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1800포인트를 돌파했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1600선까지 추락했다. 6월9일 이후 시작된 꾸준한 외국인 매도에 심리적 하한선인 1600포인트 마저 위협받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밑을 알 수 없는 추락에 숨이 멎을 지경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언제까지 떨어질까”에 쏠리는 것도 당연한 상황. 그럼에도 저점을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유가급등부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중국 등 신흥국가의 인플레이션 등 악재도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시사신문>이 5대 증권사에게 하반기 증시전망을 들어봤다.

삼성, 우리, 한국투자증권 비관론 “단기간 반등 힘들다”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침체기를 맞이했다. 19일째 쏟아지는 외국인 매물에 그대로 시장이 주저앉은 것이다. 지난 7월2일 장중 1610선마저 내줬던 코스피 지수는 장 막판 조금 반등하면서 42% 하락한 1623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3월20일 이후 최저치다. 코스닥 지수는 4% 넘게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를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올 들어 세 번째로 발동되기도 했다. 끝 모르는 하락에 위기감이 가중되는 형편이다.
삼성증권
“악재 계속될 것”
삼성증권은 올 하반기 주가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증권사 중 하나다. 소정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투자 포인트는 미국 경제의 침체가 다소 회복되더라도 중국 등 신흥국가들의 모멘텀이 약해진다는 점이다”라며 “이는 미국에서 비롯된 증시위기보다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소 연구원은 “국내 내수의 경우에도 성장보다 물가 잡기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에도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밖에 신흥국가를 대상으로 했던 수출 등으로 힘을 받았던 부메랑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리라는 점도 삼성증권이 하반기 증시를 전망하는 근거다. 소 연구원이 제시한 하반기 적정 지수는 1600포인트. 최악의 경우에는 1540선까지도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3분기 이후가 저점”
우리투자증권도 하반기까지 부정적 영향이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내수가 8년만에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증시 회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물가는 급등하고 성장률 전망은 낮춰지면서 증시를 눌러온 악재들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시장 심리는 올해 전저점까지도 가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저점은 어디일까. 강 연구원은 “3분기에 유가 수요둔화로 인한 안정, 미국의 반투기법이 통과되면서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며 “하지만 내수 경기지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렇다고 지금 하락에 투자 방향을 선회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다. 주식을 매입하기보다는 기존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강 연구원은 투자방향에 대해 “중국, 화학, 조선, 철강주는 반등을 하더라도 그 폭이 좁을 것으로 예상돼 차라리 내수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대우증권
“기회일 수 있다”
반면 대우증권은 하반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상승과 하락 가능성이 혼재하고 있지만 하락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은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있어 지금은 주식을 포기하기보다는 매수할 때”라고 말했다. 하반기 적정 지수는 2200포인트. 새로운 이슈보다는 유가의 향방,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의 압박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외국인들이 현물을 계속 매도하고 있지만 현물시장에 앞서 움직이는 선물시장에서는 매수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도 향후 증시의 반등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 김 연구원은 “현재 우리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 은 10배정도”라며 “이는 2006년 2분기 주가 급락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1600선 아래는 매수구간”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
“경기침체 오래 안 간다”
한동욱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 등 원자재 상승, 경기 침체로 인해 경기 둔화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증시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이 내다보는 반등의 포인트는 4분기 이후다.
한 연구원은 “4분기 이후 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경기도 하반기에 회복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완만한 상승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하반기 예상 코스피지수는 1960선.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 일로에 있지만 증시에는 이미 많은 부분 반영됐고 향후 조정을 통해 장기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한 연구원은 “현재 유가수준에도 과거 통화정책에 대한 당국의 신뢰나 현재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으로 봤을 때 경기둔화가 침체국면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장기 침체로 이어질 것”
한국투자증권은 연초의 낙관적인 하반기 전망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강문석 연구원은 “인플레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유럽·미국권 금융기관들의 신용위기마저 해소가 안 되니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일관하는 것”이라며 “저점에 다가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증시 폭락이 예견됐다고 보고 있다. 인도는 이미 연중 최저가를 경신했고 다우지수와 프랑스, 스페인 등도 모두 신저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만 프리미엄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 연구원은 하반기 투자 포인트를 분산투자로 꼽는다. 강 연구원은 “지금 원자재가 각광 받고 있지만 이는 하반기로 갈수록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침체가 장기화 될 수 있는 만큼 분산투자로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