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상반기 재계는 유난히 굴곡이 많았다. 새 정부의 출범으로 수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대외적 악재가 경기의 목을 졸랐다. 반면 초대형 M&A, 자통법을 앞둔 금융시장의 태동 등 적잖은 기대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막 상반기를 지났지만 경제주요 이슈는 하반기까지 뜨겁게 재계를 달굴 기세다. 창간 8주년을 맞은 <시사신문>이 2008년 여정에서 만나게 될 주요 8대 경제이슈를 정리해봤다.
2008년 경제관련 핫이슈 8가지에 울고 웃는 기업들
대외적 악재와 이명박 정부 정책에 엇갈린 재계의 표정
말 말고 탈 많은 상반기, 하반기에도 논란은 계속 될 듯
유가상승, 서브프라임, 건설경기 악화로 당분간 위기지속
2008년 상반기 경제는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을 맞아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반면 대외적 환경이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이제 막 반환점을 돈 셈이지만 주요 경제 이슈는 하반기에도 생생히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상반기 주요 이슈가 아직도 유력한 관전 포인트가 되는 이유다.

올해 들어 가장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바로 대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꾸준히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한 만큼 그 정도와 방향을 두고 적잖은 기대가 있었던 것. MB노믹스(이 대통령 영어 약어 ‘MB’와 ‘Economics’의 합성어)가 거론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실제 재계는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 금산분리 완화, 출총제 폐지, 공항 귀빈실 이용 등의 다양한 효과를 앞두거나 누리고 있다. 재계 주요 단체, 기업들과 직통 핫라인을 개설한 것은 MB노믹스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그 성과와 성격을 두고 적잖은 논란도 존재한다. 단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와 국가정책, 대기업 위주의 규제완화 등이 비판을 받고 있는 것. 특히 한미FTA,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이 거센 반발을 만들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이미 화물연대를 비롯해 철강업계 등의 반발까지 이어지고 있고, 물가 상승 등으로 더욱 극심해진 양극화는 아직까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7%대(내일신문, 한길리서치가 6월14~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까지 떨어진 상황.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4년차에 9%까지 지지율이 하락한 적 있지만 임기 초부터 이런 지지율 하락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는 평가다.
유가폭등
특히 서민체감 경기에 민감 할 수밖에 없는 유가 상승은 이미 3차 오일쇼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난 6월18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2.67달러(2.0%) 오른 136.68달러로 마감했다. 4일만의 유가 상승이었다. 업계에서는 서브프라임의 여파로 투기세력이 현물에 투자하며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에선 원유에서 비롯된 합성수지 공장가동 등 모든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는 실정이다. 심지어 대체에너지인 콩기름, 옥수수기름 등으로 인해 식료품 가격까지 급등하는 상황.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렸음은 두말할 것 없다.
유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는 이미 적자를 보고 있으며, 그 밖에 택배 등의 운송업체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미 유가상승은 경제에 적잖은 요인을 주고 있는데, 단적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연비가 차량 구매에 큰 체크요인으로 자리잡았으며, 경차 수요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신생 에너지 사업이 SK그룹 등의 주요 비전으로 자리잡은 것 또한 유가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여파가 아직도 세계 경제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손꼽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신용조건이 가장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집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출을 해주는 대신 금리가 높은 미국의 대출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되며 황금기를 맞던 서브프라임 시장은 2006년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며 투기열풍이 식게 됐고 주택가격은 폭락했다. 이에 따른 금융권의 부실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6월부터다. 전세계 금융기관으로 서브 프라임 부실 채권의 손실이 전가되어 신용 경색이 확산된 것. 미국의 신용경색에 따른 국내 투자상황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
당시 2000포인트를 돌파한 국내 코스피지수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로 1800선까지 무너졌다. 서브프라임 파문이 발생한 지 이제 1년이 됐지만 이 파문이 언제 끝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마무리된 것 같으면서도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물론 광풍은 일단 지났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게 불가피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미분양 사태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이 기업의 신용경색을 불러왔다면 국내에서는 건설사의 미분양 아파트가 신용경색의 주인공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아파트 공급이 미분양 사태를 불러온 것. 이 과정에서 사업자금이 적지 않게 PB(프로젝트파이낸싱)로 조달된 탓에 건설사의 부실은 곧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지난 6월16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아파트는 13만1757가구로 지난해 3월 7만3162가구에 비해 56%나 늘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98년말 10만3000여가구 보다 30% 이상 많은 수치다.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되던 중견 건설사의 부도는 미분양에 시달린 건설사의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격이었다는 평가다. 이런 기류는 대형건설사라고 안전하지만도 않다. 자금여력을 가진 대형건설사 조차 미분양 물량을 감당 못해 추가분양을 통한 대거 할인 등으로 간신히 소화하고 있다.
