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시나리오 대해부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시나리오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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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놓인 외환은행 “누가 먹느냐”

외환은행의 매각이 또다시 안개 속에 휩싸였다. 론스타와 지분인수 계약을 맺은 HSBC에 또 다시 금융위원회의 매각승인 유보가 떨어지며 계약 파기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론스타로서는 외환은행 매각작업을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는 상황.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갖가지 매각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아직까지 일부 가능성일 뿐이지만 시중 금융권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시나리오를 <시사신문>이 짚어봤다.

▲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 매각승인을 또 다시 유보하며 HSBC의 인수 계약 파기가 유력해졌다. 사진은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
모로 가도 짭짤한 론스타 어떻게 팔아도 구매자 많다(?)
국민은행, 농협, 하나은행 기대감 만연 “기회만 온다면!”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외환은행의 매각을 사실상 보류하면서 매각의 향방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외환은행 매각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밝힌 이후라 더욱 기대감이 컸던 만큼 외환은행의 불투명한 매각은 금융권의 갖가지 시나리오를 불러오고 있다.

시나리오 1
HSBC매각 파기

금융위의 결정에 대해 금융권은 매각이 한층 더 ‘꼬였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법원의 무죄에도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힌 탓이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소송은 연말께 1심이 예정돼 있고 항소심까지 모두 마치려면 내년으로 넘어가야 한다. 결국 금융위가 전제한 외환은행의 ‘불확실성’이 올해 안에 해소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주가조작 항소심 무죄판결은 당초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체결한 HSBC의 계획을 오히려 안개 속에 놓이게 된 셈이다. 지배지분 51.02%에 대한 인수계약은 7월 말로 만료가 되지만 HSBC는 물론 론스타도 매각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계속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만약 론스타와 HSBC의 계약이 좌절된다면 외환은행 매각은 원점부터 재검토 될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 2
매각 방식 어떻게?

그렇다면 한 치 앞을 바라보기 힘들게 된 외환은행 매각은 어떻게 풀릴까.
현재 유력한 외환은행 매각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히고 있다. 첫째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분할 매각(블록 세일)을 시도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얻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조속한 처리와 금융위의 승인이 나지 않더라도 매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이미 론스타는 두 번의 ‘블록 세일’을 실시해 1조8000억원을 챙긴 바 있다.

대법원 판결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굳이 수개월 이상 매각을 지연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게다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재판은 아직 1심 선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일괄매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리라는 또 다른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자통법을 앞두고 금산분리 규제완화 등이 시행되느니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는 향후 상승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론스타가 그런 프리미엄을 불과 시간에 쫓겨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괄매각은 법원 판결 및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크게 좌우될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 없이는 마땅한 대안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나리오3
대법원 판결은 어떻게?

이미 론스타는 지난 6월24일 외환카드에 대한 허위 감자설 유포를 통한 주가조작 혐의를 다룬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 판결을 뒤엎고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이 상고하면서 결국 사건은 대법원으로 가게 됐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무죄의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만약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가 대법원에서 부정되면 사실상 론스타의 먹튀를 막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강제매각을 통해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해야 한다. 벌금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은행법 시행령에 의해 6개월마다 한 번씩 있는 대주주 적격 심사에 탈락, 주식 강제매각 명령을 받게 된다. 이때 론스타는 의결권의 10%만 인정받는 탓에 매각의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론스타로서는 어차피 매각하려던 차이니만큼 모로 가도 이득을 보는 셈이다”라며 “론스타가 고려하는 것은 매각 결론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나리오 4
시중은행 인수전 대격돌

현재 HSBC의 계약이 불투명해지면서 군침을 흘리는 곳은 시중 은행들이다. HSBC의 계약이 파기되면 다시한번 시중 은행에게 기회가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자통법으로 금융빅뱅이 예고된 만큼 시중 은행들의 덩치에 대한 욕구는 커졌다. 이런 상황에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올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현재 업계에서는 유력한 인수 후보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농협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직접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히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지만 속내는 다분히 외환은행 매각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 측도 수차례 외환은행에 러브콜을 보내온 바 있고, 최근 법인세 1조7000억원 납부 부담에서 벗어난 하나금융지주도 내부적으로 론스타와 HSBC 간 계약이 파기되면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다가 파기된 바 있지만 현재까지도 수차례 입맛을 다셔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수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괄매각을 위한 인수전을 준비하는 한편 ‘블록 세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 등 우호세력을 동원해 최대한 자기편 지분을 늘린 후 블록세일이 끝난 후 경영권 확보를 위해 모자라는 지분을 시장에서 공개 매수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론스타의 외환은행의 매각 시나리오는 점진적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어찌됐던 론스타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몸이다. 현재 시가만하더라도 막대한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에 어떤 판결이 나더라도 ‘매각’ 자체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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