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회사 전환 고민 깊은 사연
SK그룹, 지주회사 전환 고민 깊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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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문제는 다시원점으로…

SK그룹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7월 지배구조 개편에 대결단을 내리며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전격 선언했지만, 1년이 지나는 동안 진행과정이 만만치 않은 난관의 연속이다. 가장 시급히 풀어야할 과제인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 문제가 생각처럼 쉽지 않고,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완성 밑그림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형국이다. 법적 지주회사와 실질적 지주회사가 존재하는 아리송한 지배구조의 해소. 어쩌면 지주회사 체제 전환 선언 1년은 아직까지 원점인 셈이다. <시사신문>이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 "안풀리네" 지난해 7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한 SK그룹이 만만찮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목이 모아진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 지분구조상 난관의 연속
‘법적 지주사 VS 실질적 지주사’ 어떻게 풀까

SK그룹은 지난해 7월1일자로 SK(주)를 정점으로 수직구조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SK(주)→SK텔레콤→SKC&C→SK(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로 한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한 계열사의 부실에 따른 전체 계열사의 동반 부실방지, 적대적 M%A 노출 해소 등이다.

이는 지난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와 소버린 사태를 겪으면서 경영 투명성 차원에서라도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내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까닭이다.

SKC&C 실질적 지주사 구조

그렇게 SK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진행했다. SK(주)를 정점으로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C, SKE&S, SK해운 등 계열사를 수직구조로 묶고, 이외에 SK인천정유, 대한송유관공사 등 에너지·화학 사업은 SK에너지화학으로 묶는 방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적 지주회사인 SK(주) 위에 비상장사인 SKC&C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SKC&C가 SK(주)를, SK(주)가 SK텔레콤을 지배하는 구조의 해소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SKC&C는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 중심이다. 지분구조상 최 회장의 SK(주) 지분은 2.2%에 불과하지만 SK(주) 지분 27.4%를 가지고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 SKC&C 지분 44.5%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의 그룹 전체 지배가 가능한 대목이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진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법적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실질적인 지주회사가 꼭지점에 있는 셈. 시민단체 등에서도 바로 이 부분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당연히 반겨야 할 결정이지만 지주회사의 대주주인 SKC&C에 자회사의 이익이 넘어가고, 이는 곧 총수에게 회사기회의 유용 사례를 만들어 주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SKC&C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SKC&C가 SI(시스템통합)업계 3위로 상위 클래스에 위치하고 있지만 납입자본금은 100억원에 불과한 크지 않은 회사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고, 올해 1분기 순이익만하더라도 370억원에 달하는 알짜회사로 성장해 있다. 자연히 지주사인 SK(주)의 이익이 SKC&C의 평가이익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 실제 SKC&C는 계열사 내부 매출 중에서 61%가 SK텔레콤으로부터 발생되고 있다.

경제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는 낡은 모델에 불과하다”면서 “SKC&C에 대한 회사기회 유용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완전한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대외이미지 개선, 그리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계열사들이 2년 안에 SKC&C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물론 SK네트웍스 등이 지분 정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분 평가 방법 등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SK그룹의 선택은 기업 분할 이후 SKC&C와 SK(주)가 지주회사법상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 SKC&C는 SK(주) 지분을 매입하고, SK(주)는 SK에너지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다. SK(주)는 지주회사 전환 선언에 이어 분할한 뒤 SK에너지 주식을 확대했다. SKC&C도 SK(주)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물론 이런 결과는 최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공공하게 다져지는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 SK그룹 사옥.
그러나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비상장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SK(주)의 지주회사 기대감을 높였던 투자자들 역시 이런 맥락에서 투심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 SK(주)의 주가는 지난해 7월 지주회사 전환 선언 이후 폭등하다 10월을 기점으로 올해까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올해 1월 이후 SK(주) 주가는 32%나 하락했다. 당연히 SKC&C에 대한 상장이 최대 고민거리로 부상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SK그룹 역시 이런 맥락에서 SKC&C의 상장을 타진했다. 상장에 따라 추가적인 자본조달도 나아질 수 있고, 순환출자 구조 해소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의 반응도 기대가 컸다. 1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반응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SKC&C는 지난달 상장 심사가 통과되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와 상장을 목표로 IPO일정을 서둘러 왔다. SK그룹이나 시장에선 예상공모가격이 11만원~13만원 이상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SK그룹은 돌연 상장을 철회했다. 그룹 측에서는 ‘일시적인 연기’라고 밝히고 있지만 예정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시장의 평가와 함께 SK(주)와의 중복 상장에 대한 우려감이 높기 때문 아니겠냐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그룹 관계자는 “시장 상황 변화를 보면서 IPO를 적절한 시기에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전환 풀어가기 어렵네~

이를 두고 증권가 등에서는 상장을 하게 되면 지주회사의 지위도 SK(주)에서 SKC&C로 넘어오게 되는 꼴이고, 더구나 SK지분을 확보하려면 자산총액을 계속 늘려가야 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이런 이유에서 증권가에서는 SK(주)와 SKC&C의 합병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지만 교환비율에 따른 대주주 지분율 변동이 만만찮은 숙제로 남겨져 있어 이도 쉽지 않다. 자칫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SKC&C의 상장으로 최태원→SKC&C→SK→SK텔레콤→SK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가 해소돼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려던 일단의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그래서일까. SK그룹이 완전한 지주회사를 구축해야 하는 숙제는 당분간 고난의 연속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보유 중인 SKC&C 지분 정리를 위한 SKC&C 상장은 예견됐던 문제인데, 현재의 계열사간 거래 구조나 지분구조상 결과적으로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만 막대한 이익과 함께 그룹 지배력을 다지는 결과를 안겨줄 뿐”이라면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SKC&C와 계열사 간의 거래구조 해소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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