건설사의 겨울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자재가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데다 자금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미분양대책은 효과가 의심스럽다는 평가가 대부분이고 건설노조 파업도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상반기 재계는 유난히 굴곡이 많았다. 새 정부의 출범으로 수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대외적 악재가 경기의 목을 졸랐다. 반면 초대형 M&A, 자통법을 앞둔 금융시장의 태동 등 적잖은 기대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막 상반기를 지났지만 경제주요 이슈는 하반기까지 뜨겁게 재계를 달굴 기세다. 창간 8주년을 맞은 <시사신문>이 2008년 여정에서 만나게 될 주요 8대 경제이슈를 정리해봤다.
초대형 M&A
이 같은 여파에도 불과하고 올해 재계의 화두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M&A(인수·합병)다. 기업의 규모를 확실하고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M&A를 빼놓을 수 없는데, 특히 올해는 메머드급 매물이 연달아 M&A시장에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대한통운, 현대건설,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등이 바로 그것. 재계에서 암암리의 자존심의 척도가 되는 재계 순위 역시 누가 인수하느냐에 적잖은 변동을 가져오리라는 점도 관심의 대상 중 하나다. 이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초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라이벌 한진그룹을 제치고 재계 10위로 자리잡았다.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으로 인수 예상 가격만 7조원대가 넘는다. 포스코, GS, 두산, 한화 등 대형 그룹들이 관심을 보이며 치열한 인수전을 벌이는 상황. 이외에 하이닉스도 자산 총액이 15조원, 현대건설은 7조3000억원에 달한다.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인수전은 아직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LG, 현대, 현대중공업 등이 인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누구도 확실하게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는 않다.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대형 M&A 매물들이 쏟아질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이미 민영화하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졌고 추가로 15~20개의 공기업이 현 정부 임기 내에 민영화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대어’를 잡을지 시선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공기업 민영화
반면 공기업 민영화는 매각의 주체가 재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공기업 재벌에 넘겨주려는 것이냐”는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수도 등의 공공사업 부문에서는 ‘서민 경제 파탄’ 등의 시나리오가 돌면서 반발을 키우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도 적잖게 작용하고 있는데, 공기업 노조 등은 ‘쇠고기 반대 촛불 시위’ 등에서 이와 같은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산업은행, 우리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권의 민영화다. 올 초부터 꾸준히 초대형 은행 ‘메가뱅크’ 설립 논란이 성행했고 민영화에 따라서는 아직까지도 이 시나리오가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9년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와 보험, 은행의 치열한 삼파전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 공기업의 민영화는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재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삼성 특검’으로 불리는 삼성 비자금 사건의 공판이다. 지난해 10월 전 삼성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이 사건은 이례적으로 특수검찰까지 구성돼 전방위 수사에 칼날을 겨눴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폭로 중 일부만이 특검에서 확인돼 수사 결과를 두고 ‘미흡했다’부터 ‘충분했다’까지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지난 4월22일 발표된 삼성 쇄신안에 이건희 회장 및 이학수 부회장이 사퇴하게 된 배경도 바로 이 비자금에 대한 책임론이 배경이 됐다. 이 회장이 삼성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재계서열 1순위의 삼성그룹의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작 재판부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이 회장은 지난 6월12일, 18일 두 번의 공판에 참석했지만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이미 이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병철 회장도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한 전례가 있다. 이 회장이 다시 삼성에 복귀할지, 그의 아들 이재용 전무의 경영권 승계 진행여부도 업계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관심사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재벌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상대적으로 경미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러 왔던 것이 사실. 따라서 재계 최대 이슈가 된 이 회장에 대한 처벌 여부는 올해 최대의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개인정보 유출
올해 IT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바로 ‘개인정보 유출’이다. 그동안 꾸준히 그 위험성과 중요성이 강조돼 왔지만 기업들의 소비자 배려와 보안의식은 사업 규모에 비해 상대적 빈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잇따른 중국발(發) 해킹사건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되면서 사상 초유의 정보유출 사태가 빚어졌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을 알린 것은 지난 4월의 옥션 해킹사건이다. 옥션의 해킹을 통해 빠져나간 개인정보는 1081만명 규모. 거기에다가 포털사이트 다음을 비롯해 사이버패스 KT, 온세통신 하나로텔레콤, LG파워콤 등에서도 해킹 흔적이 발견돼 소비자에게 충격을 줬다.
가장 크게 불거진 것은 바로 하나로텔레콤이다. 하나로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해킹도 아닌 ‘자발적 제공 통한 텔레마케팅 활용’이라는 관행의 책임을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하나로텔레콤의 책임을 두고 올해 3월 인수한 SK텔레콤이 전 주주인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에 책임을 묻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에 따른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추이도 주목된다. 유출 규모에 따른 단체소송이 배상으로 인정될 경우, 하나로텔레콤과 옥션 등은 소위 ‘문을 닫아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