 남양주시 인근의 주택 거주자 백모씨는 “마당에는 아무런 이상 없다”면서 “얼마 전에 Y업체에 광고를 찍는다는 명목으로 마당을 빌려준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동영상과 사진은 모두 당시에 제작된 것으로 실제 상황과는 무관했다는 설명이다.

빙그레에 따르면 Y사는 빙그레의 홍보를 대행해주는 업체. 이 모든 사건은 결국 빙그레의 인터넷 마케팅이었던 셈이다. 이 사건을 믿고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만 허탈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이 믿었다는 것을 탓 할 수는 없다. 빙그레의 이 ‘우유 폭발 사건’은 치밀하게 짜여졌다. 해당 블로그는 광고라는 설명을 밝히기는커녕 조작됐다는 사실도 철저히 숨겼다. 개인의 친구의 문제, 취직 고민, 애완견 등 소소한 이야기를 동시에 다루고 있어 모로 보나 ‘개인의 블로그’로만 보이는 것이다.

▲ 블로그에 공개된 딸기우유 폭발사고의 동영상 중 한 장면.
심지어 해당사건에 대한 방송국의 취재요청까지 방명록에 남겨져 있어 보는 이들에게 신빙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딸기우유가 뿜어져 나오는 공사현장 동영상 및 사진 등이 날짜별 차례로 게시 돼 있다는 점도 네티즌 사이 화제가 될 수 있었던 큰 요인이다.

단적으로 몇몇 네티즌들은 사건의 진위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지만 블로그를 담당하는 A씨는 오히려 “나도 미칠 것 같다. 친구가 딸기우유라고 밝혀내지 못했다면 계속 화학폐기물인 줄 알았을 거다”라며 “문제가 있는 거라면 소송도 걸어야겠고 조사를 더 해보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인터넷의 ‘독’이 될까

무엇 때문에 빙그레는 이런 ‘자작극’을 펼치는 것일까.
빙그레 관계자는 “나쁘게 볼 것은 아니고 일종의 마케팅 방식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타사에서도 은연중에 하고 있는 것으로 논란의 소지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순수 마케팅 차원의 기획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마케팅 기법 중 하나인 ‘노이즈 마케팅’은 이슈를 요란스럽게 치장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현혹시키는데 그 목적을 둔다. 곧 소음이나 잡음을 뜻하는 ‘노이즈’를 일부러 조성해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부추기는 방법.

하지만 이런 빙그레의 입장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드려질 지는 미지수다. 해당 블로그에 관심을 갖던 김모씨(27·인천 부평구)는 취재 과정에서 “기업이 관심을 끌기 위해 없는 사건을 만들어 사실인 마냥 알린다면 소위 말하는 인터넷 ‘낚시’와 다를 것이 뭐냐”라고 분개했다. 이런 마케팅이 성행하면 결국 총체적 인터넷 정보 불신만 가져오리라는 설명이다.
결국 빙그레의 이번 인터넷 마케팅이 ‘신뢰’를 잃을지, ‘마케팅 성과’를 얻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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