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불거지는 수많은 현안을 놓고 각계가 혼란에 빠져 있다. 정부의 한미FTA,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국민적 반감을 사는가 하면 내각구성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계경제의 침체로 인한 유가폭탄이 나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것도 치명적 악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악재가 연이어 불거지는 셈이다.
이런 시국에 풍수지리학 연구가 박민찬씨가 이색주장을 펼치고 나섰다. 박씨는 이 같은 혼란이 풍수적 문제에서 지적됐다며 ‘한국 위기설’을 주장하고 있다. <시사신문>이 지난 7월7일 박씨와 만나 그가 왜 이 같은 주장을 하는지 들어봤다.
숭례문 화재,정부 지탄 시위는“풍수적 흉(凶)에서 비롯됐다”
“현 정권의 모든 악재는 청계천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청계천은 우리나라의 상징인 서울의 허리를 자르고 있습니다. 풍수를 통해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10년 내 커다란 국가적 악재가 닥쳐올 것입니다.”
풍수가 박민찬씨의 주장이다. 박씨는 우리나라의 악운을 불러오는 청계천을 덮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풍수지리 연구가로 활동 중인 박씨는 우리나라 풍수지리 ‘신안계물형설’의 시조로 꼽히는 신라시대의 도선대사의 명맥을 이어받은 34대 전수자라고 한다. 그런 그가 청계천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벌써 수년 전부터다. 그는 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청계천은 서울 배 가른 격
박씨에 따르면 청계천은 자연적 서울의 형상을 훼손하는 결정체라고 한다. 박씨는 “서울은 와인형(臥人形)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왕산이 풍수적으로 사람머리의 형상을, 북악산이 왼팔, 오른팔이 남산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어지는 산맥이 바로 다리를 상징하게 되는데, 이는 곧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이다.
서울 시청은 그 와인형의 명치에 해당하는 부위다. 박씨가 청계천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이 대목. 박씨는 “청계천의 위치는 바로 인체 ‘배’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사람이 배를 가르면 살 수가 없듯 풍수적으로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풍수적으로 공동체의 운명은 상징적 지역의 형태에 따라 변화되며 우리나라의 중심이 서울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서울의 허리를 자르는 청계천의 존재가 곧 국운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이런 풍수와 국운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입증됐다고 박씨는 설명한다. 박씨에 따르면 240년 전에 영조는 청계천을 더 넓고, 더 깊게 파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선의 국운이 쇠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결국 후기로 갈수록 조선왕조는 쇠락을 면치 못했고 급기야 일제강점기까지 맞게 된 것.
박씨는 “이 모든 것이 청계천에서 비롯된 재앙”이라며 “청계천을 덮게 된 1958년 이후 우리나라가 30여 년간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점도 국운과의 밀접한 관계를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2003년 이후 청계천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 의해 복원됐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악재의 징조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박씨의 분석이다.
그는 “올 초 숭례문의 화재도 단적으로 악재를 암시하는 대목”이라며 “풍수적으로 화기를 막는 역할 해온 숭례문에 화재가 난 것은 차후 더 커다란 재앙을 암시하는 것”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서민경제 파탄과 현 정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바로 이런 재앙의 일부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현재 촛불시위 등으로 적잖은 지지율 하락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각 종교계까지 참여하면서 현 정부와 시민의 대립각이 보다 치열해지는 것. 특히 촛불시위 등이 시청 등 서울의 중심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는 투다.
박씨는 “이번 쇠고기 문제가 넘어가더라도 제2, 제3의 쇠고기 문제가 나타나서 국정을 어둡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재 그는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청계천을 메우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청계천은 맥이나 혈이 아니기 때문에 덮으면 얼마든지 길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흉에서 길이 되도록
박씨는 최근 이명박 정부를 향한 지탄의 물결과 대외적 악재에 연일 흔들리는 국내 경제를 보면서 적잖은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나아가 더 발전할 수도 있는데 풍수적으로 운을 활용하지 못해 현 상황에 이렀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이미 박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정책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기자회견을 열고 “국운을 위해서 대운하는 결단코 막아야 한다”며 “대운하가 추진되면 청와대 앞에서 할복이라고 할 것”이라고 주장을 한 바 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과제는 청계천의 흉상을 없애는 일이라고 한다.
박씨는 “풍수는 인간과 자연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자연 과학이다”라면서 “지금이라도 청계천을 덮어 국가적 차원의 흉(凶)이 길(吉)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현시점에서 앞날에 대한 박씨의 예견을 검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각종 사회적 악재가 범람하는 최근, 이런 이색 주장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정말 그가 우려한 대로 청계천으로 훼손된 서울에 풍수적 악영향이 찾아올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