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구명로비 의혹이 재계의 이슈로 부상했다. 임 명예회장 경호책임자를 지냈던 것으로 알려진 최승갑씨가 정·관계에 로비를 벌여왔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대상그룹 로비스트를 자처하는 최씨의 역할을 두고 현대그룹 대북송금 사건의 중추로 지목되는 김영완씨까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임 명예회장을 대신해서 정·관계 고위직의 로비스트 역할을 했던 최승갑씨와 고(故) 정몽헌 명예회장의 자금을 전달했던 김영완씨의 역할이 닮은 꼴이라는 평가다. 재벌총수의 수족이 돼 로비 일선을 뛰었던 재계 로비스트, 이들의 역할을 <시사신문>이 짚어봤다.

재벌 총수 수족으로 고위층 접선, 자금 이동의 가교역할 맡아
재벌총수들의 로비의혹이 또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삼성그룹 로비에 관련 특검팀이 구성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사돈 그룹인 대상그룹이 그 뒤를 이은 것이다.
대상그룹의 로비 의혹은 지난 6월20일 최승갑씨가 경찰에 붙잡히며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부터 언론에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수족이 돼 로비를 했다”고 주장하던 인물이다.
재벌가의 두 로비스트
최씨가 자칭 로비스트라고 주장하기 때문이어서일까. 재계 일각에서는 대상 로비의혹과 관련해 로비스트 김영환씨가 부각되고 있어 시선을 끈다.
로비스트를 자처하는 최씨 역할이 현대그룹 대북자금 로비 의혹의 중추로 거론되는 김영완씨 역할과 비교되는 것이다. 김씨는 현대그룹 로비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인물이다.
현대그룹 로비사건이 불거진 것은 지난 2003년이다.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대북사업을 위해 150억원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로비자금으로 전달했다는 것이 사건의 골자다.
당시 김씨는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DJ 정부 시절인 1999년 ‘남북정상회담 추진비’명목으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받은 150억원어치의 CD를 박 전 실장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현대그룹 로비사건의 실체는 미제에 붙여졌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김씨가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로비 일선에 있었던 것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정 명예회장은 자살하기 직전까지 미국에 있는 김씨와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수많은 비밀까지 공유한 ‘운명공동체’였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씨는 당시 정 명예회장과 정·관계의 돈줄을 잇는 가교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 유력 언론사 사주, 대기업 총수, 정치인 등 그의 폭넓은 인맥은 대북사업으로 고심했던 정 회장의 ‘해결사’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던 셈이다. 당시 검찰은 답보상태였던 금강산 카지노 사업을 위해 김씨가 박 전 실장에게 로비를 한 것에 주요 혐의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김씨가 비교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당시 그의 역할은 임 명예회장의 구명을 위한 정·관계의 로비였다고 한다. 최씨에 따르면 그는 임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라 수차례 고위층 관계자들을 만났다. 임 명예회장과 지인으로부터 15억원 상당의 양도성 예금증서와 수표를 받아 2003년 유력 여권실세 5∼6명과 검사 3∼4명에게 살포한 것. 심지어 임 회장이 수배 받던 당시에도 룸살롱에서 영향력 있는 검사와 만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에서 “꼼꼼히 기록한 로비 장부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엔 당시 대통령 인수위원회 핵심 인사도 포함돼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2003년 아파트 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지에 매립돼 있던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과다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72억2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석연찮은 이유로 임 명예회장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대상그룹 임원 일부를 구속했을 뿐이다. 이것이 모두 로비의 결과였다고 한다면 그 파장도 결코 만만찮을 전망이다.
하지만 재벌과 그 측근 로비스트의 결탁이란 결국 돈으로 묶인 것일까. 두 로비스트의 마지막 로비는 신통찮은 잡음을 동반했다.
마무리는 이상한(?) 결탁
최씨는 임 명예회장이 지급하기로 한 계열사를 받지 못하자 구명 로비를 폭로하며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씨 또한 정 명예회장과 박 전 비서실장 사이 중간 가교 역할에서 ‘배달사고’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른바 돈을 ‘꿀꺽’했다는 것.
현재까지도 두 로비사건의 진실은 안개 속이다. 김씨는 미국 도피 이후 수년째 귀국하지 않았기 때문에 로비의 실체와 현대그룹 비자금 150억원의 행방도 묘연해졌다. 최씨의 로비의혹 또한 현재까지는 일방적 주장에 불가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최씨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 할 수 있는 동영상 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증거로서의 효력을 가질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