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화났다
박근혜 대표 화났다
  • 민철
  • 승인 2005.02.0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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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시련에서 벗어나 정면대응 시사
- 박 대표 “지난 30년간 이런 일을 겪어왔지만, 이처럼 정권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 겪는다”며 불쾌감 표명 -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미래전략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의원 연찬회 참석하기 위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3일 오전 충북 제천을 향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간 서울 국청원 청사에서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우선 조사대상 7건을 선정, 발표했다. 7건 가운데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강제헌납사건’ 이 포함됐다. 을유년 새해들어 힘겨운 시기를 지내고 있던 와중 끝내 국정원의 발표로 박 대표의 불편한 심기가 터져버린 것이다. 의원 연찬회 참석 하루전날인 2일은 박 대표의 만 53세 생일이었던 것. 박 대표, “국정원 이런 일을 조사하는 것은 안 된다” 비난 국정원 조사대상을 발표하던 그 시각 한나라당 의원들은 3일부터 이틀간 연찬회를 갖기 위해 충북제천으로 향하고 있었다. 제천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박근혜 대표는 “정수장학회 정기 이사회가 2월말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미 지난 1일에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국정원 조사와 관계없이 지금까지 여러번 정기 이사회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바 있다”고 이사장식 사퇴와 국정원 조사가 무관함을 장조한 뒤, “여당에서 이것을 문제 삼았을 때 갑자기 물러나면 잘못이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이사회때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정수장학회 조사와 관련해 정수장학회 이사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어떤 정권도 국민과 역사의 판단을 비켜 갈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표는 또 “국정원이 이런 일을 조사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원 산하 진상조사위원들이 과연 이 문제를 공정하게 판단할 위치에 있는지, 또 어떤 사람들인지 그리고 그때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언론이 먼저 알아봐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표는 이어 “지난 30년간 이런 일을 겪어왔지만, 이처럼 정권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것은 처음 겪는다”며 “정권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한다고 하는데 막을 수도 없고 조사하지 말란다고 (하지)않겠느냐”라고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끝으로 박 대표는 “앞으로 이 역경을 꿋꿋하게 이겨낼 것”이라며 “정권이 이렇게 하는 것은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정면대응을 시사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선정,발표한 우선조사대상 7건은 ▶부일장학회 강제헌납 및 경향신문 매각 ▶동백림 유학생 간첩단 ▶김대중 납치 ▶민청학련·인혁당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 등 박정희 정권 시절 일어난 사건들이 포함됐다.[사진설명: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는 과거 정보기관이 개입했거나 조작한 의혹이 있는 사건들 가운데 우선 조사 대상 7건을 확정해 발표] 이중 논란이 되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은 삼화고무(사장 고 김기태)에서 설립된 부일장학회로 5·16쿠데타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제로 국가에 헌납키로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사건이다. 그 후 박 대표는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을 맡아 온 것. 그러나 정치권에서 이 사건의 논란이 일자 열린우리당은 자체적인 진상조사회를 만들어 김지태씨 유가족 증인을 공개했고, 한나라당에서도 박 대표의 사퇴를 주장해왔었다. 또한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주식의 100% 소유하고 있어 부산일보 노조들을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들도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직 사퇴를 요구했었다. 이같이 정치권과 노조 등에서 사퇴압력을 받아 박 대표는 오래전부터 사퇴를 결심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같은 날 그간 논란을 빚어 온 10·26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이 개봉되었고, 전날인 2일 박대표의 생일날 ‘박정희 전 대통령 일제시절 병적기록’이 공개 됐다. 또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 차기대권 전화여론조사에서도 고 건 전 총리에 뒤쳐진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광화문 현판 교체, 문화재청장의 ‘현충사 발언’ 등 올초부터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같은 잔재들로 시련이 끝이지 않고 있어, 박 대표가 그 동안 다스려왔던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낸 듯 하다. 한편 한나라당은 조사대상이 발표되자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 흠집내기’라며 순수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더욱이 정수장학회와 관련된 의혹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고, 김형욱 전 중정부장 실종사건 등 상당수 사건들이 박정희 대통령의 ‘아픈상처’를 건드리는 것이어서 사건조사가 진행되면서 정치공방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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