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늘'이 얼마만큼 시련을 줄 것인가?
'쟁점법안이다', '노선투쟁이다' 해서 요즘 얼굴에 수심이 가득찼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일 자신의 53번째 생일을 맞아 모처럼 얼굴에 웃음을 띤 채 특별한 하루를 시작했다.
평소보다 늦은 오전 9시쯤 국회 대표실에 도착한 박근혜 대표는 회의를 기다리던 김덕룡 원내대표, 김무성 총장, 당내 지도부 등 하례를 받은 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무처가 준비한 꽃다발을 바라보며 "꽃이 서른 아홉 개밖에 안되네요"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순간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실제로 꽃다발은 박 대표(52년생)의 나이에 맞춰 53개의 꽃으로 장식됐지만 박 대표가 실제 나이보다 적어 보이도록 언급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입장하기 전 이규택 최고위원이 꽃의 개수를 하나하나 세어가며 "53개 맞네…"라고 '공표'한 바 있어 꽃의 개수를 이미 알고 있는 참석자들은 박 대표의 '애교 섞인 농'이 우습기만 했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때는 국가정보원의 박정희 정권 시절 ▲민청학련·인혁당 사건(1974)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사건(1979)을 과거사 조사 대상으로 포함시켰다는 사실 때문에 “생일선물치곤 고약하다”며 분위기가 심각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박정희 전 대통령 일제시절 병적기록 확인’이다.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로 창씨개명한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국 육군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한 날짜, 박 전 대통령의 소속부대 명칭이 기록된 국가기록원 보관 서류가 공개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일본군 장교 출신임은 주지의 사실이나, 문서로서 ‘각인’케 한 것이다.
박 대표는 국정원 과거사 진상조사 문제에 대해, 2일“당 차원에서 당당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광화문 현판 교체,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 때 그 사람들’의 사실왜곡·표현자유 논란 등 일련의 조치·사건들도 박 대표를 미로 속 더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런 ‘박정희 흔들기’는 ‘박근혜 끌어내리기’와 동격(同格)이자 여권의 치밀한 계산으로 보는, 동정론을 포함한 반대 여론 정도가 박 대표에게 원군이 되고 있다.
박 대표는 “정계 입문 때부터 꼭 무엇을 하겠다고 목표를 정한 것은 없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대표로 나서 당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고 두 번째 임기까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했다. 아버지의 후광과 그늘을 동시에 안고 선 박 대표의 대응수는, 명분(역사 바로세우기)과 전략(야당 죽이기) 사이에서 가열 상태인 ‘박정희 정국’의 최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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