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선장 구하기’ 흩어진 지지층보다 ‘핵심층’ 부활 노린다
내부분열 일으켰던 측근 재정립…어른과 브레인, 저격수 모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위기를 맞았다. ‘쇠고기 정국’으로 지지층이 흩어지고 지지율은 10~20%대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내세웠던 주요 정책은 국민적 반발에 부딪쳐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상황.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주요 사안이 나올 때마다 ‘촛불집회’가 빈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人의 장벽’ 세워라
정치권은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이 대통령에게 가장 절실한 것으로 ‘지지기반’을 꼽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남’이라는 지역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는 대통령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재기할 수 있는 가장 큰 밑천이었다. 또한 대통령의 곁에는 ‘정치적 스승’이나 ‘대리인’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함께 해왔다.
그러나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수도권 민심은 이 대통령에게 고개를 돌렸다. 쇠고기 추가협상 후에도 대통령의 지지율은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MB 친위대 재구축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대립하는 동안 균열이 일어난 친이계가 재정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현재 이 대통령을 대변할 새로운 권력 라인에 들어선 인물은 5명이다. 청와대에는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정무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이 ‘신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했으며 당에서는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뜨고 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그림자론’을 펴고 있다. 이 대통령을 보이지 않게 보좌하고 내각을 뒷받침하겠다는 것. 대통령실에서 떠안았던 ‘조정’ 역할을 총리실에 되돌리면서 총리에 책임을 쥐어줬다.
맹형규 정무수석은 정무·민정·외교안보·홍보기획 등 정무분야를 총괄하면서 소통부재를 해결하고 정무와 홍보기능을 대폭 강화하게 됐다. 박형준 홍보기획관도 실제적인 정무파워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홍준표·임태희 등 ‘중립지대’가 맡았다. 이들은 대선을 통해 이 대통령과 신뢰를 쌓았으며 홍 대표의 경우 ‘만책홍통’(모든 대책은 홍준표 원내대표를 통한다)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현 정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임 정책위의장도 홍 대표와 투톱체제를 세우며 정책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핵심은 ‘6인회’로부터
당·정·청에서 ‘신주류’가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실제 ‘친위대’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형님라인’이라고 말한다. 지난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을 거치는 동안 유학을 떠난 이재오 전 의원을 제외한 ‘MB의 정치적 멘토’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박희태·김덕룡 전 의원,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 전 6인회 멤버들이 당·정에서 활동, “이들이 있기에 ‘신주류’가 있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
행보마다 ‘상왕정치’의 시선을 빗겨가지 못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측근을 통해 “앞으로 정치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부르는 일을 일절 하지 않겠다”며 “외교와 서민경제 문제에 진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그의 영향력이 당·정·청에 고루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정두언 의원의 ‘권력사유화’ 발언 등에도 불구, 비서실 개편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맹형규 수석은 이 전 부의장 계보를 대표적인 인물이며 이상득 라인이었던 박영준 전 비서관의 기획조정비서관 자리는 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인 정인철 전 한울회계법인 경영고문이 ‘기획관리비서관’으로 명패를 바꿔 꿰찼다.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도 민정1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살아 남았다.
낙천했던 박희태 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 당 내 친이계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김효재·최병국·안경률·백성운·정태근·조진형 의원 등 경남 및 주류 측 의원 다수가 캠프에 합류, 세 결집을 이뤘으며 향후 청와대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당·정·청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재기를 노리며 ‘세월을 낚고 있는’ 김덕룡 전 의원은 2기 비서진에 정치특보로 거론되기는 했으나 청와대 입성에서는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에게 정무적 조언을 하고 ‘여의도 메신저’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는 6·3 학생운동을 함께 했으며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2의 386 ‘안국포럼’
‘화합과 조정’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원로 외에 ‘MB직계’로 분류되는 안국포럼과 초선의원들도 차츰 힘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안국포럼 출신이 총선을 통해 대거 국회에 입성, 초선의원 특유의 패기와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안국포럼 출신 백성운, 김효재 의원은 박 전 의원을 도와 ‘친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강승규, 권택기, 조해진 의원 등은 최근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했던 측근 그룹 대부분이 국회로 진출하면서 청와대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일정 ‘역할론’에 공감,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연구조직’ 결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때 있었던 의정연구센터 형식이 될지, 재단 형식이 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안국포럼의 ‘연구조직’이 결성될 경우 2004년 ‘의정연구센터’를 설립,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을 당내에 접목시키는 역할을 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이화영, 백원우 의원 등 386 출신 친노직계 의원들과 비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MB 친위대’ 형님 이상득 암중 진두지휘, 초선의원으로 재구축
당·정·청 두루두루 포석 깔고 “MB 위기를 막아라” 전진 앞으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목소리를 조율해줄 ‘정치 멘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성장동력이라 할 수 있는 ‘새 피’가 필요하다”며 “향후 정국에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주도해 온 안국포럼 출신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상득 퇴진론’을 막아섰던 고승덕, 강석호, 이철우, 나성린 의원 등 초선의원들도 현장경제연구회 등의 모임을 갖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장파 ‘저격수’ 노린다
‘형님라인’의 득세에 소장파의 기세는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친위대’ 한 켠에서 힘을 기르고 있는 이들의 존재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들이 ‘브레인’과 ‘저격수’를 도맡았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도 이재오와 정두언이라는 걸출한 ‘저격수’를 잃은 데다 ‘싸우자고’ 덤빌 수 없는 상황이라 이들을 잠시 뒤로 밀어뒀지만 때가 되면 언제라도 전면에 띄울 수 있다는 의중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소장파 중 박형준 전 의원과 김해수 당협위원장은 각각 홍보기획관과 정무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정치권은 이들이 표면상 맹형규 정무수석 지휘 아래 놓여 있지만 실제 기획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경선과 대선에서 정두언·정태근·이태규 등 소장 전략가들과 함께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심재철, 공성진, 차명진, 진수희 의원 등 친이재오계 의원들도 최근 회동을 갖고 제2의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를 결성키로 하는 등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당 내 여론등을 감안해 전당대회 이후로 발전연 결성을 미뤘지만 ‘2인자 이재오’ 시대를 열었던 발전연이 재결성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