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실대는 촛불에 벼랑 끝 신세됐네~”
“넘실대는 촛불에 벼랑 끝 신세됐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퇴압박 받는 어청수 경찰청장
▲ “짐 싸서 나가라고?”어청수 경찰청장이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 진압 등으로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ant매를 맞고 있는 것. 그러나 어 총장은 촛불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어청수 경찰청장이 경질 0순위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경찰청장의 자리에 올랐으나 촛불집회를 강경진압으로 대응,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어 총장은 촛불집회에 대해 ‘치밀한 사전 계획’을 주장하는가 하면 집회에 가담한 시민을 무작위로 연행해 원성을 샀다. 도로 한 가운데 쌓은 ‘명박산성’으로 시민과 정부가 대화할 수 없는 상황임을 명백히 보여주었으며 촛불집회가 폭력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강경진압 방침을 내세웠다. 경찰과 시민의 대치에 ‘공안정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이 촛불집회 참여자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지만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등에 대해서는 허술한 태도를 보이는 등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경찰들의 총수인 어 청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거세게 하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2007년 말 임택순 청장의 임기가 만료되자 참여정부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간의 합의에 의해 추천됐다. 경찰위원회 회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2월11일 이명박 정부 출범을 보름여 앞서 대한민국의 치안을 책임질 총수로 14대 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이명박 닮은 꼴 ‘어청수’

어 총장은 1980년 경찰간부 후보생으로 경찰에 입문해 경찰청 경비과장, 경찰청 공보관실 공보담당관, 대통령비서실 치안비서관, 경남·부산·경기·서울경찰청 청장, 경찰대학장 등을 역임했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2년 강남경찰서 정보과장 시절이다. 이후 1996년 이 대통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던 때는 종로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근무했고,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장으로 근무했다.

이 대통령과의 오랜 친분만큼이나 어 청장은 이 대통령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그가 현장과 실무를 중시하는 ‘현장형’ 인물이라는 점이 대표적이다. 서울 은평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남·부산·경기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하면서 현장 중심의 실무형 인재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지속적으로 현장을 강조해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발 맞춰 대한민국 치안 책임자로 발탁
현장 중심 실무형, 역동성 강조…목표는 ‘치안모범국가’

그의 ‘현장중시’는 취임식사에서도 드러난다. 어 총장은 취임식에서 “법질서는 사회발전 수준에 뒤처져 있고, 테러·사회병리형 이상범죄, 첨단 신종범죄 등 치안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현 치안상황을 진단하면서 “(경찰관들의) 개인별, 분야별, 관서별로 ‘치안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국민이 자랑하고 세계인이 선망하는 ‘치안모범국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앞으로 경찰을 지구대, 형사, 교통 등 현장접점 위주로 인력을 재배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조직과 기능을 범죄예방과 검거 중심으로 재편해 현장의 경찰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하겠다며 ‘혁신’을 논했다.

조직 내부의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 청장은 “모두가 참여하는 부단한 내부개혁과 자정노력이 이어져 조직 내 정의로운 기운이 한층 커지도록 쇄신해 나가자”며 “동료 간 의사소통의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감찰행태와 징계절차를 개선해 일한만큼 평가받는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사다난 취임 100일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어야 할 취임 초부터 많은 일을 겪어버린 이 대통령처럼 어 청장의 임기도 수많은 사건들로 점철되고 있다.

어 청장의 힘찬 출발은 ‘중국인 성화봉송 폭력시위 사건’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올림픽 성화봉송에서 중국 시위대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물병과 돌멩이를 집어던지고 각목을 휘두르는 등 폭력이 난무했음에도 성화를 지키는 데만 열중하느라 이를 수수방관했던 것.

‘자국민도 지키지 못하는 경찰’이라는 비난을 호되게 받고서야 어 총장은 “자기 국가의 성화봉송하는데 충돌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거 같다”며 “추가 증거 자료를 확보해 가담자를 추적해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사람들의 ‘입’을 제대로 타게 된 것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내용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어나면서 부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촛불집회에 대해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배후설’을 주장하는 한편 “사법 처리 대상이 수 백 명이 되더라도 반드시 처벌하겠다”고 밝힌 것.

그는 물대포로 시민들이 다치는 등 물의를 빚자 “무저항 비폭력 시민이 아니라 폭력 시민이었다”면서 강경진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문화제) 시위대의 지휘부가 없어 진압하기 어렵다”고도 언급, 사실상 배후가 없음을 경찰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어 청장은 이후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폭력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들이 가담하면서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하며 일반 시민 참가자와 과격행위를 주도하는 일부 단체에 대해 분리 대응 방침을 밝혔다.

