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것들의 ‘더함’에서 발견한 따뜻한 아름다움
흔한 것들의 ‘더함’에서 발견한 따뜻한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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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지폐·레코드판…우리 주위의 수많은 ‘수집’

외국 친구들과의 펜팔로 얻은 여러 나라의 다양한 우표, 아버지가 해외 출장 가실 때마다 받아 둔 외국 동전들, 클래식에서부터 아바나 비틀즈 등의 팝음악까지 다양하게 갖추었던 레코드판 등.

흔히들 어릴 적 우표 수집에서 비롯해 지폐라든가 동전, 레코드판, 영화포스터, 화보집, 책 등 애착이 가는 것들을 모아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수집이란 무엇일까. 하나의 대상을 정해 물품들을 모아놓았다고 수집이라 할 수 있을까.

1921년 조선총독부가 광화문을 해체하려고 하자 ‘아! 광화문’이라는 글을 발표해 해체를 막았으며 조선 항아리의 아름다움과 석굴암 조각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조선 미의 실용적 아름다움을 이론적으로 밝힌 것으로 유명한 야나기 무네요시가 논하는 ‘수집’ 이야기를 들어보자.

야나기 무네요시는 ‘수집이야기’를 통해 수집에 대한 열정이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 머물거나 환금성으로만 그 가치를 판단해버리는 자본의 시대에 참된 수집의 자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자신의 25년 수집경험에서 우러나온 수집품을 골라내는 안목과 기준, 건강한 수집의 모습을 소개한다. 또한 개개 수집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진지하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우표·지폐·레코드판·영화포스터·화보집…우리 주위의 수많은 ‘수집’
일상 속 흔한 것들의 아름다움 “스스로 찾지 못하면 휘둘리게 돼”

‘수집이야기’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수집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 중 ‘수집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저자는 자신의 수집관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사고파는 이익을 예상하고 수집을 한다거나 허세를 부리는 등의 불순함 또는 고가의 물품, 유명한 작품에 의지한다거나 진기한 것·완전품에 대한 집착, 상인들이 추천하는 물건에 유혹당하는 수집 등에 대해 날카롭게 충고한다. “스스로 선별할 능력이 없으면 이와 같은 유혹에 말려들게 된다”는 것이다.

‘가난한 자의 수집’이라는 글을 통해서는 수집에서는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품을 알아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며, 남들이 등한시하는 것들에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모으는 개척적인 수집이 의미 있음을, 따라서 세태에 휩쓸리지 않는 수집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실제 그가 ‘민예(民藝)의 아버지’라 불리는 것은 돈으로 수집품을 모은 것이 아니라 흔히 쓰고 버려졌던 일반인들의 일상용품을 민예라 부르며 그 아름다움을 아끼고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다. 일본민예관의 전시실을 채운 그의 수집품들이 ‘따스한 인간성, 단순함의 강력한 힘, 청순함’ 등으로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위안과 편안한 감동을 안겨주는 것도 그의 ‘수집’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부에서는 ‘기이한 인연의 수집품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수집품을 하나하나 모으면서 있었던 일화들로 조선의 연적과 합자를 비롯해 다호, 대접, 병풍, 탁본이나 오쓰에 등 주로 한눈에 반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헤어졌다가 간절한 마음 끝에 다시 소장하게 되는 곡절 있는 인연의 수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3부 ‘모쿠지키 불상을 찾아서’는 저자가 육류와 오곡을 먹지 않고 나무열매와 풀 등을 식료로 삼으며 수행하는 고승 ‘모쿠지키 상인’을 발견하고 이들을 추적한 내용, 상인의 목조불을 구하기 위해 찾아 나선 여정을 기록한 일지다.

저자는 수집에 대해 “내가 시도했던 수집도 내 마음의 발자취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수집품 하나하나는 나의 친근한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은사이기도 하다”며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데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집에서 얻어지는 즐거움과 경험 또는 그 행위에 대한 가치가 이야기되는 행위라고 말한다.

수집이야기 / 야나기 무네요시 저 / 산처럼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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