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재벌가 큰손’ 부들부들 사연
주식시장, ‘재벌가 큰손’ 부들부들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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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움직인 자리 ‘구린내 풀풀’

재벌가(家)가 술렁이고 있다. 검찰이 재벌가 일원들의 주식시장 불법행위를 정조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수사 대상만 10여명이 넘어선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재벌가 일원 등 유명인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불법적인 주가조작을 해왔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만큼 알려진 것 이외로 수사 대상이 광범위해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재벌가 누가 손을 댔다’는 소문만 나도 상한가 행진을 기록하는 코스닥시장 종목들. 정작 어렵게 몫 돈을 마련해 재테크에 나선 개미(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입게 되는 형국이다.

▲ 내부자 거래와 주가조작 등을 통해 맥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로 영장이 발부된 LG방계 3세 구본호씨가 지난 21일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섰다. [사진/ 연합뉴스]
검찰, 주식시장 재벌가 2,3세 주가조작행위 수사
코스닥시장 큰손 LG가 구본호씨 수사 어디까지?

국내 주식시장은 이상하리만큼 많은 테마주가 있다. 재무 상태나 사업성이 좋지 않다고 해도, 이와는 무관하게 테마에 편승했다는 소문만 나면 투자자가 모이고 해당 상장사의 주가는 연일 급등 행진을 이어간다.

심지어 증권가 관계자에 따르면 자본잠식 상태로 퇴출 위기에 몰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테마주에 편승되면 언제 휴지조각이 될지 모를 주식임에도 개미들이 묻지마 투자에 나설 정도라고 한다. 주가는 일시적으로 요동치기 마련이지만 결국 테마가 시들해지면 대부분의 개미들은 손실을 보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추락하는 코스닥시장 신화

이런 테마주 중 대표적인 하나가 바로 ‘재벌가 테마주’다. 주로 코스닥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재벌가 일원 누가 경영권과 관련해 지분매집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나면 해당 주가는 소위 ‘대박주’로 부상한다. 당연히 대박주를 이끈 재벌가 일원의 막대한 이익실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놓고 ‘재벌가 후광 효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테마주에 편승하기 위해 뒤늦게 뛰어든 개미들은 별다른 이익실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테마로 주가가 급등하면 먼저 매집에 나서 주가를 띄웠던 당사자는 곧바로 되팔고 빠지는 일이 적지 않아서다. ‘먹튀’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대목이다. 주식시장에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긴 재벌가 2, 3세들의 주가조작 가능성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이다. 검찰 주변에 따르면 내사 대상자만 10여명이 넘어선다.
일단 검찰 수사의 신호탄은 코스닥시장의 신화적 존재인 LG가 방계 3세 구본호씨의 구속으로부터다. 구씨는 코스닥시장에서 ‘마이더스의 손’, ‘구본호 효과’ 등으로 불릴 만큼 투자하는 종목마다 주가가 급등했다. 증권가에서 구씨는 대표적인 재벌가 테마주인 셈이다.

구씨는 LG그룹 물류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범한판토스 대주주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정회씨의 3남 고 구자헌씨가 그의 부친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고 구자헌씨가 사촌지간인지라 결과적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는 6촌지간이다.

구씨가 코스닥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이른바 ‘구본호 신드롬’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그해 12월 (주)대동(현 더존비즈온) 지분 11.59% 인수를 시작으로 2006년 4월 소프트포럼 지분 6.08% 매수 등코스닥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6년 9월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 주식 100만주를 배정 받으면서 ‘구본호 신드롬’을 몰고 왔다. 미디어솔루션은 당시 사업 확장과 운영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150만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했고, 이 가운데 100만주가 구씨에게 배정됐다. 당시 미디어솔루션 주가는 소식이 전해지기 무섭게 무려 12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당시 미디어솔루션이 매출액 절반이상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회사였다는 점에서 구본호 효과는 ‘LG가 후광’이 크게 작용한 것이란 뒷말이 무성했다. 구씨는 2006년 10월 액티패스의 170억 규모 BW와 CB 중 80억원 어치를 인수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엠피씨 신주 배정으로 또다시 코스닥시장의 핵심으로 주목받았다. 엠피씨는 당시 구씨의 지분매집 소식이 알려지기 이전부터 연속 상한가를 기록, 증권가에서는 내부자 거래 의혹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런 구씨가 검찰(대검 중수부)의 대우 구명로비 의혹 수사 연장선에서 이번에 전격 구속됐다. 일단 적용된 혐의는 증권거래법위반. 검찰에 따르면 구씨는 2006년 9~10월 대우 구명로비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조풍언씨의 자금으로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국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처럼 허위 공시를 했고, 당시 주당 7000원이던 주가를 4만원대까지 끌어 올린 뒤 되팔아 160여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구씨는 같은 시기인 9월말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글로리초이스차이나에 주당 7000원씩 20만주를 배당해 조풍언씨가 수십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주사회 한인주간지인 ‘선데이저널’에 따르면 구씨와 조풍언씨는 각별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미주 한인사회에 소문이 파다하다. 구씨는 미주 한인사회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구씨와 조풍언씨의 공모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은닉재산이 구씨와 조풍언씨 관계의 연장선에서 일부분 드러나게 될지 이목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반면 구씨의 수사 소식에 구본호 테마주는 연일 급락장을 이어가며 된서리를 맞고 있다. 다른 재벌가 일원과 관련한 테마주 역시 하루 장 중 적게는 3~4%, 많게는 10% 이상 하락장을 연출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미수금으로 투자에 나선 개미들의 피해와 더불어 증권사들의 피해마저 우려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거론된 재벌가 일원 누구?

이런 맥락에서 검찰은 이번 구씨 수사와 별도로 재벌가 2, 3세들의 주식시장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씨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는 대검 중수부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이 부분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수사 선상에 오른 인물들은 주로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받고 회사 경영에 참여할 것처럼 공시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이른바 ‘치고 빠지기’로 거액의 차익을 거둔 재벌가 일원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런 첩보가 이미 10여건 이상 검찰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진다.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인물만 해도 A그룹 손자 B씨, C그룹 사촌 D씨, E그룹 창업주 방계인 F씨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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