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9 총선에서 ‘개혁 공천’이란 이름의 물갈이에 휩쓸렸던 이들이 일선으로의 화려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낙선·낙천자들의 귀환’은 이번 청와대 비서실 개편과 공기업 사장 교체에서 두드러진다. 내각 교체를 앞두고 차기 장관에도 낙천·낙선자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맹형규 전 의원은 개편된 청와대 비서실 정무수석에 임명됐고 신설될 정치특보에는 낙천한 김덕룡 전 의원이 거론된다.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박형준 전 의원은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발탁됐으며 민정2비서관에 부산 동래에서 낙선한 오세경 변호사가 낙점을 받았다.
국회로 돌아온 이들도 있다. 낙천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7·3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리고 있고 김양수 전 의원은 차관급인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내정됐다.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물망에도 올랐던 그는 18대 국회가 정상화돼 김형오 의원이 의장에 선출되는 대로 비서실장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김창호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공보수석(1급)으로 입성이 유력하다.
한나라당 낙선·낙천자 청와대·정부·공기업 요직으로 속속 복귀
靑 “사람이 없어…능력보고 뽑았다”…지키지 못한 ‘6개월 룰’
자천타천 정부 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전해지는 낙천자로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정형근 최고위원, 체육관련 협회에 임인배 전 의원, 마사회나 농촌공사 사장에 권오을·김광원 전 의원 등이다.
이성권 전 의원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감사로 내정된 상태다. 이 전 의원은 회계와 내부 감사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공기업 감사와 달리 대외 업무를 주로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헌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은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산하 사업체인 대교개발㈜의 감사로 임명됐으며 이재웅 전 의원은 EBS 사장이나 교육부 산하기관장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낙선자 중에는 홍문표 전 의원이 개각 시 농림해양수산부 장관 후보 물망에 올랐으며 고경화 전 의원은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양환 전 부산시의회 부의장도 청와대 정무라인 진입을 타진 중이다.
차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을 놓고도 권오을, 박계동, 홍문표 전 의원 등 낙선·낙천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당장 일선에 복귀하는 것보다 재·보선을 염두에 두고 지역구 관리에 매진하겠다는 낙선자들도 있다. 민정수석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정종복 전 의원이나 김희정 전 의원 등이 지역구로 눈을 고정시킨 이들이다.
낙선·낙천자들의 선전에 정치권 내의 논란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이 4·9 총선 후 “낙선자들은 총선 이후 최소한 6개월 동안은 정부·청와대 인사나 공기업 인사에서 기용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에 따라 ‘낙선자는 6개월간 공직에서 배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능력을 중요시한 인사”였다며 낙선·낙천자의 기용은 ‘보은인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서도 새 정부가 인력난을 이유로 낙선·낙천자들을 대거 발탁하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드세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정권 초기 천명한 ‘6개월 룰’을 어기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라며 낙선·낙천자 인선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