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기집단을 조직해 치밀하게 움직이는 ‘사기의 고수’들이 늘고 있다. 지난 6월26일에는 주로 운전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를 골라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회사로부터 수억원의 보험금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뿐만 아니다. 한 오락프로의 방송에서도 최근 여성운전자를 노린 오토바이 사기단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수법을 소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실제 사기 고수들의 수법은 당하지 않고는 못 벗어날 정도로 치밀했다. 이에 <시사신문>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사기 고수들의 수법과 대처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일방통행로에 잘못 들어선 차량과 일부러 부딪치고 보험금 타내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차선 변경하는 차량 측면에서 들이받아
자동차 등록현황 300만대 시대. 고유가 때문에 자동차 통행량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자동차의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각 가정마다 자동차 한대 없는 집이 없다. 또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 짐에 따라 여성 운전자들의 수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여성운전자만을 노린 교통사고 보험사기단들이 기승하고 있어, 여성 운전자들의 애를 먹이고 있다.
‘역주행’ 차량 노려
지난 6월26일, 부산 금정경찰서는 여성 운전자 차량 등을 대상으로 고의로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뜯어낸 혐의로 보험사기단 45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A씨(27) 등 주범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주로 운전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를 골라 일부러 교통사고 내 보험금을 챙겼다.
그는 무려 45명의 주변 인물들을 총동원, 사촌여동생까지 범행에 가담시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조사 결과 보험금을 타기 위해 이들이 쓴 수법은 다양했다.
지난 2005년 12월 말쯤, 동네 후배로부터 A씨는 우연히 ‘길을 잘못 들어 일방통행로에서 역주행하는 차량과 교통사고가 나면 상대 운전자가 꼼짝도 못하고 보험금과 합의금을 물어준다’는 귀가 솔깃한 얘기를 듣게 된다.

돈 욕심이 났던 A씨는 그 후, 부산 한 빌딩 근처의 일방통행로에 자신의 차량을 몰고 가 역주행하는 차량이 오기를 기다렸다. 때마침 운전이 미숙해 길을 잘못 들어선 B씨(37· 여)의 차량이 A씨가 기다리고 있는 도로로 역주행을 했고, 기다렸다는 듯 A씨는 그대로 B씨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보험회사로부터 병원 입원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600만원을 타냈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동네 선후배를 모아 보험사기에 나섰다.
A씨는 이처럼 일방통행로에 잘못 들어선 차량과 일부러 부딪치고 보험금을 타내는가 하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우회전하는 차량에 발을 내밀어 사고를 당하거나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을 들이받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사기에 자신감이 붙은 A씨는 대범하게도 교통사고가 나지도 않았는데 자신들끼리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눈 뒤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보험금을 받기도해, 보험사 직원을 ‘눈 먼 장님’으로 만들기도 했다.
‘강수정’도 당했다
지난 6월8일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후 ‘일밤’) ‘고수가 왔다-고수의 시나리오’에서 아나운서 강수정도 ‘오토바이 보험사기단’에 당했다. 방송 포맷을 전면 개편하고 ‘교통사고 사기예방’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방영된 이날 방송에서 메인 MC를 맡은 강수정이 보험사기단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몰래카메라를 당한 것.
이날 방송에는 지난 5년간 250여건의 사기범죄를 저질렀던 전직 교통사고 사기 고수(?)가 출연해 실제상황을 재연하며, 피해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말과 행동으로 쉽게 각서를 쓰게 만드는 수법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들 ‘오토바이 뺑소니 사기단'은 대개 팀을 짜서 사기행각을 벌인다. 이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방향을 바꾸거나 차선을 바꾸는 차들 옆으로 다가가 발로 차의 측면을 차면서 차와 충돌이 일어난 것처럼 꾸몄다.
그리고는 괜찮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를 뜨고 이에 안심한 피해자에게 경찰과 함께 돌아오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뺑소니 범으로 몰아세웠다.
특히 소위 ‘악쟁이’로 불리는 사기단 일원은 목소리를 높이고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피해자의 감정을 자극해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몰래카메라에 당한 강수정도 이 악쟁이가 그를 아줌마라 부르며 “너는 쪽팔리지도 않냐. 사람들 쳐다보는데” 라고 몰아세우자 이내 평정심을 잃고 이들의 수법에 말리고 말았다.
이날 출연한 오토바이 뺑소니 사기단들은 “가장 쉽게 표적이 되는 운전자들은 여성, 초보운전자, 그리고 교통법규 준수 법규를 어기는 차량”이라며 교통법규 준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