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연한 여름이다. 무더운 한낮의 땡볕, 모두가 더위에 지쳐 해가 빨리 지기를 기다리는 계절이 온 것이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해가 빨리 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아베크족’이라 불리는 젊은 남녀커플이다. 아베크족은 보통 그들만의 은밀한(?) 행동을 즐기기 위해 으슥한 곳을 찾아 헤매는 커플을 뜻한다.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한여름 밤의 미풍을 따라 아베크족도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고 있다.
자신들 찾은 은밀한 장소 거침없는 애정행각
자리 선점한 자동차 그 주위에 '암묵적 주차금지'
지난 7월2일 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아베크족이 즐겨 찾는다는 서울 한강시민공원을 찾았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등 몸매 가꾸기에 한창이었다. 또 한낮의 무더웠던 열기를 맥주 한 모금으로 날려버리기 위해 모인 젊은 남녀들은 넓은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아 즐겁게 담소를 나눴다.
벤치에 앉아 조심스레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커플도 눈에 띄었다. 이날 많은 커플들이 한강변을 거닐었지만 대담하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아베크족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모두 자신들이 찾은 은밀한 장소에 몸을 숨기고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좀 더 과감한 애정행각을 즐기기 위해 아베크족이 차안으로 몰리고 있다.
주차장에 고무풍선(?)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은 남산 다음으로 서울에서는 아베크족이 많이 찾는 명소이다. 또 연예계 소식통에 따르면 대중의 눈에 띠는 것이 부담스러운 연예인들이 주차장에서 진한 썬팅 차량을 이용, 비밀 데이트를 즐기는 인기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연예인 중 열에 아홉이 한강시민공원 차안에서 연인과 첫키스를 했다고 고백할 정도니 그 인기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서울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아베크족의 주요 활동 무대인 한강시민공원. 때문에 가족들 혹은 친구들끼리 한강시민공원을 찾았다가 의도치 않게 아베크족의 애정행각을 목격, 얼굴을 붉히고 돌아서는 시민들도 많다.
거의 매일 밤 한강변으로 산책 나온다는 주부 A(37·여)씨는 “가족들과 지나가다 보면 한적한 곳에 주차된 차량이 흔들흔들 거리는 것을 가끔 목격해 당황할 때가 있다”며 “차가 세워져 있던 주차장 인근을 보면 간혹 고무풍선(?)도 버려져 있더라”며 혀를 찼다. 그에 따르면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곳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버리고 가는 각종 오물들도 문제라는 거다.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의 대형관광버스 주차 구역은 더하다. 한 광관버스기사에 따르면 아베크족들은 이 구역을 즐겨 찾아오고, 특히 버스와 버스 사이는 최고의 명당이라는 것.

그는 “간혹 일을 늦게 마치고 주차를 하고 나오면 버스주차구역에 들어와 있는 승용차들을 많이 본다”며 “흔들리는 차를 보면 어김없이 커플들이 애정행각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그 사람들은 사람이 지나가도 쳐다보지도 않고 오히려 눈이 마주쳐도 당사자들이 더 떳떳하더라”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이어 “아침에 출근해서 보면 주차장 곳곳에 그들이 먹고 버린 쓰레기들과 애정행각에 쓰인 고무풍선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더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에티켓’은 필수
아베크족이 한강시민공원을 자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인과 한강시민공원을 자주 찾는 다는 한 아베크족 남성은 “남산도 명당이 많아 커플들이 자주 찾는다. 하지만 한강이 분위기 잡기도 좋고 에티켓을 지켜주는 커플들이 많아 더 자주 애용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아베크족끼리는 주차장소나 차량의 주차모습만 봐도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이 타고 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서로의 애정행각을 위해 아베크족 끼리의 ‘에티켓’은 필수라는 설명이다.
아베크족 에티켓은 우선, 먼저 자리를 선점한 자동차가 있으면 그 주위에는 다른 차들이 주차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금지한다. 만약 꼭 그 자리가 필요한 커플은 상향등을 반드시 끄고 트렁크 부분이 맞닿는 위치로 주차를 해야 한다.
또 아무리 화장실이 급해도 차에서 내려서는 안되며 주차된 차안을 힐끔힐끔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