촛불민중과 대통령 사이, 오르지도 넘지도 못할 ‘명박산성’
촛불집회 강경진압 비난 여론 봇물, 어청수 사퇴압박 거세

집회에 대한 그의 강경대응 방침은 그가 경찰총장에 임명되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됐다. 그는 1월4일 인수위 보고 이후 집회시위 관리 매뉴얼을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청은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수차례 실무위원회를 갖고 새로운 장비 도입과 전술 추진 상황, 부상자 방지 대책을 점검했다.

취임식에서는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떼법·정서법’ 등의 용어를 써가며 강경대응 할 방침을 내비쳤으며 3월15일 경찰청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시위현장에서 경찰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 전경 대신 경찰관으로 구성된 체포전담 부대를 만들어 불법시위 현장에 배치할 방침을 보고하기도 했다.

취임 직전 두 차례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매 맞는 모습을 절대 보이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안정국 주도 ‘집회 싫어’

▲ ‘촛불의 힘’ 주춤했던 촛불집회가 다시 도심 곳곳에서 살아나고 있다. 이에 따라 촛불의 힘이 경찰과 청와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시민을 지키는 경찰’이 ‘시민을 막아선 경찰’이 돼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촛불행진이 청와대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광화문 네거리에다 용접한 컨테이너 박스를 갖다 놓은 것. 컨테이너가 흔들리지 않도록 모래를 넣고,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윤활유를 칠했다.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은 것이다.

그는 ‘명박산성’의 기획자였다. 과거 부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촛불집회를 컨테이너로 막아서자는 의견을 낸 것. 어 총장은 의견을 제시하며 “2005년 부산(APEC 정상회의)에서 써봤다. 교통마비가 가장 큰 단점”이라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2달을 넘기자 경찰은 “형광물질을 넣어 살수하겠다”며 “형광물질이 묻은 사람들을 검거하겠다”고 경고하고 강경진압 방침을 강조, 시국은 ‘공안정국’으로 치달았다.

이 와중에 어 청장은 경찰이 촛불집회 주도 단체로 지목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주최 인사를 제때 검거하지 못한 지휘라인에게 호통을 치는가하면, “80년대식 강경진압을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는 ‘80년대식 과잉진압’ 발언으로 파문을 낳기도 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결정 이후 국회의원, 변호인, 초등학생, 할아버지 등 시민에 대한 위법성 논란이 있는 무차별 강제연행으로 정치권은 물론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민변, 네티즌 등을 중심으로 어 총장에 대한 퇴진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경찰이 초등학생을 잡아넣고 국회의원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는 등 이성을 상실한 막가파식 대응을 하고 있다”며 “게다가 물대포에 색소와 최루액을 넣겠다니 시대착오적인 공안통치의 하수인 어 청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어 청장을 압박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KNCC) 정의평화위원회는 성명에서 “국민치안을 책임진 경찰이 자기소임을 망각한 채 이명박 정권의 시녀가 된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하며 “어청수 경찰청장은 미국산 쇠고기수입 고시철회를 촉구하는 국회의원과 시민에 대한 불법적 강제연행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진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경찰청의 인권수호위원회 위원이 전원 사퇴하기도 했다.

취임식에서 “국민의 손과 발이 되어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경찰, 실망이 아닌 희망을 주는 새롭게 변한 경찰”이 되겠다고 밝힌 어청수 총장. ‘희망’이 아닌 ‘실망’을 주고 있는 그에게 ‘퇴진’을 외치는 촛불의 시선이 따라붙고 있다.


어청수는 누구?

출생: 1955년 11월 25일 경상남도
학력:
진주고등학교
동국대학교 경찰행정 학사
동국대학교행정대학원 사회복지 석사
경력:
1980년 간부후보 28기로 경찰 입문
1995년 7월~1996년 7월 경남 합천경찰서장
2001년 1월~2001년 11월 경찰청 공보담당관
2003년 4월~2004년 1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장
2004년 1월~2004년 8월 경찰청 치안감(대통령 치안비서관 파견)
2004년 8월~2005년 1월 경남지방경찰청 제15대 청장(치안감)
2005년 1월~2006년 2월 부산지방경찰청 제34대 청장(치안감)
2006년 2월~2006년 12월 경기지방경찰청 제18대 청장
2006년 12월~2007년 5월 경찰대학 제30대 학장
2007년 5월~2008년 2월 서울지방경찰청 제20대 청장
2008년 3월 제14대 경찰청 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